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용산 집무실 인근 집회 금지 통고 유지 방침…“자의적 법 해석” 비판도

구교형 기자
새 정부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오른쪽)와 합동참모본부 전경.  연합뉴스.

새 정부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오른쪽)와 합동참모본부 전경. 연합뉴스.

경찰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에 대한 금지 통고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법원이 집무실 인근을 지나는 집회를 금지한 경찰 처분에 제동을 걸었지만 기존처럼 다른 집회 신청도 수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시민사회는 경찰이 자의적 법 해석을 근거로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1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경찰청은 최근 용산경찰서 등 일선에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 신고가 들어오면 금지 통고한다는 지침을 공유했다. 법원이 임시적으로 개별 사례 1건에 한해 경찰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종전의 방침을 유지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의 본안 판결을 받아보기로 했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기존 스탠스를 유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이 “집무실 인근을 지나는 집회의 금지를 취소해달라”며 서울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일부를 인용했다. 법원이 현행법상 집회가 금지되는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 집무실’을 구분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집무실 인근 집회가 허용될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경찰은 본안 소송을 통해 사법부 판단을 다시 받아 보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전날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법무부 지휘를 받아 즉시항고하기도 했다. 경찰은 “법원 결정 취지에 따라 집회가 계속될 경우 주변 도심권 교통 체증과 소음 등 극심한 시민 불편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또 무지개행동 사례는 행진 규모가 작아 위해 요인이 적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을 것이라며 다른 대규모 집회였다면 법원 판단도 달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원 결정에도 경찰이 집회 신고를 계속 불허하자 시민단체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참여연대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북미 합의 이행 및 한반도 평화를 주장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국방부 및 전쟁기념관 앞에서 진행하겠다고 신고했는데, 경찰이 금지 통고를 내렸다”며 “경찰 처분에 본안 소송과 금지 통고 효력정지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경찰이 대통령실 업무 환경을 이유로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용산경찰서가 일부 집회 위치를 변경하도록 유도하다가 집무실과 다소 거리가 있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7개 단지 협의회’에서 탄원서를 준비하는 일도 벌어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서채완 변호사는 “특정 장소에서 집회를 못하게 하려면 직접적인 위험 초래 가능성이 명백하게 입증돼야 한다”면서 “경찰의 금지 통고 유지는 헌법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국제인권규범에 비춰볼 때 부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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