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최루탄, 스리랑카서 펑·펑·펑”···연평균 100만발 넘게 수출 중읽음

박하얀 기자

대대적 ‘반정부 시위’ 진압 스리랑카에도 수출

한국 정부 수출 제한 ‘미온적’…국제규약 위반

최근 스리랑카 반정부 시위에서 발견된 최루탄으로 한국산 제품으로 추정된다. 국내외 시민단체들은 제품명, 제조일, 수출 허가일 등을 확인한 결과 국내 업체가 수출한 제품이 맞다고 주장했다. 오메가 리서치 파운데이션 제공

최근 스리랑카 반정부 시위에서 발견된 최루탄으로 한국산 제품으로 추정된다. 국내외 시민단체들은 제품명, 제조일, 수출 허가일 등을 확인한 결과 국내 업체가 수출한 제품이 맞다고 주장했다. 오메가 리서치 파운데이션 제공

1987년 이한열 열사의 목숨을 앗아간 한국산 최루탄이 30여년이 흐른 지금 해외에서 민주화운동 탄압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100만발 이상의 국산 최루탄이 해외로 팔려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국내 업체들이 스리랑카에 수출한 최루탄이 현지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진압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권위주의 국가의 무차별 시위 진압에 쓰일 수 있는 사실상의 살상 무기 수출에 제한을 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충남·경북·경남경찰청에서 받은 ‘최루탄 수출 허가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한국이 다른 나라에 수출한 최루탄 총량은 511만3281발이다. 2017년에는 174만921발, 2018년에는 157만3543발, 2019년에는 86만6354발, 2020년에는 42만924발, 2021년에는 51만1539발을 수출했다. 지난 3월부터 대규모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스리랑카에도 국내 업체 2곳이 최근 5년간 2만여발의 최루탄을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1999년부터 집회·시위 대응 과정에서 최루탄 사용을 중단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의 생산과 수출은 계속되고 있어 각국의 인권 탄압 현장에 무기를 제공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쟁없는세상’ 등 인권·평화·종교·정치 시민단체들은 이날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산한류, 치안한류라는 미명 아래 전 세계적인 인권 침해에 한국이 일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는 이날 회견에서 “5월5~6일 스리랑카 국회 앞 시위에서 경찰이 야간에도 최루탄을 무차별 사용했다”며 “7월9일과 13일에도 경찰이 최루탄을 다량 사용해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오는 9일에도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는데, 한국산 최루탄이 지속해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산 최루탄, 스리랑카서 펑·펑·펑”···연평균 100만발 넘게 수출 중

최근 5년 사이 한국산 최루탄을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중동의 오만으로 약 200만발을 수입했다. 이어 방글라데시(75만8970발), 말라위(69만8000발), 인도네시아(47만5304발) 순이었다. 이들 국가는 시민들을 상대로 한 정부의 인권침해 우려가 높은 나라들이다. 시민단체들은 2011~2013년 바레인에서 최소 39명, 튀르키예(터키)에서는 최소 9명이 한국산 최루탄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전쟁없는세상 등 인권·평화·종교·정치 시민단체 회원들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산 최루탄의 스리랑카 수출 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전쟁없는세상 등 인권·평화·종교·정치 시민단체 회원들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산 최루탄의 스리랑카 수출 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처럼 최루탄 수출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최루탄 수출을 허가·감독하는 방위사업청은 2014년 1월 국내외 반발이 거세지자 수출 허가를 잠정 유보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같은 해 11월 최루탄 165만발을 튀르키예에 수출하겠다는 국내 업체의 계획을 승인했다. 당시 방위사업청은 수출을 허가하면서 ‘탄피에 한국명 표기를 하지 말 것’ ‘사용자가 안전 수칙을 지키고 인권침해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국제규약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은 인권침해에 사용될 위험이 있는 재래식 무기 이전을 금지하는 ‘무기거래조약’(ATT) 가입국인 동시에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이자 인권협약 당사국이다. 유엔 국제법위원회는 “국제적 위법행위를 자행하고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조력하는 국가는 그러한 국제적 위법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고 밝히고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와 관련 법령에 따라 수출을 허가하고 있다”며 “외교부나 국가정보원 등으로부터 수출국이 외교안보상 문제가 있는지 의견을 조회해 수출 여부를 검토한다”고 했다.

용혜인 의원은 “여전히 외화벌이 목적으로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한 최루탄 수출이 남발되고 있다”며 “총포화약법 개정을 통해 인권침해가 우려되는 국가를 상대로 한 최루탄 수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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