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비웃는 ‘골라 태우기’…택시 승객 ‘발 동동’

강은 기자

코로나19로 택시 대수 급감, 방역 완화 이후 수요 급증

빈차등 끄고·앱으로 목적지 확인 후 승객 가려 받아

심야 귀가대란 속 편법 ‘승차거부’…단속엔 고성 항의

<b>“장거리만 갑니다”</b> 지난달 29일 밤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인천지역 택시가 택시등을 끈 채 대기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장거리만 갑니다” 지난달 29일 밤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인천지역 택시가 택시등을 끈 채 대기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통화 중이었다니까요. 아이∼,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요?”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서울 홍대 로데오거리. 서울시 교통지도과 소속 심야택시 단속반 공무원들이 승객이 없음을 알리는 ‘빈차등’을 꺼놓고 콜을 대기하던 택시로 다가가자 기사가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단속 공무원들은 한참 실랑이를 한 끝에야 해당 기사에게 과태료 딱지를 뗄 수 있었다.

진광희 주무관은 “고성이나 욕설은 물론이고 차에서 내려 물건을 던지기도 한다”며 “상황이 심할 때는 경찰을 불러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빈차등이 꺼져 있는 택시는 홍대역 상상마당과 동교동 삼거리 인근 등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자정 무렵에 다가갈수록 택시를 타려는 승객들이 몰려 들었지만 시민들은 택시가 있는 곳으로 접근했다가도 빈차등이 꺼져 있는 것을 보고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단속 비웃는 ‘골라 태우기’…택시 승객 ‘발 동동’

서울시는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심야택시 단속반’을 운영 중이다.

홍대, 종로, 명동, 강남 등 퇴근 후 직장인 등이 대거 몰리는 서울시내 주요 상업지역 등이 이들의 주된 단속 지역이다. 하루 심야택시 단속반은 6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시가 단속반까지 운영하면서 택시 운행 정상화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도심 곳곳에서는 ‘심야택시 승차난’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승객 급감으로 많은 택시기사들이 운전대를 놓았는데,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심야시간대 서울 도심에서 활동하는 인구는 급증했기 때문이다. 택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심해진 것이다. 승객은 많고 택시는 부족하다 보니 장거리 손님을 선호하는 ‘골라 태우기’도 늘어나고 있다.

단속반에 따르면 요즘은 노골적인 승차 거부보다 택시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에 뜬 목적지를 보고 승객을 골라 태우는 편법이 많아졌다. ‘승객 골라 태우기’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다. 진 주무관은 “도로에서 ‘빈차등’을 끄거나 ‘예약등’을 켠 채로 장거리 호출을 기다리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속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날 동행한 서울시 단속반원들은 “(승객을) 골라 태우는 게 의심돼도 명확한 증거를 잡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정차 중이었다고 해도 해당 택시기사가 ‘쉬는 중이었다’고 변명하거나 단속반 요구에도 문을 열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단속반원이 다가가면 눈치를 채고 재빨리 달아나버리기도 한다. 단속 시 택시기사들의 불만과 항의도 심해졌다.

택시 승차난이 심화하면서 서울시는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하고 법인택시를 야간에 집중 배차하는 등 긴급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하철 심야 연장 운행과 심야 할증 시간대 확대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송재홍 주무관은 “이제 본격적으로 ‘택시 대란’이 시작될 것”이라면서 “거리 두기가 풀렸으니 단속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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