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장애인 시위 약점 찾고 여론 조성” 문건 파문읽음

윤기은 기자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25쪽 분량 파일

서울교통공사 “장애인 시위 약점 찾고 여론 조성” 문건 파문

최근 홍보실 언론팀서 제작
열차 운행 방해 사진 확보해
부정적 이미지 만들기 제안
문제 다룬 특정 언론 겨냥도

장애인단체 “사장 사퇴하라”
공사 “재발 방지 노력” 사과

서울교통공사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를 하는 장애인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내부 문건(사진)까지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서울교통공사의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 문건에는 “현재는 출근길 시위 잠시 휴전 상태지만 디테일한 약점은 계속 찾아야” “상대방도 실점은 언제든 할 수 있다! 꼼꼼히 Catch”라는 내용이 담겼다. 25쪽 분량의 파워포인트 파일인 이 문건 표지에는 “○○○(담당자 이름)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언론팀. 2022. 3. 제작”이라고 적혀 있다.

문건은 장애인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휠체어) 바퀴를 열차와 승강장 틈 사이로 끼워넣기, 휠체어로 문 가로막기 사진 확보 후 자연스럽게 알리면 고의적 열차 운행 방해 증빙하는 것이 됨”이라고 제시했다. 또 “시위 주제가 이동권에서 탈시설, 주거권 등 장애인 권리 전체 신장으로 거대화되고 있다”며 “ ‘그걸 왜 지하철에서 주장해’ 여론 형성(해야 한다)”이라고 적었다. 이동권 보장 소홀이라는 공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 “우리도 너무너무 (시설) 설치나 개량하고 싶지만 돈이 없다”는 식으로 호소할 것도 제안했다.

문건에는 “ ‘약자는 선하다’ 기조의 기성 언론 +‘장애인 전용 언론’ 조합과 싸워야 함. 특히 ‘진보’의 가치를 높이 사는 특정 매체일수록 더더욱 그러함”이라는 문구와 함께 경향신문 기사를 갈무리한 화면도 첨부돼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분노를 금치 못한다.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 요구를 ‘장애인과 시민의 싸움’으로 만든 것은 바로 공사”라며 “이번 문건이 바로 그 증거”라고 했다. 이어 “우리의 요구는 법에 명시된 권리를 지키라는 것”이라며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공개적인 방식으로 공식 사과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지난해 12월6일부터 출근길에 지하철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장연은 18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출발해 서울교통공사까지 지하철 선전전을 벌일 예정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사내 업무용 웹페이지 ‘자유마당’에 직원 개인이 작성해서 올린 파일”이라며 “공사가 작성한 파일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문건 작성자를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사과문을 내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직원 교육을 철저히 실시하는 것과 동시에 지하철 내 교통약자 이동권을 확보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장애인 시위 약점 찾고 여론 조성” 문건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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