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35층 룰' 폐지, "스카이라인 다양화" vs "마천루 경쟁만 자극"읽음

이성희 기자
3일 오후 서울 남산 전망대를  찾은 시민이 용산구 한남동과 서초구 잠원동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남산 전망대를 찾은 시민이 용산구 한남동과 서초구 잠원동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서울에 새로 짓는 아파트는 최고 35층을 넘길 수 없도록 했던 높이 기준을 폐지한다. 현재 한강변의 천편일률적인 스카이라인을 다양화하겠다는 취지지만,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자칫 개발이익 극대화 논리에 밀려 초고층 건물을 양산하는 ‘마천루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3일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며 신규 아파트 층수를 제한한 ‘35층 룰’ 폐지를 공식화했다. 오 시장은 “뚝섬 유원지에서 한강을 바라보면 두부를 똑같이 잘라놓은 것처럼 (잠실 아파트들은) 바람길이 전혀 보이지 않게 답답하게 배치돼 있다”며 “반면 광진구 쪽을 보면 높낮이가 조화롭게 배치된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다. 그런 스카이라인을 만들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이 언급한 광진구 쪽에는 49층짜리 트리마제(성동구)와 56층짜리 래미안 첼리투스(용산구) 등이 있는데, 이들 아파트는 오 시장이 과거 재임하던 시절 한강변 개발 정책을 폈던 때 재건축을 승인했던 단지들이다.

35층 룰은 고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대표적인 규제 정책이다. 서울시는 2013년 ‘서울시 스카이라인 관리 원칙’에서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이하로, 한강 수변 연접부는 15층 이하로 층고를 제한해왔다. 2014년 발표한 2030 서울플랜에도 이같은 내용을 포함했으며, 이후 35층을 초과하는 재건축안은 한번도 통과되지 않았다. 다만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단지 내 역세권에 걸쳐있는 일부 부지 용도가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상향되면서 최고 50층 건립이 가능해졌다.

서울시는 35층 층고 제한을 없앤다고 해도 건물의 용적률이 상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 건물 높이를 높이려면 다른 건물의 높이를 낮춰 이미 정해져있는 용적률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스카이라인 다양화를 위한 방안일 뿐 도시 밀도를 높이는 방향은 아니라는 얘기다. 용적률 상향은 도로나 공원, 상하수도 시설 등 도시기반시설의 과부하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도시기본계획이 오히려 스카이라인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등에서 활동해온 김영욱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조합 입장에서는 개발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떻게든 가능하면 (단지 내 건물을) 전부 최고 층수로 가려고 할 것”이라며 “자본주의 시장 논리를 과연 극복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서울시가 스카이라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강력하게 만들어 민간의 개발방향을 제어하면서 공공기획을 강화해야 한다. 굉장한 노력과 소신이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68층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도 사업시행 계획을 최고 49층으로 짜고 있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펜트하우스가 초고층에 지어지는 이유는 조망권과 희소성 때문이다. 분양가도 고층일수록 비싸다”며 “저마다 기존보다 더 높게 ‘바벨탑’을 지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층 건물이 야기하는 사회적 문제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김영욱 교수는 “연구 결과 고층에 거주할수록 남을 도와주려는 의지나 빈도가 적고 자살률도 높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용도지역 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도시 공간의 기능이 중복되지 않도록 토지 용도와 건물 높이·용적률 등을 규제하는 용도지역제를 미래 융복합 시대에 맞춰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으로 새롭게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주거·공업·상업·녹지로 구분돼온 용도지역이 주거·녹지·관광·공공·공업·업무·상업 등 다기능 복합지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용도지역 개편과 35층 룰 폐지 등 규제 완화에 따른 난개발을 우려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결과적으로 (재건축 조합 등은) 무조건 최대 용적률과 최대 높이를 차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기본계획 밑에 지구단위계획이 있기 때문에 그 단계에서 필요한 규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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