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람! 1만km의 등교길(하)

국경이나 피부색 같은 건 두고 와, 피구하러 갈 거니까읽음

울산|조해람 기자
지난 4일 오후 울산 동구 중앙아파트 앞 마당에서 아프간과 한국 어린이들이 하교 후 함께 놀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4일 오후 울산 동구 중앙아파트 앞 마당에서 아프간과 한국 어린이들이 하교 후 함께 놀고 있다. 한수빈 기자

울산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초등학생들은 지난 3월21일 무사히 등교했다. 같은 날 중·고등학생들도 각자의 학교에서 새 친구들을 만났다. 어른들의 걱정과 달리 교실에는 편견도, 장벽도 없었다. 새학기의 교정에서 두 나라 학생들은 함께 어려운 수학문제와 씨름하고, 축구를 하러 몰려나간다.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다. 갑작스런 대규모 이주에 지역사회에선 반발과 갈등이 있었다. 울산 사람들은 그럴수록 더 많은 소통과 대화로 거리를 좁혀 갔다. 바닷가 공업도시가 사막의 낯선 손님들을 자연스럽게 이웃으로 받아들여가던 4월의 어느 날 오후, 서부초 한국 어린이 셋이 아파트 언덕을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


“투미토애니!”

이차방정식의 두 근과 계수 a,b,c 사이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울산 남목고 1학년 4반 황현서는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지난 5일 화요일 1교시 수학시간, 4반 학생들은 교과서 위에서 만만치 않은 적수를 만났다. “조별로 얘기해 볼까?” 선생님의 말에 4~5명씩 모여 앉은 6개 모둠에서 복작복작, 여러 높낮이의 목소리들이 한꺼번에 터졌다. 모둠을 돌며 토론을 지도하는 선생님이 지나가면 잡담도 조금씩 섞인다.

지난 5일 오전 울산 동구 남목고 1학년4반 교실에서 워리스(오른쪽)가 수학 도우미 황현서양과 수업을 듣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5일 오전 울산 동구 남목고 1학년4반 교실에서 워리스(오른쪽)가 수학 도우미 황현서양과 수업을 듣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건 마이너스 1….” 현서는 짝꿍과 나란히 머리를 맞댔다. 함께 펼친 교과서에 밑줄을 긋는 샤프의 움직임을, 현서의 왼쪽에 앉은 워리스의 두 눈이 바삐 따라간다. 지난달 21일 전학 온 워리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총알을 피해 사막을 건넜다. 수백 명이 가득찬 한국군 군용기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워리스는 한국 울산의 교실에서 교복바지에 흰색 후드티를 입고 가만히 수식을 노려봤다. 수학에 능한 중동 아이에게도 복소수는 제법 어려운 상대다.

2주일 정도 전이었다. 3월18일 금요일 오후, 7교시가 막 끝난 교실에 교감선생님의 교내 방송이 울렸다. “…21일부터 아프간 학생 4명이 1학년 4반과 5반, 6반, 8반에 1명씩 배정될 예정입니다. 우선 1층에 적응지원교실을…” 와, 진짜 오는구나. 어떻게 생겼을까. 스피커를 타고 교감선생님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여러 번 받았고 그 덕분에 선진국이 됐죠. 여러분도 어려움에 처한 다른 지구인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이방인으로서 지구촌 어디에서도 살 수 있는 것처럼, 아프간 친구들도 우리나라에 오게 됐습니다…”

지난 5일 오전 울산 동구 남목고로 아프간 출신 1학년 학생 살림, 워리스, 아지미(왼쪽부터)가 등교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5일 오전 울산 동구 남목고로 아프간 출신 1학년 학생 살림, 워리스, 아지미(왼쪽부터)가 등교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3월21일 월요일 오후 1시40분, 5교시 과학시간 과학실에 워리스는 나타났다. 생활도우미 학생과 함께 온 워리스는 자기소개 없이 자리에 앉았다. 어색한 며칠. 악수하자고 손을 뻗는 것도 이 친구네 나라에선 실례일까봐 4반 아이들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새학기 1학년 교실의 간지러운 봄 공기에 몇 명이 결국 항복했다. 수요일 창의적체험활동시간, 아이들은 워리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이!” “왓 두 유 라이크?”

남목고 뒷마당에도 벚꽃이 활짝 피었다. 남자아이들은 점심시간에 워리스와 아프간 아이들을 운동장에 데리고 나갔다. “역시 애들은 다 똑같구나”라고 현서는 생각했다. 워리스의 수학시간 도우미를 맡은 현서는 워리스로부터 간단한 아프간 말도 몇 개 배웠다. 안녕은 살람, 고마워는 타샤코르….‘넌 할 수 있어’는 “투미토애니”라고 했다. 그렇게 5일 1교시 수학시간, 이차방정식의 계수 a,b,c를 앞에 놓고 나란히 앉은 두 고등학생은 서로 격려하며 연필을 고쳐 잡았다. “워리스, 투미토애니!” “투미토애니, 현서.”

지난 5일 오전 울산 동구 남목고에서 워리스와 황현서양이 수학 수업을 듣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5일 오전 울산 동구 남목고에서 워리스와 황현서양이 수학 수업을 듣고 있다. 한수빈 기자

소리내서 읽어야 해

워리스가 수학문제를 풀던 시간, 살림과 아지미는 1층 111호 교실에 앉아 있었다. “우리 오자마자 하는 거 있지? 아침마다 하는 거!” 전담교사 한서윤씨가 한국문화 적응 수업 시간에 낭랑한 영남 악센트로 아지미를 지목했다. 서윤씨는 이 수업 시간마다 오늘이 몇월 며칠이고 날씨는 어떤 지 아이들에게 적게 한다. 곱슬머리를 투블럭으로 친 아지미가 쭈뼛대며 앞으로 나섰다. 다우드는 몸이 아파 하루 쉰다고 했다. 책상 4개가 놓인 작은 교실, 투명 아크릴 칠판 위로 검정색 보드마카가 천천히 움직이다가 ‘2022년 4’에서 멈칫한다. “틀려도 괜찮아, 그냥 해!” 서윤씨가 옆에 ‘월’을 적자 아지미가 따라 쓴다. ‘2022년 4월 5일 화요일’까지 적고 나니 친구 살림의 차례다. “살림, 오늘 날씨는?” “오늘의 날씨…날씨…맑음!” ‘오늘의 날씨는 맑음’이 파란색으로 적혔다.

지난 5일 오전, 울산 동구 남목고 한국어 시간에 살림(왼쪽)이 오늘의 날씨를 적고 있다. 남목고의 아프간 아이들은 서로 다른 반이지만, 한국어와 한국문화 적응 수업은 한 곳에서 함께 듣는다. 여건개선교사 한서윤 선생님(오른쪽)이 살림을 바라보고 있다.한수빈 기자

지난 5일 오전, 울산 동구 남목고 한국어 시간에 살림(왼쪽)이 오늘의 날씨를 적고 있다. 남목고의 아프간 아이들은 서로 다른 반이지만, 한국어와 한국문화 적응 수업은 한 곳에서 함께 듣는다. 여건개선교사 한서윤 선생님(오른쪽)이 살림을 바라보고 있다.한수빈 기자

남목고의 아프간 학생 넷은 다 다른 반이다. “아이들은 같이 섞여야 해. 다문화나 특수교육이나 통합이 기본이야. 분리가 고착화되면 안된다.” 김수영 교장선생님의 강한 의지였다. 넷은 111호에 모여 한국어와 한국문화적응 수업을 듣다가, 원래 반이 수학·영어시간일 땐 올라간다. 아직까진 서윤씨가 넷의 조·종례를 맡고 있다.

책상에 앉은 아지미는 왼손으로 이마를 짚고 한국어 예문을 읽었다. 이것은 책상이고, 저것은 공책이 아니다. 중저음 목소리는 지루한 듯 종종 멈췄다. “소리 내서 읽어야 해! 계속 읽자 아지미.” 서윤씨가 독려한다. 뒷줄 오른쪽에 앉은 살림은 한국어 교재를 펼쳤다. ‘친구에게 미래의 집을 설명해 봅시다.’ 살림은 또박또박 적어내려갔다. “우리 집엔 마당이 넓다. 마당에 꽃이 많고 나무도 커. 지붕이 높아. 우리 집이 예쁘다.”

지난 5일 오전 울산 동구 남목고에서 살림(왼쪽)과 아지미가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5일 오전 울산 동구 남목고에서 살림(왼쪽)과 아지미가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한수빈 기자

살림이 글로 그린 미래의 집은 지금 사는 아파트와 꼭 닮아 있다. 아이들이 처음 등교한 3월21일, 첫날 하교길 인솔을 하면서 서윤씨는 그 집을 멀리서 봤다. 외국인 학생 넷을 태운 낯선 노선의 버스가 덜컹댔다. 어디지 어디? 내려야 할 정류장을 계속 잘못 검색했다. “선생님, 여기에요 여기!” 진땀을 빼는 서윤씨를 아이들이 오히려 데려다가 내렸다. 서윤씨는 상황이 재밌어서 소리내 웃었다.

한밤중의 돼지국밥

1월24일, 교육부의 짧은 공문이 전산망을 타고 울산교육청에 도착했다. ‘학령기아동 공교육 진입 지원 협조 요청.’ 사흘 뒤 법무부도 공문을 내려보냈다. ‘특별기여자 지역사회 정착 예정 알림.’ 워리스와 살림과 아지미의 명단이 자세히 적힌 문서는 아니었다. 교육협력담당관실 김정헌 주무관은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울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다문화 학생들이 오는 추세였는걸요.” 상사인 장영복 사무관과 서진규 과장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2월7일 아프간인 29가구 157명이 중앙아파트에 입주하고, 초등학생 28명이 서부초로 배정되면서 예상 밖의 바쁜 날들이 시작됐다. 일부 서부초 학부모들은 ‘일방 행정’을 지적했다. 2월9일, 학부모 40여명이 운동장에 모여 플래카드를 펼쳤다. ‘먼저 외국인학교부터 고려하라’ ‘우리 아이들 맘놓고 학교 보낼 수 있는 대안을 달라’. 반대 목소리 속에는 생소한 이슬람 문화에 관한 오해에서 비롯된 걱정도 일부 섞여 있었다.

지난 5일 울산시교육청 교육협력담당관실의 김정헌 대외협력팀 주무관, 서진규 교육협력담당관, 장영복 대외협력팀장(왼쪽부터)이 울산시교육청 1층 카페테리아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청의 다른 유관부서들과 함께 아프간 특별기여자 자녀들의 공교육 편입과 지원 전반을 기획·조정했다. 한수빈 기자

지난 5일 울산시교육청 교육협력담당관실의 김정헌 대외협력팀 주무관, 서진규 교육협력담당관, 장영복 대외협력팀장(왼쪽부터)이 울산시교육청 1층 카페테리아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청의 다른 유관부서들과 함께 아프간 특별기여자 자녀들의 공교육 편입과 지원 전반을 기획·조정했다. 한수빈 기자

서 과장은 그럴 때마다 교육청 1층 로비에 작은 네온사인으로 적힌 모토를 떠올렸다.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 서 과장의 머릿속에서 이 문장은 “한 명의 학부모도 포기하지 않는다”로도 읽혔다. “우리 정책이 아무리 옳더라도, 반대한다고 적대시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서로 더 많이 소통하며 이해하고 함께 참여시키자는 데서 출발했죠.”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전례없는 대규모 이주였다. 관공서인 울산시교육청조차 조금 급작스럽게 느꼈는데 동네 사람들 입장에선 어땠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학부모들이 놀라 반발하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갔다.

어쨌거나 이제 교육청의 일이었다. 교육청 내 유관부서들이 모여 팀을 꾸리고 협력담당관실이 전체적인 기획과 협의를 담당했다. 맨땅에 헤딩. “진정성”밖에 믿을 게 없었다. 최대한 많은 학부모가 대화 자리에 올 수 있게 모든 설명회와 간담회 시간을 저녁 6시30분~7시 이후로 잡았다. 학부모 대표단과 학교 관계자, 교육청 공무원 등이 모인 ‘협의체’가 2월17일 서부초 교장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시계는 오후 7시를 가리켰다. 첨예한 몇 시간이 후딱 갔다.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교장실 창을 밝힌 불이 꺼졌다.

지난 5일 오전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정착해 살고 있는 울산 동구 중앙아파트에서 한 학생이 등교길에 잠깐 생각에 잠겨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5일 오전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정착해 살고 있는 울산 동구 중앙아파트에서 한 학생이 등교길에 잠깐 생각에 잠겨 있다. 한수빈 기자

협력담당관실 세 남자의 달력엔 일정이 늘어 갔다. ‘2월21일 서부초 학부모 면담’ ‘2월23일 학부모 대표·운영위원장 면담’ ‘3월3일 서부초 학부모 설명회’…. 노옥희 울산교육감도 자리마다 직접 참석했다.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이 조금씩, 천천히 열렸다. “서부초에 오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소통이나 문화 이해도를 기른 뒤에 오는 게 좋지 않겠나.” 학부모들의 입장은 이렇게 정리됐다. 교육청은 “한국문화적응반을 설치해 6개월~1년 정도 기간을 두고 천천히 적응토록 하자”고 제안했고, 학부모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3월16일 저녁, 세 남자는 울산 동구청 4층 중강당에 섰다. 아프간 학부모들이 강당을 가득 메웠다. 자녀의 등교를 앞둔 이들에게 시간표와 급식, 통학 등을 안내했다. 한국어와 아프간어, 영어가 곳곳에서 웅성웅성 뒤섞였다. 10년 전 아프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김재현씨가 사람들 틈에서 바삐 통역했다. 오후 9시쯤, 유치원생 몇이 마지막으로 가방을 받아들고 나가니 저녁을 굶은 세 남자의 배가 꼬르륵댔다. 다시 교육청 청사가 있는 울산 중구 혁신도시. 한밤의 국밥집에서 셋은 뜨거운 돼지국밥을 후후 불며 삼켰다. 내일 있을 서부초 학부모 대상의 마지막 설명회를 준비해야 했다. 한 달 전만큼 걱정되지는 않았다.

손으로 손을 터치하면

베이지색 추리닝을 위아래로 맞춰 입은 열 살 아이샤는 아파트단지 오른편 정문 방향을 목이 빠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4월4일 오후 3시45분, 건너편으로 보이는 현대중공업 조선소의 거대한 크레인을 햇살이 조금 비스듬하게 비췄다. 전나무로 둘러싸인 마당을 괜히 왔다갔다하며 아이샤는 누군가를 오래 기다리는 듯했다.

10분쯤 지났을까. 멀리서 6학년 한국 어린이 셋이 가방을 매고 휘적휘적 올라온다. 아이샤는 폴짝폴짝 뛰어가 한국인 언니들을 맞이했다. 때마침 아파트 1층에서 나온 현대중공업 직원 김창유씨가 양팔을 뻗으며 소리친다. “얘들아, 너희가 내 구세주다!” 아프간인들과 두 달째 동고동락하고 있는 그는 이날도 아프간 아이들과 한창 놀아주다가 이제 막 회사로 돌아가는 참이었다.

지난 4일 오후, 울산 동구 서부초 6학년 아이들이 하교 후 친구들을 만나러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사는 중앙아파트에 놀러 왔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프간 아이 아이샤가 한국 언니들을 마중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4일 오후, 울산 동구 서부초 6학년 아이들이 하교 후 친구들을 만나러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사는 중앙아파트에 놀러 왔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프간 아이 아이샤가 한국 언니들을 마중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눈이 크고 속눈썹이 긴 아프간 꼬마들이 신난 표정으로 하나 둘씩 아파트에서 뛰어나왔다. 20명이 넘는 두 나라 아이들의 놀이터가 열렸다. “술래잡기?” “오케이.” “무궁화!” 짧은 한국어와 더 짧은 영어, 아프간 다리어가 저마다 재잘댄다. 통역 없이도 아이들은 몸짓이나 손짓으로 서로를 읽었다. 손으로 손을 터치하면 술래가 된다. 그렇게 친구가 된다. 누군가 잘 못 알아들으면, 눈치 빠른 아이가 나서서 다리어로 나름대로 설명해준다.

자주색 패딩 차림의 아프간 여자아이가 쭈뼛거리자, 다른 아이가 손을 잡아끌고 술래잡기의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피구?” “피구!” 순식간에 대형이 바뀌고, 노란색 작은 공을 던지고 받는다. 황토색 옷을 입은 아프간 꼬마는 잠깐 적진에 등을 돌리고 수다를 떨다가 공을 맞았다. “노노노!” 억울한 목소리에 곳곳에서 깔깔깔 웃음이 터졌다.

지난 4일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사는 울산 동구 중앙아파트 앞마당 아프간과 한국 어린이들이 하교 후 함께 놀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4일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사는 울산 동구 중앙아파트 앞마당 아프간과 한국 어린이들이 하교 후 함께 놀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4일 오후 울산 동구 중앙아파트. 아프간과 한국 어린이들이 어울려 노는 모습을 창밖으로 보며 같이 나가 놀고 싶어하는 동생을 형이 달래주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4일 오후 울산 동구 중앙아파트. 아프간과 한국 어린이들이 어울려 노는 모습을 창밖으로 보며 같이 나가 놀고 싶어하는 동생을 형이 달래주고 있다. 한수빈 기자

“아프간 사람들이 올 때 어른들은 걱정이 컸는데, 아이들은 괜찮았어요. 지금도 이미 우리 생각 이상으로 친해져 있어요. 그게 본질 아닐까요?” 창유씨는 여전히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아프간 엄마들을 상대로 교육과 취업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하고, 서부초 학부모들을 위한 다문화 강연도 열린다. 멀지 않은 날에 전문 사진가를 불러 한 집씩 가족사진을 찍어줄 계획도 갖고 있다.

창유씨가 탄 승용차가 아파트 정문 차단기를 지나 빠져나갔다. 북향으로 난 아파트의 작은 앞마당에서 놀이는 한동안 계속됐다. 놀다 지친 아이들은 나무그늘 돌화단에 앉았다. 서쪽으로 기우는 햇살이 아이들의 머리마다 황금빛 띠를 둘렀다. “너는 생일이 언제야?” 나란히 앉은 한국 언니의 질문에 아프간 꼬마가 고개를 갸웃했다. “타발롯?(tavalodet·생일)” 아프간 언니가 알려주자 눈썹이 방긋 올라간다. “아! 오월…이십 삼!” 체력이 남는 아이들은 마당에서 계속 피구공을 던졌다. 국적, 인종, 언어…세상을 나누고 가르는 그 어떤 경계선도 오후의 놀이터에선 필요하지 않았다. 피구할 때 필요한 ‘금’조차도 돌멩이 하나면 충분했다. 앞마당 한가운데에 운동화만한 돌 하나를 놓고 아이들은 “이게 금”이라고 했다.

모두가 저녁을 먹으러 돌아갔을 때, 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지난 4일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사는 울산 동구 중앙아파트 앞마당 아프간과 한국 어린이들이 하교 후 함께 놀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4일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사는 울산 동구 중앙아파트 앞마당 아프간과 한국 어린이들이 하교 후 함께 놀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4일 오후 울산 동구 중앙아파트 앞마당에 한국과 아프간 아이들의 놀이터가 열렸다. 한국 어린이(왼쪽)와 아프간 어린이가 손을 꼭 잡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4일 오후 울산 동구 중앙아파트 앞마당에 한국과 아프간 아이들의 놀이터가 열렸다. 한국 어린이(왼쪽)와 아프간 어린이가 손을 꼭 잡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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