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9% 폭락’ 루나·테라 투자자들, 분노 넘어 ‘공포감’까지읽음

유경선·문재원 기자

코인 개발자 집 찾아가기도

전문가 “자책 말고 버텨라”

한국산 가상통화 루나와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의 폭락 사태로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코인을 개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신변을 언급하는 인터넷 글도 보인다. 권 대표의 가족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지난 12일 루나·테라의 시세가 99.99% 폭락한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내역을 캡처해 올리거나 권 대표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루나 2억9000만원가량을 매수했다가 1000만원 남짓을 손에 쥔 투자자, 18억여원어치를 매수했다가 480만원으로 줄어든 투자자들의 손실 인증이 줄을 이었다. 저점에서 매수해 이익을 보겠다며 3000만원어치를 샀다가 삽시간에 500만원까지 떨어지는 장면을 방송하며 술병을 든 유튜버도 있다.

권 대표의 개인정보가 담긴 테라폼랩스 법인 등기부등본을 퍼 나르거나 그의 신변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아프리카TV에서 코인 전문 방송을 진행하던 BJ A씨는 12일 오후 6시쯤 실제로 서울 성수동 권 대표의 주소지를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다. 당시 이 집에는 권 대표의 아내가 있었으며, A씨는 ‘집에 남편이 있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이후 권 대표의 아내는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A씨는 전화로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16일 그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루나에 700만원가량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는 김모씨(36)는 15일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암호화폐에 대해 잘 모르면 무지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고, 주변 사례나 뉴스에서 수익을 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보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며 “가지고 있던 주식 대부분을 정리해 (루나를) 매수할까 생각한 적도 있는데 실제로 그랬다면 어땠을지 상상도 하기 싫다”고 말했다. 박모씨(34)는 “다니고 있는 미용실 사장님이 루나로 2000만원 손실을 봤다고 한다”며 “코로나가 풀리고 해외여행 가려 했는데 못 가고 부업을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기일수록 실수를 만회하려는 생각으로 추가 투자에 나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명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투자금이 삽시간에 없어져 당혹스러움을 넘어 공포감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이런 경우 자기 자신을 비난하거나, 상품을 만든 사람에게 분노하게 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거라 믿고 3개월만 버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런 경우 많은 분들이 복권을 사거나 바닥으로 떨어진 코인을 매입한다”며 “이런 매수들이 잠시 오름세를 만들 수 있어도 절대 장기 추세는 될 수 없으니 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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