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19일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삭발식이 열렸다. 삭발에 나선 이들은 ‘반복되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죽음을 막아라.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하라!’는 문구가 적힌 하얀색 상자를 들었다. 머리 위로 바리캉이 지날 때마다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졌고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렸다.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두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발달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 보장 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반복된다면서 낮시간 활동 지원, 가족 지원체계 수립 등을 촉구했다. 주최 측 추산 2500여명이 모인 이날 집회에서 500여명이 삭발에 참여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발달장애인 자녀들은 지원 체계 없이 이 세상에 혼자 내동댕이쳐져 있다”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최소한 낮 시간의 서비스 확대, 주거 유지·직업 서비스라도 국정과제에 담아달라”고 말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발달장애인들에게 목소리가 있지만 그 목소리를 듣지 않는 자가 있다면 바로 그것이 비문명”이라며 “감옥같은 거주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삶의 여백을 채우려고 하는데 이것마저 지키지 않는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삭발 행렬에는 발달장애인 동생을 둔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동참했다. 장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과 탈시설지원법 등 중요한 법안들이 심의되고 있지만, 많은 동료 의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관심 기울이지 않는다”며 “2년이 흘렀지만 다시 이 자리에 여러분이 있게 해 죄송하다는 의미로 삭발한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때부터 하던 말이 ‘문재인 정부에서 하던 좋은 정책들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었다”며 “추진해오던 활동지원 (서비스) 확대, 방과후 활동 지원 확대 등이 더 견고하고 촘촘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