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사표 쓴 날, ‘근조 리본’ 달고 국회 모인 경찰관들

조해람 기자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축사를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축사를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행정안전부가 27일 경찰 지휘·감독 조직 설치 추진을 공식화하자 경찰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행안부의 경찰 통제 추진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것이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전국 경찰직장협의회(직협)는 이날 국회에서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행안부 권고안의 ‘원점 재논의’를 주장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과거 경찰이 국가억압 기구로 작동할 당시에 걸맞은 구상”이라며 “행안부 자문위 권고안을 우선 폐기하고, 원점부터 차근차근 다시 논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비번 또는 휴가를 낸 50여명의 경찰관이 참석했다.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는 일찍부터 참석자들로 북적거렸고, 좌석이 금방 차는 바람에 많은 인원들이 선 상태에서 토론회를 봐야 했다. 다수의 경찰관들은 외부에서 유튜브 생중계로 논의 내용을 지켜봤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기자실에서 사의를 표명한 후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기자실에서 사의를 표명한 후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제도 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행안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행안부 자문위는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의 권한을 통제하기 위해 경찰지휘조직 신설,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 제정 등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21일 발표했다. 이준헌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제도 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행안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행안부 자문위는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의 권한을 통제하기 위해 경찰지휘조직 신설,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 제정 등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21일 발표했다. 이준헌 기자

토론회장 입구에선 ‘경찰 중립성 훼손하는 경찰국 설치 반대’라고 적힌 근조 리본을 나눠줬다. 전북 정읍경찰서 직협이 행안부 통제안에 반발해 고안한 리본이다. 경찰관들은 토론회 내내 ‘경찰국 설치 철회’ ‘정부조직법 개정’이라 적힌 플랜카드를 들었다.

경찰 출신으로 국민의힘 소속인 권은희 의원은 “우리는 오늘 같은 뜻으로 모였다. 조직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헌법이 명령하는 법치주의 수호와 국가와 국민에 대한 봉사 다하라는 명을 다하겠다는 각오”라고 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렵사리 돌려놓은 민중의 지팡이를 몽둥이로 변화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토론회 참석자들은 행안부의 경찰 통제를 우려했다. 안세영 충남 천안동남경찰서 직협 회장은 “오늘도 일선에서는 인력부족을 호소하는 현실이지만 (정부는) 쉬운 말로 비대해졌다는 말만 하고 있다”며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만약 비대해진 게 사실이라 해도 우리는 정치권력의 통제가 아니라 민주적 통제를 원한다”고 했다. 최재혁 참여연대 선임간사는 “경찰에 대한 행안부의 권한이 확대되면 대부분의 수사와 정보기능을 수행하는 경찰이 정권의 필요에 따라 동원될 가능성이 확대된다”며 “박근혜 정부의 경찰청장들이 정권을 위해 정보경찰을 동원했다가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는 행안부의 경찰 통제 시도에 반대하는 일선 경찰관들의 행동이 이어졌다. 전국 경찰관서 앞에는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대구경찰청 직협 대표단은 국민의힘 대구시당 당사 앞에서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안 졸속 추진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했다. 전국에서 모인 경찰관들은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안성주 울산경찰청 직협 회장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쓴 호소문에서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제발 그 강을 건너지 말았으면 한다”고 했다.

전국경찰직협회장단 소속 경찰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경찰 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전국경찰직협회장단 소속 경찰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경찰 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경찰 내부망도 하루종일 시끄러웠다. 조주은 경찰청 여성청소년안전기획관은 “청장님께서 못다하신 아쉬움이 많은 업무들은 남은 지휘부를 믿고 내려놓아달라”며 “남은 우리가 국민 눈높이에 맞춰 차분히 설명 준비를 하겠다. 새 지휘부와 함께 경찰의 독립성과 사명의식을 높일 방안을 강구하겠다. 참다참다 아니다 싶으면 지휘부와 외부를 향해 제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김 청장이 올린 사직 인사에는 ‘작성자 본인이 댓글을 삭제했습니다’라고 적힌 댓글들이 잇따라 달렸다. 지난 21일 2시간여 만에 번복된 ‘치안정감 인사’ 글에도 경찰관들은 ‘삭제 댓글’을 달아 항의 표시를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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