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도농격차·PC 논쟁까지…싸이 ‘흠뻑쇼’ 갑론을박읽음

유경선·윤기은 기자
가수 싸이의 ‘2018 서머 스웨그 흠뻑쇼’가 열리는 공연장에서 관중석을 향해 물이 뿌려지고 있다. 피네이션 페이스북 갈무리

가수 싸이의 ‘2018 서머 스웨그 흠뻑쇼’가 열리는 공연장에서 관중석을 향해 물이 뿌려지고 있다. 피네이션 페이스북 갈무리

관객석에 물 뿌리는 콘셉트로
회당 식수 300톤 사용…총 10회
때마침 봄 가뭄 최악의 상황 겹쳐

배우 이엘 “강에 뿌렸으면” 언급
“가뭄 해소할 양 아냐” 비판 등도
도시·농촌 ‘감수성’ 차이도 조명

가수 싸이의 ‘흠뻑쇼’가 논쟁을 부르고 있다. 극심한 가뭄을 안타까워하며 한 연예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귀가 논쟁을 키웠다. 논쟁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번지고 있다.

싸이의 ‘흠뻑쇼’는 2011년 시작된 콘서트로, 관객석에 물을 뿌리는 콘셉트의 공연이다. 회당 300t가량의 식수를 사용한다. 올해 공연은 오는 7월9일터 8월27일까지 전국 각 지역에서 총 10회 열린다. 싸이가 방송에서 회당 물 300t이 쓰인다고 말해 논란의 발단을 제공했고, “워터밤 콘서트 물 300t 소양강에 뿌려줬으면 좋겠다”고 쓴 배우 이엘의 트윗글이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엘이 이 글을 올린 지난 12일 소양강 상류는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최악의 봄가뭄에 농가들은 모내기도 시작하지 못하거나 마실 물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가수 싸이의 ‘2022 흠뻑쇼’ 홍보 이미지. 싸이 인스타그램 갈무리

가수 싸이의 ‘2022 흠뻑쇼’ 홍보 이미지. 싸이 인스타그램 갈무리

한 작가가 이엘의 트윗글을 두고 PC주의자의 위선이라고 비판해 논쟁이 확산했다. 흠뻑쇼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과도한 공동체주의·엄숙주의라는 주장, 식수 300t은 어차피 가뭄을 해소할 만큼 의미 있는 양이 아니라는 주장이 가세했다. ‘300t보다 많은 물을 뿌려야 한다’고도 했다.

가뭄의 피해 당사자인 농민과 가뭄의 직접적 피해에서 떨어져 있는 이들 간 ‘감수성’의 차이도 드러났다. 충북 괴산에서 농사를 짓는 박모씨(32)는 “지하수가 다 말라버릴 정도로 가뭄이 심했다”며 “물 300t을 쓴다는 것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전북 진안의 배이슬씨(33)는 “87세 되신 할머니가 ‘평생 농사 중 봄에 저수지가 이렇게 마른 건 처음’이라고 하셨다. 아예 싹을 못 틔운 작물이 수두룩하다”며 “콘서트에서 심지어 식수를 쓴다고 하는데, 마을 전체에 물이 안 나와서 수자원공사에서 생수를 지원받는 동안 다른 데서는 식수를 뿌려대는구나 싶다”고 했다.

진종헌 공주대 지리학과 교수는 17일 “대도시 생활의 경험 속에서는 가뭄으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집단의 고통을 쉽게 느끼기 힘들고, 그래서 감수성의 차이가 생겼다”며 “아주 단순하고 직접적인 자연현상에 대해서 엉뚱할 만큼 서로 많이 다르게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동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각자 같은 현상을 놓고도 보고 싶은 부분만을 보려고 하는 데서 비롯된 논쟁”이라고 했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싸이가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 ‘코로나19로 대중음악계가 힘들었고 오랜만에 공연을 열게 됐다. 가뭄으로 고통받는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겠다. 농가에 도움이 될 방법도 같이 알아보겠다’는 정도의 움직임을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향력 있는 대중문화계 인사가 공익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은 전 세계 팬들에게 익숙하다.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는 2019년 탄소배출 문제를 언급하며 더욱 친환경적인 방법을 마련할 때까지 투어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 평론가는 “싸이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스타가 멋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사회적 파급력도 더욱 클 것”이라고 했다.

싸이가 대표로 있는 피네이션 관계자는 “한쪽 의견만 동조해서 옳다, 아니다를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싸이가) 입장을 내기엔 애매하다”고 말했다. 논란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 건 아니다”라며 “3년 만에 열리는, 수많은 스태프가 함께하는 대규모 공연이라 단순히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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