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일대 ‘100년 빈도’ 폭우 대비한다···광화문 등 서울 6곳에 대심도 빗물저류시설 추진

김보미 기자    김원진 기자

서울시 전체 ‘50년 빈도’ 목표 강화

기후위기에 범정부·지자체 재해 대응 협력 필요성도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8일 밤 서울 대치역 인근 도로가 침수된 후 한 시민이 물에 잠긴 차량들을 바라보고 있다.  성동훈 기자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8일 밤 서울 대치역 인근 도로가 침수된 후 한 시민이 물에 잠긴 차량들을 바라보고 있다. 성동훈 기자

서울시가 집중호우 때마다 물에 잠긴 강남역 일대에 100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강도의 폭우에 대비한 대심도 빗물저장 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서울 전체 치수 목표도 현재 30년 빈도에서 50년 빈도로 향상한다.

이는 지난 8일부터 이틀간 내린 집중호우로 서울 도심 곳곳이 침수되고 인명피해까지 발생하면서 도시의 치수·방재 대책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기후위기에 따른 ‘이례적 날씨’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사후 복구보다 사전 예방하는 치수·방재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일 대시민 입장문을 통해 “현재 30년 빈도로 나타나는 시간당 95㎜ 강수량을 기준으로 하는 서울의 치수 관리 목표를 최소 50년 빈도(100㎜)로 상향한다”며 “항아리 지형인 강남은 100년 빈도(110㎜)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에는 지난 8~9일 이틀간 524㎜의 비가 쏟아졌다. 특히 강남 지역은 시간당 116㎜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록적인 폭우에 5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됐으면 3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입은 서울 동장구 남성사계시장에서 10일 서울시새마을회원들과 환경미화원, 상인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입은 서울 동장구 남성사계시장에서 10일 서울시새마을회원들과 환경미화원, 상인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로 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도 도시 치수 정책은 과거 경험치에 기대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 피해를 키웠다고 비판한다. 김병식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수년부터 경고된 기후변화를 무시한 인재”라며 “통계·경제적 관점이 아니라 위기 관점에서 재난 관리 설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상습 침수지역 6곳에 대해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을 들여 빗물저류배수시설을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하수관로를 정비하고 소규모 빗물저류조, 빗물펌프장 등을 만드는 데도 총 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주변보다 지대가 낮아 폭우만 오면 잠기는 강남역 일대는 3500억원을 들여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을 2027년까지 건설한다. 범람이 잦은 서울 관악구 도림천에도 3000억원 투입해 대심도 저류시설을 만들어 저수·통수 능력을 늘린다. 관악구뿐 아니라 동작·구로·영등포구에 걸쳐 흐르는 도림천은 서울 시내 지천 중 수해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꼽힌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의 도로에 빗물이 고여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의 도로에 빗물이 고여있다. 연합뉴스

도심 광화문에도 대심도 저류시설을 만든다. 광화문은 2010년 9월 폭우로 일대가 침수됐을 당시에도 대심도 저류시설의 필요성이 대두됐으나 투입 예산 대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흐지부지됐다. 이후 지하의 관로가 ‘C자형’이어서 배수에 취약하다는 지적에 따라 관로 하나를 추가해 보강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오 시장은 “강남역과 도림천, 광화문의 치수 강화는 2027년까지 마칠 것”이라며 “동작구 사당동 일대와 강동구, 용산구 일대에서는 도시개발 진행에 맞춰서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명피해와 3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데 대해 시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중호우로 한강 수위가 상승한 1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올림픽대로 여의 하류-상류 양방향 구간이 통제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수도권 집중호우로 한강 수위가 상승한 1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올림픽대로 여의 하류-상류 양방향 구간이 통제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그러나 과거 대심도 저류지나 배수터널 등의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도 피해가 발생한 직후에는 활발하게 논의되다가 예산 문제 등으로 지연되며 결국 대부분 구체화되지 못했다. 이 같은 시설들이 완성까지 수년에서 십수년이 걸리고 예산 규모도 막대한 만큼 지자체는 물론 정부 정책 차원에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이형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지구의 기상변화에 대한 대비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미흡한 면이 있었다”며 “서울시 등 지자체는 물론 방재와 관련된 국토부와 행안부 등 정부부처도 재난, 재해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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