장애인의 권리 찾기 행동…불편하다고 ‘때리지’ 말라

이유진 기자

전장연 홈피 사이버 공격

사무실 방화 위협도 받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3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기획재정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촉구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노후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을 교체할 때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한 내용 등을 담은 교통약자법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여러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헌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3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기획재정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촉구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노후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을 교체할 때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한 내용 등을 담은 교통약자법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여러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헌 기자

“불법시위, 열차 운행 방해”
서울교통공사 방송도 영향
직원들 익명 커뮤니티엔
“시민들이 밀어내면 된다”

‘출근길 지하철 기습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일부 시민들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사이버 공격으로 홈페이지가 다운됐으며, 사무실 방화 위협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통공사의 ‘편가르기식 대응’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장연은 지난 15일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홈페이지 집중 공격으로 서버가 다운됐고, 전장연 구글 드라이브도 공격으로 파일이 삭제됐다”며 “혜화역 승강장의 선전물은 누군가에게 뜯겨나갔고, 지하철 선전전을 하고 있는 장애인 활동가는 길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폭언과 협박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장연에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도 받았다”고 했다.

이들은 장애인 권리 실현을 위한 예산안 확보를 목표로 지난해 12월6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이고 있다. 16일에도 오전 7시30분부터 서울 지하철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시작으로 지하철 선전전을 펼쳤다. 시위는 승강장에서 손팻말을 들고 요구사항을 알리거나, 지하철에 탑승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습시위가 2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출근길 정체로 인한 시민 피로감과 불만도 커진 상태다. 다만 최근 전장연을 겨냥한 온·오프 라인 공격은 단순 항의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일반 시민’과 ‘장애인’을 구분짓는 서울교통공사의 편가르기식 대응이 혐오 공격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 단체의 기습시위가 발생할 때마다 ‘장애인 불법시위’로 규정하며 대응해왔다. 지하철 내 안내방송은 물론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애인 단체의 불법시위로 정상적인 열차 운행이 방해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보내는 식이다. 최근에는 서울교통공사 소속 한 직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출근길 장애인 시위 해결방법’이란 글을 올렸다. 이 직원은 “경찰과 직원이 아닌 시민분들이 그들(장애인)을 밀어서 내보내고, 아니면 승강장까지 못 들어오도록 엘리베이터를 점거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은 시민이 아니냐”
승객들, 연대의 목소리도

공사의 이런 대응에 항의하는 시민도 있다. 대학생 A씨는 “지하철 안내방송에서 ‘장애인 단체 불법시위’라는 표현이 계속 등장하는데, 모든 책임과 비난의 화살을 시위대에 돌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불법시위라는 표현을 자제해달라는 민원문자를 넣었다”고 말했다. SNS에는 ‘예산없이_권리없다’ ‘장애인_권리예산_쟁취’ 등 해시태그를 단 응원글도 올라왔다. 공사는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 등 관계자 4명을 상대로 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경찰 역시 지난달 17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를 집시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공사 관계자는 “블라인드 게시글은 공사 내부 공통의견이 아닌 익명화된 직원 개인의 의견이며, ‘불법시위’라는 표현도 시민들의 문제제기를 수용해 현재 SNS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시위가) 철도안전법상 불법인 것도 맞기 때문에 안내방송에선 불법시위라고 표현하고 있다”면서 “지하철 내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며 노력하고 있으며, 시위를 둘러싼 시민 간 갈등이 번지는 상황을 공사에서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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