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거대해진 산불…“이 산불의 이름은 기후위기”

김한솔 기자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송전탑 사이로 번지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송전탑 사이로 번지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사흘째 진화되지 않고 있다. 6일 오전 6시까지 1만3626ha 면적의 산림이 불에 탔다. 이번 산불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수량이 기록적으로 적었던 극심한 ‘겨울 건조’ 상황에서 발생했다. 산불에 강풍이 더해지면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르고 넓게 불이 번졌다. 환경단체들은 “이 산불의 이름은 기후위기”라며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국가 산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울진에 산불이 시작된 지난 4일부터 6일 오전까지 산불 진화 현장을 지켜봤다. 박 팀장은 이날 통화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 듣고 당일날 바로 내려가서 현상을 살펴봤다”며 “당일에는 강풍이 굉장히 심해서 지상 진화 자체도 쉽지 않았고, 거의 산불이 나고 있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박 팀장은 “다음날에는 항공 진화를 하긴 했었지만 연기가 너무 많이 나서 연기를 뚫고 들어가 물을 뿌리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며 “또 산불이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나다보니, 어제 오후에는 다른 지역의 산불 진화를 위해 항공편이 분산 배치가 되면서 진화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이번 겨울에 울진과 삼척에 비다운 비 자체가 내리지 않았고, 눈도 마찬가지였다”며 “건조한 상황이 지속된 상황에서 불이 나면서 속도 자체도 굉장히 빨랐고, 봄철 강풍이 불면서 2000년 동해안 산불 때보다도 번지는 속도가 빨라 현장에서도 긴장감이 굉장히 컸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올해 2월 전국 강수량은 13.3㎜로, 평년(89㎜)의 14% 수준이다. 대기가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산불 발생 건수도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초 전국에 발생한 산불 건수는 227건(3월1일 기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6건, 2020년 71건에 비해 약 2~3배 많은 산불이 발생한 것이다. 지금까지 산불 진화에 투입된 인력은 1만1965명, 장비는 헬기 90대, 소방차 513대, 진화차 102대, 지휘차 23대 등이다.

녹색연합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울진·삼척 산불은 기후위기 재난”이라며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산불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단체는 “호주와 미국의 대형산불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겨울과 봄철 건조함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형산불의 위협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녹색연합은 “산불의 진화 체계와 장비를 고도화해도, 대자연의 경고인 기후위기의 힘을 감당하기는 쉽지가 않다”며 “국가적 재난인 산불 대응은 이제 기후위기 적응 차원의 대책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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