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경찰관 1인 1총기’ 발언에 경찰 와글와글···일선 “현장 모르는 얘기”

강연주 기자

지난달 29일 신촌지구대 간담회서

개별 총기 소지·사격훈련 강화 제시

200억 추가 소요 ‘비효율적’ 반응도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를 방문해 경찰관들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를 방문해 경찰관들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일선 경찰관들과 만나 흉악범 대응 방안으로 ‘1인 1총기 소지’와 ‘사격훈련 강화’를 검토하라고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뒷말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경찰관의 총기 사용은 엄격한 규정에 따라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돼 이뤄지는데, 마치 강력범죄의 해결책인양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경찰관 1인 1총기’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최소 2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되는데 그 돈으로 다른 대책을 강구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에서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흉악범에 대한 경찰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경찰 사격훈련을 강화하고 경찰관마다 전용 권총을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했다. 현재는 일선 경찰관 3~4명이 총기 1정을 가지고 돌아가면서 쓰는데, 보급을 늘려 개별 총기 소기가 가능하도록 하라는 취지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3~4배 많은 총기가 필요하며, 이 경우 약 2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A경찰관은 “아무리 강력대응이 필요한 상황이 오더라도 총기 사용은 별개의 문제”라며 “테이저건은 잘못 쏘더라도 인명에 문제가 없지만 권총은 다르다”고 했다. B경찰관은 “권총은 무게감도 있어서 기동력 차원에서는 손해”라며 “차라리 테이저건 활용도를 높이는게 낫다고 본다”고 했다.

거액의 예산을 들여 시급히 추진할 사안은 아니라는 반응도 있었다. C경찰관은 “개인 총기가 있어서 책임감이 높아지는 등 좋은 점도 있을 수 있지만 그간의 대법원 판례를 보면 경찰의 총기 사용 자체가 대체적으로 금지되는 상황”이라며 “사용이 드물다보니 경찰이 총기를 오조준해서 사고가 벌어진 일도 거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총기는 보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며 “올 초부터 직무수행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을 감경해주는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이 시행됐는데, 법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경찰봉, 테이저건, 가스총 등 다양한 대체수단의 활용 능력을 높이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총기 소지율이 지금보다 3~4배 늘어날 경우 일선 경찰관들이 감당해야 할 총기 관리 책임도, 받아야 할 교육의 양도 상당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총기 보급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계획 수립에 나섰다. 경찰청 첨단장비계 관계자는 “경찰서 단위에서 보관하고 있는 총을 현장으로 다시 재배치해서 근무할 때마다 같은 총기를 착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사격 훈련 일정을 짜는 경찰청 교육운영계 관계자는 “상반기에 편성한 교육 계획을 일부 수정 보완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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