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시대 쌀값은 폭락…풍년 예상에도 농민들 “기쁨 아닌 아픔”

박용근 기자
창고에 쌓아둔 나락. 경향신문 자료사진

창고에 쌓아둔 나락. 경향신문 자료사진

물가는 치솟아 서민 생계를 위협하고 있지만 유독 쌀값은 1년 넘게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세한 농민들은 고물가에, 쌀값 폭락까지 이중고를 겪는다. 급기야 국회에서도 쌀값 안정 대책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20kg 쌀 한 포대 가격은 4만309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5580원보다 22.4% 폭락했다. 산지 쌀 가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7월 이후 1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들어 산지 쌀값 동향을 보면 1월 5만1889원(20kg)이던 것이 2월 5만531원, 3월 4만9747원, 4월 4만7852원, 5월 4만5537원, 7월 4만4395원 등 매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산지 쌀값은 5만3535원을 유지했으나 지난 5월부터는 최근 5년간 평년 가격(4만7000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런 추세는 더 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달 말쯤이면 올해산 조생종 햅쌀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농협창고와 농가에서 보관 중인 올해산 쌀은 구곡으로 취급될 처지기 때문이다.

올해 벼농사는 지난해 병해충이 극성을 부린 것과 달리 일조량이 많아 풍년농사가 점쳐진다. 농민들에게 풍년이 달갑지 않은 이유다.

김제에서 벼농사를 짓는 문정만씨는 “농민들은 입이 닳도록 쌀값 폭락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했는데도 눈 하나 꿈쩍 않더니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면서 “들녘에서 풍성하게 자라는 벼를 보는 것이 기쁨이 아니라 아픔이 되는 게 농정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전북 익산에서 한 농민이 모내기를 하고 있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전북 익산에서 한 농민이 모내기를 하고 있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전북의 경우 이달 하순부터 호남평야 조생종 벼 수확이 본격화된다. 농협창고와 상당수 농가에 2021년산 일반벼와 찰벼 등이 아직도 상당량 보관 중인 현실이다.

전국농민회 총연맹 전북도연맹 관계자는 “만일 정부가 지난해처럼 쌀 시장격리조치를 제때 실시하지 못한다면 올해 쌀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폭락은 뻔하다”며 “정부는 11월에나 이뤄질 올해산 쌀 생산량 조사를 근거로 쌀소비량을 예측해 쌀 시장격리조치를 단행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도 정부의 발 빠른 대책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호남 출신 및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쌀값 안정과 재고미 해소를 위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라”고 밝혔다.

의원들은 “2021년산 쌀 최소 10만t 이상 추가격리를 비롯해 정부와 공공기관 등의 수당·상여금을 쌀 쿠폰으로 지급하고, 쌀을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회사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쌀 상품권 발행이 필요하다”며 “이익공유 차원에서 농산물 수입기업에 국내산 쌀 구매 요청, 해외원조 물량 확대로 대북 지원 및 해외 차관 방법 추진, 국제식량기구(FAO) 권고 비축량 충족을 위한 정부 수매물량을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한병도 의원은 “올해 7월 기준 농협이 떠안고 있는 쌀 재고는 전년 대비 73%가 폭증한 41만t에 달해 지역 농협의 애로가 많다. 특히 전남이 10만t, 전북이 7만6000t으로 두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달하는 실정”이라면서 “농어촌이 붕괴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쌀 가격 폭락과 농민 최후의 보루인 농협이 무너지게 해선 안 된다. 즉각 안정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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