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고양이들은 우리와 함께 살 수 있을까요?

전현진 기자
이명희씨 집에서 밥을 먹는 고양이들이 비명소리가 들리자 담장 밖을 바라보고 있다. 이명희씨 제공

이명희씨 집에서 밥을 먹는 고양이들이 비명소리가 들리자 담장 밖을 바라보고 있다. 이명희씨 제공

고양이들이 겁에 질린 듯 담장 가까이 모여 웅크렸다. 비명 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고 울었다. 밤이 찾아온 시골길 너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끊어질 듯 이어지길 반복하다 잦아들었다. 그날을 떠올린 이명희씨(61)는 “놀란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1년 동안 비명이 반복됐다. 고양이 비명이었다. 배고프거나 다툴 때 나는 소리와 달랐다. 소리를 듣고 나가 보면 고양이가 다리가 부러지거나 피를 흘린 상태로 발견되곤 했다. 고양이들은 며칠을 앓다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마을 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준 지 3년째. 고양이들이 한 두마리씩 흔적 없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고양이들끼리 싸워서 다친 게 아니에요. 사람이 고양이들 쫓는다고 돌이나 농기구를 던져 맞혀서 그렇게 된 거예요.

고양이를 싫어하는 누군가가 고양이들을 쫓아내려고 일부러 죽이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비명소리가 들릴 때마다 또 죽는구나 싶어 밖으로 나가 헤매는 일이 반복됐다. 마을 이장에게 고양이들이 학대 당해 죽는다고 하소연했다. 고양이를 죽이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했고, 증거가 없어 신고는 할 수 없었다.

명희씨가 할 수 있는 건 동물보호단체에서 받은 ‘동물학대 방지’ 안내 포스터를 대문 앞에 붙여놓는게 전부였다. 포스터에는 ‘동물학대는 범죄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관련 법조항이 적혔다.

어느날 찾아온 고양이들

경북 안동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나오는 의성군 점곡면 서변리. 명희씨가 이곳에 온 건 3년쯤 전이다.

명희씨는 이 근방에서 나고 자랐다.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며 반야월 섬유공장에서 야학 교사를 했고,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논술교사로도 일했다. 이 마을에 오기 전까지 경기 고양시에서 딸과 지내다 귀촌을 결심했다. 시골마을에서 내가 가진 걸 나누면서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몇 해 전 잠시 빈집자료조사원으로 일하다 이곳을 알게 됐다. 점곡면 서변리는 조용하고 살기 좋은 마을었다. 그가 자리잡은 곳은 마을 어귀의 음식점을 혼자 운영하던 할머니가 살던 집이었다. 129평 규모의 대지에 건물(21평)을 빼면 모두 마당이었다. 앞 마당에 좋아하는 꽃을 심어야지. 영화보고 책 읽기에 좋은 서재도 둬야지. 꿈에 부풀었다.

명희씨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문화해설사 자격증도 준비 중이다. 농촌에서의 생활이 만만치 않았다. 논술교사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학생들을 위한 재능기부 활동을 하려고 했지만, 봉사를 원하는 이들이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제도 자체가 없었다. 낯선 곳에서의 삶은 쉽지 않았다.

그때 그의 집에 찾아온 게 작은 고양이 세 마리였다.

2019년 8월쯤이었다. 작은 고양이 세 마리가 마당을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뒤지려고 했다. 명희씨는 고양이를 보고 놀라 손을 휘저어 쫓아냈다. 고양이는 원래 자주 드나들던 놀이터라도 된 듯 마당으로 또 찾아왔다. 고양이를 좋아한 적은 없었다. 그래도 배가 고픈 것 같아 남은 우유를 조금 따라줬다.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금세 저 세상으로 갔는데, 명희씨는 괜히 사람이 마시는 우유를 줘서 그런 것 같다며 자책했다.

다시 고양이들이 찾아왔을 때는 주의해서 먹을 걸 골라줬다. 그러다 한 두마리씩 그의 집을 찾는 고양이들이 늘어났다. 명절이 됐을 때 집을 장기간 비워야 했고 처음으로 고양이 사료를 구입해 나눠줬다. 마을에서 고양이 밥을 챙겨주던 다른 주민도 위험에 빠진 길고양이를 구출해 명희씨 집에 데려다 줬다. 고양이들과의 ‘묘연’이 조금씩 깊어졌다.

시골 고양이들은 우리와 함께 살 수 있을까요?

명희씨를 찾아간 건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올랐던 날 오후였다. 고양이 ‘부추’는 마당 한 켠에 놓인 우산 밑 그늘에서 한가롭게 누워있었다. ‘호기심 백단’인 호백이도 그늘을 찾아 돌아다녔다. 의성버스터미널에서 한쪽 다리를 다친 채 발견된 눈눈이는 명희씨에게로 달려가 안겼다. 명희씨가 이 집에서 처음 만난 고양이 중 하나인 ‘용감이’는 어느새 훌쩍 커 마당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마당에는 국화, 수국, 영산홍 등 꽃들이 여기저기 피었다. 꽃밭 사이사이 항아리나 의자, 우산 같은 것들이 놓였다. 고양이들이 숨어 쉴 수 있는 쉼터다. 풀이 무성한 영산홍은 명희씨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꽃이지만 고양이들이 겨울에 숨을 곳이 필요할 것 같아 심었다.

짧게 내려온 처마 밑에도 구석구석 상자를 놨다. 처마 끝에서 땅바닥까지 발을 드리워 그늘을 만들었다. 갓 태어난 듯한 아기 고양이 세마리가 처마 밑 은밀한 공간에 모여있었다.

처마 밑에 발을 드리워 생긴 그늘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쉬고 있다.

처마 밑에 발을 드리워 생긴 그늘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쉬고 있다.

원래 마루를 놓아 서재로 쓰려던 공간이었는데 밥을 챙겨먹으러 오는 고양이들이 많아지면서 통채로 내줬다. 길고양이들은 이곳에 자리잡고 ‘외출냥이’로 살거나 밥 때면 찾아와 배를 채우고 떠났다.

원래 마루를 놓아 서재로 쓰려던 공간이었는데 밥을 챙겨먹으러 오는 고양이들이 많아지면서 통채로 내줬다. 길고양이들은 이곳에 자리잡고 ‘외출냥이’로 살거나 밥 때면 찾아와 배를 채우고 떠났다.

명희씨의 집은 마루가 있는 옛 시골집에 가벽을 세워 미닫이 문을 달았다. 마루 한쪽 끝은 서재로 쓰려고 했지만 창고로 쓰던 작은 방과 함께 완전히 고양이들 차지가 됐다. 고양이들 쉴 곳을 만들어주다보니 명희씨에겐 작은 방 한 칸만 남았다. 외롭던 시골 생활에서 그래도 고양이 덕분에 위로 받았다. 배를 곯고 다니진 않을까 하는 딱한 마음이 끊이지 않아 결국 넓은 공간을 고양이에게 내줬다.

고양이는 서른마리 쯤으로 늘어났다가 최근엔 아기 고양이를 제외하고 열마리쯤으로 줄어들었다. 많은 고양이들이 다 자라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떠난다. 고양이는 번식력이 강해 새끼를 자주, 많이 낳지만 아무리 밥을 잘 챙겨주어도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고 명희씨는 말했다.

마당 곳곳에는 큼직한 돌이나 프라이팬 같은 것들이 땅바닥에 놓였다. 세상을 조금 먼저 떠난 고양이를 묻어준 곳이다. 다른 고양이들이 무의식적으로 파헤치지 않게 덮어놨다. 명희씨는 무성하게 자란 찔레장미 나무 밑을 가리켰다.“…여기도 많이 묻혔어요.”

이명희씨는 고양이들이 세상을 떠나면 마당 한 켠에 묻어줬다. 고양이들이 묻힌 곳에는 파헤쳐지지 않도록 돌이나 프라이팬으로 덮어뒀다.

이명희씨는 고양이들이 세상을 떠나면 마당 한 켠에 묻어줬다. 고양이들이 묻힌 곳에는 파헤쳐지지 않도록 돌이나 프라이팬으로 덮어뒀다.

최근 들어 더 많은 고양이들이 길에서 죽거나 다쳤다고 했다. 명희씨는 이웃에서 고양이를 일부러 죽인다고 생각했다. 고양이 밥을 주지 말라며 자신을 협박했고, 고양이 때문에 재산상의 피해를 본다며 항의하다 결국에는 고양이들을 죽이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고양이를 괴롭히거나 죽이지 말라고 항의하면 ‘그런 적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조용하던 시골마을이 고양이 때문에…”

신대식씨가 새로 설치한 비닐하우스를 보여주고 있다. 비닐하우스에는 고양이 발톱으로 찍힌 듯 보이는 곳이 여럿 있었다.

신대식씨가 새로 설치한 비닐하우스를 보여주고 있다. 비닐하우스에는 고양이 발톱으로 찍힌 듯 보이는 곳이 여럿 있었다.

신대식씨(68)가 고양이라면 진절머리를 치게 된 건 지난해 가을쯤부터다. 사과 농사를 하는 과수원 한 쪽에 작은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고추를 심었다. 고양이들이 밟고 올라 비닐이 찢어지면서 비닐하우스가 무너졌다고 했다.

과수원 바로 옆이 신씨가 사는 집이다. 고양이들이 밤마다 집 옆의 작업장 지붕 위를 돌아다니는 소리에 새벽에도 잠에서 깨기 일쑤였다. 고양이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일부러 돈을 들여 수리했다.

“아이구 피해가 정말 많아요. 고냉이(고양이)들이 말도 못해요.”

신씨는 과수원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신씨의 집은 명희씨의 집과 50m 정도 떨어졌다.

마을의 고양이들을 취재하러 왔다고 하니 그는 답답하다는 듯 이야기를 쏟아냈다. ‘피해를 본 곳이 있으면 보여달라’고 하자 고양이 발톱에 찍힌 듯 구멍이 난 비닐하우스로 이끌었다.

이어 작업장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고양이들이 밤에 모여든다고 했다. 과수원으로 다시 데려가서는, “고양이들이 사과나무 흙을 파헤치고 배변을 해 나무 색이 변했다”고 했다.

“비닐하우스가 자꾸 찢어져서 돈을 더 주고 두꺼운 비닐로 바꿨는데, 온도가 안 맞는지 고추가 안 자라요.”

신씨가 처음부터 고양이를 싫어한 건 아니었다. 이전에도 동네를 다니면 한 두 마리씩 고양이들이 보였다. 그때는 ‘귀엽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고양이 수가 많아졌다. 밤에 과수원 앞 길을 지날 때면 고양이 여러마리가 눈을 밝히고 앉아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무서워서 먼 길을 일부러 돌아서 다닌다니까요. 고냉이가 새끼를 계속 까니까. 한 두마리가 아니에요.”

그에게 고양이들에게 돌이나 농기구를 집어던져 죽이거나 쫓아낸 적이 있는지 물었다. 신씨는 “죽이긴 왜 죽여요. 고양이가 잽싸서 잡지도 못해요. 그냥 쫓아낼 뿐이지 왜 죽입니까”라고 손사래를 쳤다.

신씨 과수원 건너편, 그러니까 명희씨 집 마당과 마주한 곳에서 사과주스 공장을 운영하는 여성 A씨도 갈등을 겪고 있다.

A씨는 “더 이상 고양이나 명희씨와의 문제에 신경쓰고 싶지 않다”며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조용하던 시골마을이 고양이가 와서 다 어지러워졌다”고 했다.

A씨는 사과주스 공장 옆의 밭이 “고양이들 놀이터가 됐다”고 했다. 명희씨 집 마당과 맞닿은 밭에 고양이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파란 그물망을 빙 둘렀다. 고양이들이 주스 포장 작업을 하고 있으면 포장용 박스나 지게차에 올라가기도 한다고 했다. 장독 위에 늘어앉아 있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고양이 때문에 피해를 본 게 있냐’는 질문에 “사과주스를 담는 박스를 대량으로 버려야 했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찢어지거나 젖은 박스는 버려야 한다. 비닐하우스가 찢어지거나 하는 일도 신씨와 비슷했다.

A씨가 이곳에서 공장을 운영한 건 10년쯤 됐다. 처음에는 고양이가 많지 않았는데, 1년쯤 전부터 고양이가 많아지면서 피해를 겪었다고 했다.

“고양이 밥을 계속 주니까 자기들끼리 연계가 되는지 계속 모여들어서 숫자가 많아지잖아요. 밥을 주니 고양이들이 모여드는 거죠. 그 고양이들은 그 집에서 기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밖에 돌아다니며 피해를 주고 있는 데도 관리하지 않는다고요.”

고양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돌이나 농기구를 던져 죽인 적이 있냐고 물었고, A씨는 그렇게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자꾸 고양이를 죽인다고 하는데, 저희 그런 사람 아니에요. 저희도 애완견 키우는 사람이에요. 돌을 던져서 쫓아내려고 한 적은 있는데, 어차피 고양이들은 재빨라서 맞지도 않아요. 저희 동물학대하고 그런 나쁜 사람이 아니예요.”

A씨는 군청에도 두 차례 민원을 넣었다.(의성군청 관계자는 2~3차례 민원이 들어왔지만, 정확히 피해가 확인된 적은 없다고 했다.)

A씨는 이전에는 고양이가 나쁘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다고 했다. 고양이들이 보이면 ‘오뎅’도 주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고양이만 보면 화가 난다고 했다. “더 이상은 신경 쓰고 싶지도 않고 상대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저 스스로 지키는 수밖에 없잖아요.”

이명희씨 마당에서 바라본 집앞. 고양이들이 제 습성 대로 마을을 돌아 다녔다. 사진 왼편에도 고양이 한마리가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명희씨 마당에서 바라본 집앞. 고양이들이 제 습성 대로 마을을 돌아 다녔다. 사진 왼편에도 고양이 한마리가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결국 마을을 떠나기로 했다

“아이구 치워라!”

다른 마을사람들은 고양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기 위해 서변1리 마을회관을 찾았다. 마을회관 거실에 모여 수다를 떨고 있던 노인 6명에게 ‘고양이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마자 한 노인이 혀를 차며 말했다. “예전에는 고양이를 요물이라고 했는데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명희씨가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일로 이웃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도 이미 들어 알고 있다고 했다. 노인들도 마땅한 대책이 없는 듯 “아이구 서울까지 소문이 났나보네”하고 혀를 찼다.

배가 고파 찾아오는 고양이를 외면하지 못하는 명희씨. 그런 고양이들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이웃들. 이들의 갈등은 쉽게 마무리되기 어려워 보였다.

고양이를 쫓아내려고 물건을 던지거나 괴롭히는 건 죽이지 않더라도 동물학대죄에 해당될 수 있다. 법은 차치하더라도, 이웃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다. 서로를 향해 원망 섞인 말이 오가는 중이다.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한 뒤 방사하는 ‘TNR’ 사업은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는 대안으로 여겨진다.

명희씨는 그러나 이런 중성화 수술을 무조건 찬성이나 반대만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수술 후 회복까지 돌봐야 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수술한 자리가 아물 때까지는 목 둘레에 ‘넥카라’를 씌워 핥지 못하게 해야 한다. 상처가 곪거나 감염돼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명희씨는 “무조건 중성화 수술을 하는 건 인간중심의 사고”라며 “인간의 영역이 넓어지고 동물의 구역이 좁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집은 복덕방에 내놨어요.”

명희씨는 고양이들이 계속 다치는 걸 볼 수 없다고 했다. 그가 택한 길은 나름의 꿈을 품고 온 이 마을을 떠나는 것이었다.

명희씨는 고양이를 배척하는 이웃과 함께 살 수 없다고 했다. 그저 밥 먹기 위해 찾아오는 고양이들이 많아졌다며 손사래 치고 쫓아내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약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를 보는 것 같아요. 이사를 가면 사람이 없는 곳으로 고양이들을 데리고 갈 생각입니다.”

이웃은 더 이상 화해하기 힘든 지경이 됐다. 고양이는 이전보다 더욱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됐다. 자신을 찾아오는 고양이를 차마 외면하지 못한 명희씨, 갑자기 많아진 고양이 때문에 애꿎은 피해를 봤다는 마을 사람들.

갈등 사이에 끼어있는 건 결국 고양이들이다. 원래 고양이는 야생이 아니라 인간들이 집에서 키우던 동물인데, 버려지거나 유기돼 길에서 살게 됐다. 그래서 고양이들은 인간의 손을 벗어나면 먹이를 구할 수 없다. 그저 이 세상에 태어나 제 습성대로 살아갈 뿐인데 고양이를 사이에 두고 갈등이 커지면서 고양이들을 악의적으로 괴롭히고 학대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전국 곳곳에서 고양이 식사를 챙겨주는 캣맘, 캣대디들과 고양이 밥을 주지 말라는 이들이 서로 갈등을 빚는 경우가 이어진다. 악의적인 사람들이 고양이를 일부러 잡아 잔인하게 죽이고 괴롭히는 일도 많아졌다.

사람과 고양이의 공존에 앞서 고양이를 사이에 둔 갈등에 사람과 사람도 함께 살기 어려워 하는 곳이 생겼다. 고양이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고로 오른쪽 발 하나를 잃은 고양이 눈눈이. 이명희씨는 자신이 돌봐야하는 고양이들을 데리고 이 마을을 떠나기로 했다.

사고로 오른쪽 발 하나를 잃은 고양이 눈눈이. 이명희씨는 자신이 돌봐야하는 고양이들을 데리고 이 마을을 떠나기로 했다.

고양이를 위해서라도…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에게 점곡면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설명해주니 “중성화 수술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잘라말했다.

우선 전 대표는 상황이 어째되었건 고양이를 죽이거나 학대하는 것은 범죄라고 했다.

“어린 애들이 길을 잃었다고 어른들이 쫓아내거나 혼 내지는 않죠.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고양이도 마찬가지죠. 그저 태어나서 자라나고 본능에 따라 살아갈 뿐입니다. 쫓아내려고 무언가를 던지거나 괴롭혀서는 안 됩니다.”

전 대표는 고양이를 학대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두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고양이 개체수가 급속히 늘어난 것은 안정적인 공간에서 먹이가 계속 공급된 영향이 가장 크다고 봤다.

고양이들은 안정적으로 먹이가 제공되는 지역에선 어미와 새끼 3~4마리부터 많게는 50마리까지 번식해 집단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고양이의 삶에 번식은 가장 중요한 축을 이루는데 먹이가 무한히 주어지면 공간이 허용하는 만큼 번식을 하게 됩니다.”

많은 고양이들이 밀집된 곳에서 생활하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 집단 생활을 하는 암컷들은 비슷한 시기에 발정기가 찾아와 짝을 찾는 울음 소리가 빈번해지거나, 먹이나 짝을 놓고 다투는 고양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

“길고양이 문제로 이웃과 갈등하게 되는 건 대부분 개체수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전 대표는 “한 두 마리 마을에 다닐 때는 귀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개체수가 늘어나면 모든 사람이 다 고양이를 좋아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고양이들의 배변 습성도 집단 생활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고양이들은 본능적으로 흙이나 모래를 파 배변을 하고 다시 덮어두는데, 집단생활하는 지역(마당 등) 곳곳에 다른 고양이 배설물이 묻혀 있으면 결국 밖에서 배변 장소를 찾게 된다. 배설물을 정기적으로 치워주지 않으면 고양이들은 배변할 공간이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이곳저곳을 다니면 배변을 하는데, 배변 장소를 찾아 고양이들이 밭을 파헤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중성화 수술은 사실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를 위해서 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전염병이다.

전 대표는 고양이들이 죽는 이유에 대해 학대나 사고가 아니라 감염 때문이라고 했다. “고양이들이 집단생활을 하면 반드시 전염병이 생기고 가장 취약한 새끼부터 어미 등으로 전염돼 쉽게 죽어버린다”고 했다. 예방접종을 하지 않으면 더 쉽게 감염된다.

이명희씨 집 처마 밑에 새끼 고양이들이 모여있었다.

이명희씨 집 처마 밑에 새끼 고양이들이 모여있었다.

중성화 수술을 해야하는 이유는 이런 고양이의 습성을 고려해 개체수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단생활하는 고양이들은 외부에서 먹이를 찾기 위해 합류한 건 소수이고, 대부분 내부에서 태어나 자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중성화 수술을 하면 고양이들의 생활영역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먹이나 짝을 찾기 위해 곳곳을 배회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이 곳곳을 돌아다니는 이유는 먹이나 짝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중성화를 하면 결국 외부에서 벌어지는 이웃들과의 마찰도 자연히 줄어들 수 있죠.”

전 대표는 농어촌 지역에서는 동물병원이 멀리 있거나 비용에 부담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면서도, 고양이를 위해서라도 개체수가 늘어나기 전 초기에 중성화 수술을 해줘야한다고 했다.

그는 “중성화 수술은 사실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를 위해서 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대표는 아무도 밥을 챙겨주지 않는 자연상태에서는 안정된 밥자리가 있는 고양이들처럼 쉽게 번식하지 않는다고 했다. “계속해서 먹이만 주는 것은 고양이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임신학대가 될 수 있습니다.”

고양이들의 복지를 위해서라도 적정 개체수가 유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성화 수술을 해줄 수 없다면 먹이를 주는 것도 자제해야 합니다. 그것이 고양이를 사랑한다면 가져야할 책임 중 하나입니다.”

“고양이도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가요”

의성군 단밀면에서 오리고기집 일송을 운영하는 윤혜리씨는 가게 앞에 고양들을 위한 급식소를 마련해뒀다.

의성군 단밀면에서 오리고기집 일송을 운영하는 윤혜리씨는 가게 앞에 고양들을 위한 급식소를 마련해뒀다.

이명희씨처럼 길고양이들과 연을 맺고 밥을 주면서 정을 쌓아가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의성군 점곡면에서 차로 40~50분쯤 떨어진 의성군 단밀면에서도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게 된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오리고기집 ‘일송’을 어머니와 함께 운영하는 윤혜리씨(43)는 3~4년쯤 가게 앞으로 찾아온 고양이와 만났다. 고양이는 한쪽 눈이 없었다고 했다. 불쌍한 생각에 밥을 조금 챙겨줬던 걸 시작으로 마을 고양이들이 한마리씩 더 찾아왔다.

가게 앞에 평상을 설치하고 그 밑에 고양이들이 쉬고 갈 수 있게 박스를 만들었다. 끼니마다 밥을 챙겨줬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 중에는 “고양이 밥을 왜 주냐”고 핀잔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터줏대감인 랑이를 비롯해 6~7마리 정도가 윤씨의 가게 앞을 찾아와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낸다.

고양이를 딱히 좋아했던 적이 없었는데, 밥을 조금씩 챙겨주며 정이 들어버렸다. 얼마 전엔 길가에서 어린 고양이가 차에 치어 죽었다. 밥이나 챙겨주던 길고양이였지만 가족들은 대성통곡을 하며 슬퍼했다. 지난 이야기를 말하는 중에도 죽은 고양이가 생각났는지 윤씨 어머니는 “아이구 또 눈물이 나네”하며 눈물을 훔쳤다.

말못하는 짐승이지만 함께 지내다 보니 정이들었고 가족 같아졌다고 했다. 말벗도 되고 함께 나누고 지내다보니 삶이 풍족해졌다고, 윤씨는 이야기했다. 사람마다 고양이를 싫어할 수도 좋아할 수도 있는데, 이미 세상에 태어나 이웃이 돼 살고 있는 고양이들은 그래도 돌봐줘야 하지 않겠냐고 그는 이야기했다.

윤씨는 사료를 챙겨주는 게 길고양이들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길고양이들이 어차피 밥을 안 주면 길에 내어놓는 쓰레기를 뒤지게 되잖아요. 먹고 살려다 보니까 그런거지.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급식소를 따로 만들거나 정해진 장소에서 밥을 챙겨주는 게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아요.”

중성화 수술 필요성도 공감했다. “고양이들이 사람과 함께 잘 어울리려면 결국 서로 적정한 수를 유지해서 공존해야하는 것 같아요. 적정한 수를 유지해야 사람이나 고양이나 생활이 개선되잖아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도 있으니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좋은데, 그렇지 못해 아쉬워요.”

(의성군이 경북도로부터 올해 할당 받은 고양이 중성화 수술 예산은 80마리분이었다. 의성군 관계자는 “예산은 3월 이미 소진됐다”고 말했다.)

일송의 고양이 급식소 위 처마에 제비집이 있다.

일송의 고양이 급식소 위 처마에 제비집이 있다.

전진경 대표는 농어촌 지역이야말로 길고양이가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환경도 좋고 집들도 밀집돼 있지 않아서 고양이에게 좋고, 쥐 같은 설치류 문제도 길고양이들이 해결해줘 사람에게도 좋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고양이와 사람이 예쁘게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윤씨네 가게를 찾은 날 어미 제비가 쉼 없이 가게 주위를 오갔다. 가게 처마에 붙어있는 제비집에선 새끼 제비들이 어미를 기다리고 울고 있었다. 제비집 바로 밑은 고양이들이 밥을 먹고 쉬며 뛰노는 곳이다. 제비들은 고양이를 경계할 법도 한 데 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오갔다. 고양이와 제비의 속마음이야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겉으로 보기에는 이들이 식당 처마 밑에서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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