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 조작 검사를 비서관에…이게 공정·상식입니까”읽음

조해람 기자 lennon@ kyunghyang.com

“국민보다 조직 이익에 충성, 악한 자가 승진하는 것 보여줘

용기 있는 검사 있다면 정의로운 말 한마디 해야 하는 시기

한국 사회 잘못된 메시지 주는 윤석열 정부 부끄러운 인사”

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 조작 검사를 비서관에…이게 공정·상식입니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께 묻고 싶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 말씀하신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이런 겁니까?”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사진)는 지난 7일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이 사건 증거 조작에 관여한 이시원 변호사(전 검사)의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내정에 대해 “너무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씨는 “(내정 소식을) 처음 기사로 접했을 때 동명이인이 아닌가 생각했다. 제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며 “도저히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 너무나 부끄러운 인사이자 대한민국 역사의 오명”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은 2013년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화교 출신 공무원인 유씨를 간첩으로 몰아간 일이다. 당시 국정원과 검찰은 유씨가 중국에서 찍은 사진을 ‘북한에서 찍은 사진’이라며 법정에 냈다. 또 위조된 중국·북한 출입경(출입국) 기록도 함께 제출했다.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씨는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당시 이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로 이 사건 수사와 기소를 담당했다. 유씨는 이 변호사의 새 정부 고위직 내정이 한국 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던지는 인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인사는) 악하게 살아도 줄만 잘 서면 승진한다는 것, 국민의 이익보다 조직의 이익을 위해 거짓과 조작을 넘나들어도 처벌은커녕 때가 되면 승진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항상 자녀들에게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데, 앞으로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검찰 조직의 자성도 촉구했다. 유씨는 “(간첩 조작 사건은) 검찰총장이 사과까지 한 사건인데,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를 하며 처벌하지 않았다”며 “용기 있는 검사들이 계신다면 정의로운 말씀을 하나라도 하셔야 하는 시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증거 조작이 들통나자 검찰은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에 나섰지만 이 변호사는 형사처벌 대신 정직 1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출범한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이 사건 수사와 공판에 관여한 검사들은 조작된 증거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일부는 허위임을 인식했을 가능성도 있었음에도 검사의 과오와 책임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유씨는 “뉴스로 수많은 국민들의 목소리가 나가고 있다. 후보 시절 소통을 강조했던 당선인께서 약속을 꼭 지켜줬으면 한다”며 “부디 이 잘못된 인사를 철회하고 더 나은 인재를 채용해 중책을 맡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의 공직 복귀를 두고 시민사회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대표적인 국가폭력 사건이자 검찰권 오남용 사건에 관여해 중징계까지 받은 인물을 발탁해 공직기강을 바로잡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같은 날 천주교인권위원회도 “이 변호사는 증거가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거나 최소한 증거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유씨와 그 가족들에게 치유될 수 없는 고통을 준 책임자”라며 “(공직기강비서관 내정은) 위와 같은 사실을 몰랐거나 아니면 알고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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