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회복이 선물한 가족 나들이
네 살 된 아이와 외출한 엄마
“야외 사진 속 마스크 착용 모습
마음 안 좋았는데 이제 덜 미안”
어린이대공원·완구거리 등엔
가족 단위 손님들로 ‘북적북적’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은 5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부모 손을 잡고 나들이를 나온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뒤 처음 맞는 어린이날인 데다 화창한 날씨까지 더해져 고궁과 공원, 상점가는 활기를 띠었다. 아직 대부분의 아이들이 마스크를 썼지만 마스크 없이 활짝 웃는 모습도 간간이 보였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은 이날 오전부터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로 붐볐다. 대공원 내 놀이동산과 동물원 잔디밭 여기저기에 자리를 펼친 사람들이 보였다. 아이들은 길에서 음료수를 마시거나 장난을 치면서 활기차게 돌아다녔다.
박도영씨(33)는 “아이들에게 그동안 미안했다”면서 “여전히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못 벗지만 밖에서라도 벗을 수 있으니 덜 미안하다”며 웃었다. 4세 아이와 함께 외출한 최은영씨(33)는 “마스크를 벗는 것이 조금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밖에서 찍어준 사진이 여태까지 늘 마스크를 쓴 모습이어서 마음이 안 좋았다”며 “외출한다고 하니 아이가 습관적으로 마스크를 찾았는데, 오늘은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김선화씨(36)는 “아이가 어떤 날은 마스크를 쓰면 귀가 따갑다고 해서 걱정하기도 했는데, 오늘은 이 문제로 칭얼대지 않아서 정말 좋다”고 했다. 세 살배기 손녀의 손을 잡고 외출한 이정숙씨(56)는 “이제 손녀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다”며 미소지었다. 아이들도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어린이날을 반겼다. 정지운군(13)은 “마스크를 쓰면 귀와 코가 아프고, 숨이 차서 늘 답답했다”며 “(마스크를 벗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전희원양(8)은 “길에서 엄마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는데 (그동안) 못 먹었다. 마스크를 쓰면 얼굴이 따갑고 답답했는데 진짜 좋다”며 웃었다.
이날 오후 종로구 창신동의 완구거리는 장난감을 사러 나온 나들이객들로 붐볐다. 거리를 지나가기 힘들 정도였다. 공휴일을 맞아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된 완구거리는 장난감을 양손 가득 든 부모들, 선물을 더 사달라고 보채는 아이들 소리, 고심해서 장난감을 고르는 어린이들로 가득 찼다. 진모양(12)은 “엄마가 오늘은 안 된다는 말을 안 하고 선물을 사줬다”며 소꿉놀이 세트를 손에 꼭 쥐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아이와 함께 찾은 네팔 출신 A씨는 “어린이날에 맞춰 선물을 사주고 싶어서 나왔다”며 “갖고 싶다던 레고를 사줬다”고 말했다.
완구거리 인근의 한 카페는 손님이 너무 몰려 얼음이 다 떨어졌다며 ‘아이스 음료를 더 이상 주문받지 못한다’는 안내문을 써 붙이기도 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얼음이 다 떨어져서 중간에 급하게 사왔는데 또다시 소진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