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에 출근길 아수라장···“대통령도 재택하는데 우린 왜 안 되냐”

9호선 일부 중단·올림픽대로 통제 등 혼선

공공기관 출근시간 조정했지만 공지 늦어

트위터엔 ‘무정부 상태’ 1만회 이상 언급도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신대방역 앞 보도블록이 폭우로 파손돼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신대방역 앞 보도블록이 폭우로 파손돼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80년 만에 수도권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 여파로 9일 오전 직장인들의 출근길 차림이 달라졌다. 전날 밤 폭우로 신발이 젖은 이들은 구멍 뚫린 고무 재질의 슬리퍼(크록스)를 신거나 반바지를 입고 출근에 나섰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2)는 “크록스를 신고 출근하는데 옆집 사람도 같은 신발을 신고 있었다”고 했다.

출근시간을 두고 혼선도 빚었다. 정부는 수도권 소재 행정·공공기관과 산하기관, 단체의 출근시간을 오전 11시 이후로 늦췄지만 공지가 늦게 전달됐다.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비를 피해 새벽에 나왔는데 오전 7시20분쯤 ‘11시까지 출근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정부서울청사에 근무하는 다른 공무원도 “출근길 버스 안에서 출근시간 조정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했다.

민간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회사 지침에 따라 상반된 모습이었다. 한 직장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회사 공지에는 “일찍 출근해서 (침수) 수습을 도우라”는 지시가 담겨 있었다. 반면 광화문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A씨는 “재택근무 공지를 오전 7시쯤 받았는데 이미 회사에 도착한 상황이었다”며 “회사에서도 미안해 하더라.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 집에 간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 운행이 일부 중단되자 평소보다 출근을 서두른 직장인도 있었다. 이날 오전 9호선 노량진역과 신논현역 사이 7개역에서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개화~노량진 구간, 신논현~중앙보훈병원 구간은 일반 열차만 운행했다. 직장인 유모씨(30)는 “출근길에 지하철 9호선 개화행을 이용했는데 운행 지연이 길었다”며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는데 겨우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고 했다. 9호선을 타고 강남으로 출근하는 김모씨(32)는 “지하철도 구간 통제라고 하는데 회사에서 아침까지 재택근무 얘기가 없길래 연차를 써버렸다”고 했다.

밤 사이 내린 폭우로 올림픽대로 여의하류~여의상류 구간이 통제되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여의도 방향으로 향하던 차량들이 동작대교 및 국립현충원 진입 지점으로 우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밤 사이 내린 폭우로 올림픽대로 여의하류~여의상류 구간이 통제되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여의도 방향으로 향하던 차량들이 동작대교 및 국립현충원 진입 지점으로 우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잠수교, 올림픽대로 여의하류~여의상류 구간과 염창IC~동작대교 구간, 언주로 개포지하차도, 양재대로 양재교 하부도로, 노들로 여의상류~한강대교 구간 등이 양방향 통제됐다. 내부순환로 램프 성수JC방향과 성수JC연결로는 단방향으로 운행이 통제됐다. 이로 인해 차량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다수가 평소보다 늦게 회사에 도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서초구 자택 주변이 침수됐다는 이유로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을 찾지 않고 재택근무를 했다는 소식에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었다. 임모씨는 “대통령도 재택근무를 하는데 내가 왜 이 난리에 출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무정부 상태’라는 단어가 1만회 이상 언급되며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그간 재난상황 발생시 대통령이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컨트롤타워 기능을 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서울이 물바다가 됐는데 대통령이 안 보인다” “애초에 무리하게 집무실을 옮기지 않았다면 됐을 일”이라고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집중 호우로 서울 동작구에서 2명, 관악구에서 3명, 경기 광주시에서 2명 등 총 7명이 사망했다. 서울 서초구에서는 2명이 맨홀 하수구에 빨려 들어가 실종됐고, 1명은 지하주차장에 차를 가지로 간 뒤 급류에 휩쓸려 생존 여부를 파악 중이다. 광주시에서도 급류에 휩쓸린 2명이 실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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