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나왔는데도 “안전하다”는 정부…‘용산기지 정화비용 협상’ 미국만 웃는다읽음

강연주·이홍근 기자

전국 지출 예산만 2200억

정부, 위해성 부인 발언들

비용 청구 명분 떨어뜨려

정부가 연내 반환받은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 부지에서 발암물질이 대거 검출됐는데도 ‘안전하다’며 연내 공원화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미국과의 ‘오염 정화 비용 협상’에서 한국 측 협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문학적인 용산기지 정화 비용을 한국이 떠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16일 경향신문 취재와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종합하면 정부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주한미군 반환기지에 대한 오염도 조사, 폐기물 처리, 오염 정화 비용으로 지출해왔다. 반환기지 환경오염 정화 건은 ‘선 반환, 후 협상’ 원칙하에 진행되고 있다. 부지를 모두 반환받더라도 미군과의 오염 정화비용 협상이 남는 것이다. 현재까지 오염을 정화한 반환 부지 중 용산구청 부지(아리랑 택시 부지)만 미군이 오염을 정화했을 뿐 경기, 인천, 부산 등 나머지 반환 부지는 한국이 정화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반환된 미군기지 폐기물 처리비용으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약 489억원을 지출했다. 국방부와 국토교통부는 부산, 인천, 경기 파주·동두천 등지의 반환 부지 정화비용으로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약 22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지출했다. 환경부가 반환 부지에 대한 환경조사 비용으로 지출한 예산도 상당하다. 환경부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조사비용으로만 약 645억원을 지출했다.

환경부 조사 결과 반환된 용산기지 일부를 비롯해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부지 대다수에서 토양환경보전법상 공원 조성 가능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그러나 미군은 이 부지가 자신들의 기준(KISE: 인간 건강에 대해 알려진·임박한·실질적·급박한 위험)에서 오염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화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는 한국환경공단의 ‘환경조사 및 위해성평가 보고서’를 근거로 정부가 미군 측에 정화비용 책임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정부는 ‘일부는 미군 숙소로 사용된 곳이라 안전하다’며 반환받은 용산기지의 연내 공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0일 용산공원 시범개방 행사에 참석해 “이 공간 자체가 위험하다거나, 우리 발밑에 위험 물질이 쌓여 있다고 하는 것은 과장된 얘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태도가 ‘제 살 깎아먹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양국의 비용 협상은 검출된 발암물질 오염도의 위험성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벌어지는 문제인데, 한국은 국토부 장관까지 나서서 ‘이 부지가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반환 부지의 안전성만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후 미국에 정화비용에 대한 책임이나 제대로 물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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