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원석 검찰총장 내정자, ‘정운호 게이트’ 수사기밀 누설 의혹읽음

강연주 기자

연수원 동기 법원행정처 판사에 수사상황 생중계

“상세하게 혐의 입증 상황과 당사자들 진술 알려”

사법농단 기소 판사들 판결문에 ‘기밀 누설’ 적시

이 내정자 “수사정보 유출 사실 없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18일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성동훈 기자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18일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성동훈 기자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에 낙점된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검찰총장 내정자)가 2016년 법조비리 사건인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법원행정처에 수사기밀을 여러 차례 유출했다고 ‘사법농단 사건’ 판결문에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판결문에는 이 내정자가 각종 영장 청구 정보과 사건관계인 진술 등 민감한 수사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적혀 있다. 이 내정자를 임명제청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17~2018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사법농단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1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이 내정자의 수사기밀 누설 정황은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의 1·2심 판결문에 담겨 있다. 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던 신광렬 판사는 ‘정운호 게이트’ 의혹이 법관 비리 사건으로 확대되자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였던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와 공모해 법원에 접수된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세 부장판사는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수사 정보를 전달·보고하는 행위를 했지만 법적 처벌 대상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이 판결문에는 이 내정자가 법원행정처에 수사 정보를 전달했다고 명시돼 있다. 이 내정자는 2016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정운호 게이트’ 수사를 담당했는데, 판결문에는 이 내정자가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현보 당시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과 친분이 두터워 수사 정보를 상세히 알려줬다고 적혀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내정자는 2016년 5월2일부터 같은해 9월19일까지 약 4개월간 김 전 감사관과 40회 이상 통화하며 ‘정운호 게이트’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영장 청구 예정 사실과 법관 비위와 관련된 수사 정보를 전달했다. 김 전 감사관은 이렇게 알게 된 정보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했다.

김 전 감사관은 ‘이원석 부장 통화내용’이라는 제목으로 이 내정자와의 통화 내용을 35차례에 걸쳐 메모나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했다. 판결문에는 김 전 감사관이 작성한 복수의 메모가 등장하는데, ‘오늘 이○○에 대한 변호사법 위반 혐의 관련 계좌추적 영장 신청 예정’ 등 수사 상황과 사건 관련자 진술 등이 담겨 있다.

1심 재판부는 이 내정자와 김 전 감사관의 통화 내용이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 부장판사가 임종헌 차장에게 보고한 내용과 유사할뿐 아니라 그보다 더 상세하게 혐의 입증 상황과 당사자들의 진술, 향후 수사계획 등을 알려주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도 “법관이 연루된 사건에서 검찰이 법원에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온 사실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수사보고서가 검찰 관계자로부터 전달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내정자의 수사기밀 누설 의혹은 사법농단 사건 피고인이었던 세 부장판사의 재판에서 직접 거론되기도 했다. 피고인들은 이 내정자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 수사 정보를 알려준 점을 들어 자신들의 행위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피고인들은 2019년 12월2일 당시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이던 이 내정자를 재판에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검찰이 반대해 무산됐다.

이 내정자는 통화에서 “수사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입장에서 수사 정보를 유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원의 자체 감찰과 징계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설명한 것은 있지만 수사 정보를 유출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법원 신뢰 저하 막으려 검찰 약점 공격…언성 높인 ‘진흙탕 싸움’

이원석 검찰총장 직무대리(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 직무대리(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부활절 앞두고 분주한 남아공 초콜릿 공장 한 컷에 담긴 화산 분출과 오로라 바이든 자금모금행사에 등장한 오바마 미국 묻지마 칼부림 희생자 추모 행사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황사로 뿌옇게 변한 네이멍구 거리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