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의 자유 흔드는 ‘혐오의 확성기’

유경선 기자

보수단체·유튜버, 문 전 대통령 자택 앞 ‘욕설 집회’ 한 달 넘게 지속

진보 성향 인터넷 매체, 14일부터 윤 대통령 사저 앞 맞불 집회 예고

보수단체의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 앞 ‘욕설 집회’와 친야 성향 인터넷 매체가 예고한 윤석열 대통령 사저 앞 ‘맞불 집회’를 두고 집회·시위가 정치적인 공격과 보복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극단적인 의사 표출이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 억울함이나 권리구제를 호소할 다른 수단이 없는 사회적 약자의 집회·시위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보수단체와 유튜버들은 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로 내려간 지난달 10일 이후 자택 앞에서 고성과 욕설을 동반한 집회를 열고 있다. 스피커와 확성기를 이용해 각종 혐오 발언을 여과 없이 분출하는 집회로 인해 주민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그러자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는 13일까지 보수단체의 집회가 중단되지 않으면 14일부터 윤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앞에서 맞불 집회를 열겠다며 집회신고를 냈다. 일종의 맞불 집회이다.

전문가들은 보수·진보 양극단으로 갈린 ‘팬덤 정치’, 또 이를 부추긴 정치권의 행태를 극단적 공격·보복 집회의 원인으로 짚는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로 복수하듯 양쪽 팬들을 부추기고 (보수단체 집회를) 용인 또는 묵과하는 듯한 태도로 받아들여지게 됐다”고 했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대에 대한 증오감으로 하는 집회”라고 했다. 정재은 공공운수노조 기획국장은 “명예훼손이나 모욕과 혐오를 주는 범죄행위와 집회·시위는 구분해야 한다”며 “집회·시위의 자유는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소음 규제, 시간·장소에 따라 다르게 조정 필요”

집회·시위법을 달라진 현실에 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도심에서는 소음 규제를 상대적으로 완화하고 주택가에서는 강화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경찰은 일률적 기준만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선거운동 소음과 마찬가지로 집회 소음도 규제를 현실화해야 한다”며 “시간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 자택 앞 집회를 막겠다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집회·시위법 개정안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 교수는 “특정인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익적 차원에서 집회·시위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집회·시위의 자유가 유튜버들에 의해 어떻게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돼 공론장을 혼탁하게 하는지 시민사회의 토론과 자정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며 “집시법 개정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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