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다문화’라는 낙인-교실에선 자리 잡아 가는데…‘다문화 시즌2’ 못 따라가는 한국 사회

배문규 기자
지난달 22일 부산 동래구 주택가에서 우영매씨가 막내딸 진소희양을 안고 환히 웃고 있다. 중국동포인 우씨의 첫째는 올해 대학에 들어갔고 둘째는 고3이다. 그는 별 탈 없이 자란 아이들이 그저 고맙다며, 막내를 키우면서 이제 겨우 한국 교육에 적응한 것 같다고 했다. 권도현 기자

지난달 22일 부산 동래구 주택가에서 우영매씨가 막내딸 진소희양을 안고 환히 웃고 있다. 중국동포인 우씨의 첫째는 올해 대학에 들어갔고 둘째는 고3이다. 그는 별 탈 없이 자란 아이들이 그저 고맙다며, 막내를 키우면서 이제 겨우 한국 교육에 적응한 것 같다고 했다. 권도현 기자

“다문화 호칭 대신 이주배경으로”
낙인찍는 현실에 학부모들 제안

지난 3월3일 부산 전포동 공구골목 인근에 자리 잡은 ‘이주민과 함께’ 회의실에 학부모 네 명이 모였다. 중국동포 우영매(45), 베트남 출신 이하연(35), 캄보디아 출신 쿠온 스레이펜(35),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아비카노바 아이잔(34)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의 자녀를 둔 결혼이주여성들이다.

아비카노바 아이잔 = 2011년 부산으로 유학 오면서 한국어를 배웠는데 사투리가 혼란스러웠어요. ‘밥 묵나?’하는 데 한국말 아닌 줄 알았으니까요. 아이에게 한국말 가르치기도 힘들었죠. 모국에선 초등학교 1학년 들어가서 공부를 시작하는데 한국은 입학 전부터 하다보니 걱정이 많았습니다.

우영매 = 교육과정이 중국과 완전히 달라서 힘들었어요. 방과후학교라든지 모든 게 낯선 거죠. 올해 대학 들어간 큰애가 초등학교 때 수학 문제를 가져왔는데 넓이, 높이 용어가 달라서 답을 틀렸어요. 내용이 어려워지는 초등 3~4학년부터 사교육의 힘을 빌렸습니다.

쿠온 스레이펜 = 아이의 피부색이 검은 편이라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했어요. 학부모 모임을 가도 교육사정을 모르니 대화에 끼기도 어려웠고요. 엄마의 역할이 부족한 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컸죠.

이하연 = 한국에선 육아를 엄마들이 주로 맡잖아요. 남편은 늦게 퇴근해서 도와주기 어려웠고요. 아이 입학지원서를 주민센터에서 쓸 때 틀릴까봐 용지를 2부 복사해 고민하며 썼어요. 입학하면 뭘 해야 하는지, 교과서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들이 2018년 ‘이주민학부모 모임’을 만들어 부산시·시교육청에 낸 의견서 중 첫번째 제안이 “학교 현장에서 ‘다문화’ 대신 ‘이주배경’으로 불러 달라”는 것이었다. ‘다문화’가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낙인으로 여겨지는 현실을 바꾸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다름과 차이를 존중하는 ‘다문화’의 본래 가치가 조금씩 뿌리내리고 가지를 뻗고 있다.

이주배경아동·청소년은 균일한 존재가 아니다. 국내출생·중도입국·외국인학생 등 배경이 제각각이고, 연령과 형편에 따라 필요한 지원도 다르다. 하지만 일반의 인식은 ‘다문화 학생’으로 뭉뚱그려진다.

2006년 교육부가 ‘다문화 학생 교육지원계획’을 세우고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면서 본격화된 ‘다문화 교육’이 햇수로 이젠 청소년기에 접어들었다. 성년기에 진입하기 시작한 이주민 2세들을 한국 사회는 얼마나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까. 경향신문 취재팀은 지난 2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이주민 40여명을 만나 이주배경아동·청소년의 교육과 진로에 관한 고민들을 살폈다.

동두천 보산초

지난달 17일 동두천 보산초 한국어 학급에서 나이지리아에서 온 레레가 한국어로 쓴 자기 소개를 읽고 있다. 왼편에 앉아있는 압둘은 시리아에서 왔다. 배문규 기자

지난달 17일 동두천 보산초 한국어 학급에서 나이지리아에서 온 레레가 한국어로 쓴 자기 소개를 읽고 있다. 왼편에 앉아있는 압둘은 시리아에서 왔다. 배문규 기자

학생 수 매년 10만~20만명 줄 때
이주배경 학생은 1만명씩 늘어

학업에다 부모 경제력까지 고민
한국 저소득층 가정 문제와 유사
이주민 고충, 결국 한국의 그림자

지난달 17일 찾은 보산초등학교는 ‘글로벌 학교’라는 말이 어울렸다. 점심시간 1층 급식실에 모여든 학생들의 들뜬 목소리가 제각각이다. 6인 좌석에 투명칸막이를 두고 앉았지만, 학생들 사이에 ‘벽’은 없었다. 머리를 땋아 구슬을 매단 흑인 아이, 하늘색 히잡을 쓴 아랍 아이, 한국 아이들이 쉴 틈 없이 재잘거리며 쌀밥과 된장국을 떠먹었다.

미 2사단이 있는 경기 동두천시 보산동은 영어권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 공동체가 형성된 곳이다. 2021년 기준 보산초 학생 217명 중 이주배경 학생은 89명(41.0%)에 달했다.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 출신이 43명, 필리핀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출신이 41명이었다. 출신 국가는 25개국에 달한다.

“It looks square, right? Write down with me(네모난 모양이지? 함께 써보자).” 이날 보산초 한국어학급에서 나이지리아 출신 레레(13)와 시리아에서 온 압둘(12)이 이진숙 강사가 나눠준 깍두기공책에 한국어를 받아쓰고 있었다. ‘나는 12살이에요’, ‘레레는 5학년이에요’.

지난해 한국에 온 레레는 나이로는 중학교 1학년이지만, 학년을 낮춰 입학했다. 듣고 말하기가 서툴러도 읽기·쓰기는 어느 정도 익숙한 레레와 달리 압둘은 말하기는 유창한데 쓰기에는 약하다. 압둘은 아버지 사업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갈 상황이라 한국어 공부에 큰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

한국어는 이주민과 내국인 학생의 ‘출발선 평등’을 위한 필수 도구다. 보산초 다문화교육담당 이상우 교사는 “부모님이 한국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주배경 학생들은 생활에서 학습이 이어지지 못해 언어습득이 늦을 수 있다”고 했다.

보산초처럼 이주배경 학생이 많은 곳에선 내·외국인 간 갈등과 차별이 적다. 비슷한 친구들이 많아 한국어를 적극적으로 배울 유인이 작은 게 문제다. 올해 보산초 입학생 35명 중 15명이 이주배경이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학생은 2021년 16만56명으로 전체 학생의 3%를 차지했다. 초등학교 11만1371명, 중학교 3만3905명, 고등학교 1만4307명 순이었다. 2016년의 9만9186명(1.7%)과 비교해 증가세가 가파르다. 한국 전체로 보면 학생이 매년 10만~20만명씩 줄어들 때 이주배경 학생은 1만명씩 늘어나고 있다. 초저출생으로 인한 출생아 감소, 전체 10%를 웃도는 국제결혼 비중, 전체 6%에 이르는 다문화 가정 출생아동 비중 등을 감안하면 이주민 2세 학생이 교실마다 있는 풍경은 예정된 미래다. 서울 서남부와 전국 공단 도시들로 가면 이미 도래한 미래를 만날 수 있다. 서울 대동초는 신입생 10명 중 8명이 이주배경 학생이고, 안산 원곡초는 이주배경 학생 비율이 90%를 넘는다.

법무부는 올 초 미등록 이주민 학생들의 체류자격 요건을 15년에서 6~7년으로 완화하고, 학업을 위한 체류자격(D-4)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한국을 떠나야 했지만, 계속 머물 수 있도록 진학·취업에 맞는 체류자격도 부여하기로 해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됐다. 이주민 인권단체들은 한발 더 나아가 미등록 이주아동의 교육권을 근본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보편적 출생등록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출생등록이 한국 국적을 주는 것과 다른데도 반대 목소리가 많다.

이상우 교사는 “내·외국인 간 차이만 거론되지만 성별·종교·지역·세대에 따라서도 문화적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누구나 어떤 상황에선 소수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출신국 동화를 함께 읽고 축제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상호 문화 이해 교육을 한다. 초등학교 단계에서 “한국인은 다양한 문화를 흡수하고, 외국인은 ‘한국도 나의 소중한 나라’라는 정체성을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다문화 교육은 언어·문화적 차이에 학생들의 다양한 가정 환경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함 때문에 부담이 만만치 않다. 보산초에선 교무부장인 이 교사가 다문화학급을 맡고 있다. 다문화학급 담당교원의 승진가산점이 폐지되면서 일선 학교의 다문화학급 기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안산 선일중

지난달 14일 안산 선일중 수업 시간에 카자흐스탄에서 온 박니키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 속 우크라이나 국기 아래에는 “어려워도 힘을 내세요. 우리는 함께 있어요”라는 응원 메시지가 쓰여 있다. 배문규 기자

지난달 14일 안산 선일중 수업 시간에 카자흐스탄에서 온 박니키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 속 우크라이나 국기 아래에는 “어려워도 힘을 내세요. 우리는 함께 있어요”라는 응원 메시지가 쓰여 있다. 배문규 기자

안산 선부동 땟골마을은 고려인이 약 7000명이나 사는 국내 최대 고려인마을이다. 이곳 선일중은 올해 재학생 265명 중 이주배경 학생이 157명(59.2%)이고, 구소련 지역 출신이 94명으로 이주배경 학생의 60%에 달한다.

지난달 14일 선일중 1학년 4반에선 한국어가 서툰 학생들을 모은 주제선택 수업이 열렸다. 교단의 태극기는 익숙한데 들려오는 말이 낯설다. 임미은 교사(선일중 다문화교육부장)가 러시아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수업을 이어갔다. “진지하게 얘기 나눠볼 주제가 있어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설명해볼 사람?” 카자흐스탄에서 온 박니키타(14)가 표트르 1세의 흑해 진출부터 소련 시절 크름반도(크림반도)의 우크라이나 편입에 이르는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다. 임 교사의 “하라쇼(좋아요)”라는 칭찬과 함께 친구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아이들은 민간인 피해 뉴스 영상에 숙연해졌다가 이내 우크라이나 응원 메시지를 적으며 수다꽃을 피웠다. 교실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출신 학생이 섞여 있지만, 고려인 정체성이 강하다 보니 별다른 갈등은 없다고 했다.

선일중 한국어학급(다문화 특별학급·예비학급)은 강사 8명이 수준별 교육을 하고 있다. 예비학급은 공교육 진입을 준비하는 학교 밖 청소년과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재학생들이 속해있다. 특별학급은 수업용 한국어를 가르친다. 수학의 함수 같은 개념이나 용어를 출신국 언어로 설명하는 식이다. 한국어를 10년 넘게 가르쳐온 하미현 강사가 “올해 수준이 심각하다”며 학생들 답안지를 보여줬다. ‘○○에서 밥을 먹어요’ 같은 문장을 완성하는 초급 수준에서 기준점(70점)에 한참 미달하는 40~50점이 수두룩했다. “한국 온 지 7~8년 됐는데도 입국 6개월이면 도달하는 성취도에도 못 미치네요. 코로나19 학습 격차가 현실화된 것 같습니다.”

국제결혼 가정에서 태어난 국내 출생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다문화로 구별짓는 것 자체가 상처일 수 있다. 반면 중도입국·외국인가정 학생들의 학업 부진은 꾸준히 지적돼온 문제다. 흔히 중도입국인 경우 어릴 때 들어올수록 적응이 빠르다고들 한다. 현장에선 반만 맞는 이야기라고 한다.

“작년과 올해 1학년생을 ‘코로나 키즈’라고 합니다. 특히 이주배경 아이들이 사각지대에 놓인 것 같아요. 비대면 수업인데 컴퓨터가 없어 집에서 접속 못하는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부모님이 집에 안 계셔 휴대폰 부모인증을 못 받으니 선생님들이 집집마다 방문해야 했죠. 가뜩이나 원격수업은 집중력이 떨어지는데 집에 돌봐줄 사람도 없다면 그냥 학년만 올라갔을 가능성이 높아요.”(임미은 교사)

■“한국에서 살고 싶다”던 이주배경 청소년들, 클수록 “잘 모르겠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들이 지난 6일 울산 동구 서부초등학교로 등교하고 있다. 학생의 어머니들이 교대로 학생들과 동행하고 있다. 아프간 학생들의 학교배정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 등 진통이 있었으나 대화를 통해 해소됐다. 한수빈 기자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들이 지난 6일 울산 동구 서부초등학교로 등교하고 있다. 학생의 어머니들이 교대로 학생들과 동행하고 있다. 아프간 학생들의 학교배정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 등 진통이 있었으나 대화를 통해 해소됐다. 한수빈 기자

“다문화 친구 괜찮다” 90%지만
이주배경 학생 25%는 “차별 경험”

이주배경 학생들은 어깨가 일찍부터 무거워진다. 자기 실력뿐 아니라 부모의 경제력까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 교사는 “한국 가정도 아이를 대학까지 보내기 쉬운 사회가 돼야 이주배경 학생들의 교육권도 보장될 수 있다”고 했다. 이주민 권리 보장이 한국 사회 안전망과 닿아있다는 얘기다.

경남에서 이주민 인구가 가장 많은 산업도시 김해는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이 70%를 넘는다. “베트남 가정에 아동학대 문제가 발생해서 가봤더니 어머니가 오전 6시에 출근해 밤 10시에 돌아오는 분이었어요. 코로나19로 일손이 귀해지니까 중고생 자녀가 아빠 따라 공장을 다니는 경우까지 있답니다. 워킹맘으로 이주민 지원업무를 하면서 한국 사회를 더욱 돌아보게 되더군요.”(김해시가족센터 김기언 사무국장) 김 사무국장은 “이주배경 가정의 문제가 한국 저소득층 가정 문제와도 유사하다”고 했다. 이주민이 겪는 문제는 한국 사회의 그림자인 것이다.

서울 다솜관광고

초등학교는 지원체계 갖춰졌지만
중·고교의 실정은 그렇지 못해

다문화 정책 도입 이후 급격히 늘어난 초등학생들이 어느덧 중·고교를 거쳐 사회로 진출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선 지원체계가 어느 정도 갖춰진 반면 중·고교는 미비한 실정이다. 고교 때 중도입국을 하면 공교육 진입이 어려워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우리 학생들은 학교에 오는 걸 좋아합니다. ‘다문화’라는 동질감을 공유하다 보니 편안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허혜경 다솜관광고 교육연구부장) 2012년 개교한 서울 숭인동 다솜관광고는 국내 최초 공립 다문화대안학교다. 관광콘텐츠과·관광서비스과 두 학급에 40명을 모집한다. 학생들의 이중언어 능력을 살려 여행사·호텔 등에 취업할 수 있도록 특화했다. 2021년 재학생은 114명, 출신국가는 중국·베트남 등 12개국이다.

청소년기 중도입국은 삶의 ‘리셋’ 버튼을 누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재혼가정이 많다보니 새아버지와의 갈등이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정불화를 겪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허 교사는 “이주배경학생들에게 학교는 공부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라며 “안정적인 소속을 두면서 한국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다솜관광고는 최근 고민거리가 생겼다. 취업과 진학 간 괴리 때문이다. 올해 졸업생 39명 중 23명이 진학했고, 그중 ‘인서울’ 대학에 외국인 전형으로 14명이 합격했다. 2021년 진학률 81.3%, 2020년 진학률도 69.2%였다. 반면 취업은 없다시피 했다. 허 교사는 “진로를 취업으로 한정해 학생들 욕구를 제한한 것 아닌지 교육 내용 정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대학 진학률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내국인도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아르바이트’가 아닌 회사 취업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학 진학은 졸업 후에도 한국에 남을 가능성을 높이는 합리적 선택으로 봐야 한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의 2021년 실태조사를 보면 이주배경청소년 반수 이상이 ‘한국에서 살고 싶다’(57.9~67.5%)고 응답했다. 양계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어차피 한국에 머무를 집단이라면 한국의 성장 동력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구감소 시대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한국거주 의사는 낮아졌고(9~12세 63.6%, 13~18세 56.6%, 19~24세 52.5%),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늘었다.

재학생 심모양(17)과 졸업생 유모씨(20)는 각각 2019년, 2016년 한국에 온 중국동포다. 심양은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세상에 대한 경험을 넓히기 위해 대학은 가고 싶다”고 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게 꿈이다. 유씨는 올해 성균관대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했다. 그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학교 에브리타임 게시판이 중국 욕으로 도배된 걸 보고 움찔했다. 유씨는 “졸업하면 중국으로 돌아가 방송사 PD가 되고 싶다”며 “한국 예능만 따라하는 중국 프로그램을 혁신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한국에 남고 싶어하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본국으로 돌아가면 혜택만 받고 떠난다’는 비난이 교차하는 현실에서 이주배경 학생들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투소프카’

취업으로 한정된 진로 설계가 ‘벽’
“남고 싶다 하면 돌아가라고 하고
가면 혜택만 받고 떠난다 비난해”

서울 문래동 철공소거리에 이주민센터 ‘친구’가 개설한 문화공간 ‘투소프카(모임·어울림)’가 있다. 고려인 출신 소련 록 가수 빅토르 최가 속했던 음악 그룹에서 이름을 따온 투소프카는 검정고시나 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어울리는 곳이다.

대학생이자 이주활동가인 중국동포 박동찬씨(26)는 이곳에서 한국사 교육 봉사를 하고 있다. 박씨는 2016년 연세대 유학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조선족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시작됐다고 했다. “한국과 중국 양궁팀이 붙었는데 무의식적으로 중국을 응원했나봐요. 외조부가 ‘근본도 없는 놈’이라고 호통을 치셨어요. 원래 독립운동가 집안이기도 해서, 골수 민족주의자로 자라났죠.” 조국에서 ‘주류’로 살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조선족 혐오’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졌다. “제가 겪은 갈등을 후배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교육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투소프카를 비롯한 다문화청소년센터들은 이주민 2세의 진로 교육으로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주배경 학생은 진로 선택의 폭이 좁아요. 최근 유행은 바리스타·제빵·미용이지만, ‘4차 산업혁명’ 관련 직업도 다양하잖아요. 변호사·의사 같은 전문직을 원할 수도 있고요. 장기적인 진로를 계획할 수 있도록 도와야죠.”(신혜영 투소프카 센터장) 이주배경청소년은 진로 설계과정에서 정보와 경제력 부족, 불안정한 체류자격 등 ‘삼중고’를 겪는다. 진로에 관한 정보가 적으니 결국 ‘아는 형이 택배일로 돈 많이 번다’며 주변인을 따라가는 선택을 하게 된다. 외국인 전형으로 상위권 대학을 간다해도, 이주민은 평범한 일자리조차 ‘바늘구멍 통과하기’다.(1회 ‘서바이벌 비자게임’ 참고)

2018년 인천에서 이주배경 학생이 집단 폭행을 당하다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현실을 환기했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실태조사에서 이주배경 학생 4분의 1가량이 차별을 경험했고, 차별당한 후 ‘그냥 참았다’(59.6%)고 했다. 반면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내국인 청소년의 ‘다문화 수용성’은 2018년 71.22점에서 2021년 71.39점으로 높아졌다. 응답자 90% 이상이 다문화학생과 같은 반이나 친구가 되는 것에 ‘불편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혐오 풍조가 심화되고 있지만, 적어도 학교 현장에선 이주민에 대한 포용력이 한뼘쯤 커졌음을 보여준다. “이미 다문화 사회에 들어선 현실을 되돌릴 순 없으며, 교육권은 국적으로 차별할 수 없는 보편적 인권임을 인정해야 한다.”(안산글로벌청소년센터 은수연 실장)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다문화 교육’은 조금씩 진전했다. 온정주의 차원이 아니라 이주민과 바람직하게 공존하기 위해 다문화 교육은 필요하다. ‘다문화 시즌2’는 학령과 배경이 다양해진 이주배경 청소년에 대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중·고등학생 및 후기 청소년을 위한 진로 교육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교육청 최효경 장학사는 “중·고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새롭게 정책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주민 밀집지역은 각종 정책학교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주민이 적은 지역은 다문화학생 전입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최 장학사는 “온라인 수업 등 한국어 교육의 체계화, 심리상담 등 생활 지원도 과제”라고 했다.

지난달 21일 울산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들이 주민 반발을 딛고 첫 등교를 했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학생의 손을 꼭 쥐고 나란히 학교로 향하는 장면이 주목을 끌었다. 노 교육감은 아이들에게 꽃을 건네며 환영했고, 아프간 학생들은 한국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다. 집단 배정에 반발하던 학부모들도 누그러졌다. 외국인 관련 기사라면 비판 일색이던 댓글창에도 드물지만 환대의 글이 달렸다. “사랑을 주면 사랑이 나고 증오를 주면 똑같이 돌아온다.” “학교는 벽 세우고 차별하는 곳이 아닙니다. 얘들아 입학 축하해!”

[5%의 한국]⑤‘다문화’라는 낙인-교실에선 자리 잡아 가는데…‘다문화 시즌2’ 못 따라가는 한국 사회
■기획취재팀 배문규·김원진·최민지(스포트라이트부) 이두리(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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