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디성센터)에서 피해자를 상담하고 동영상 삭제를 지원하는 직원의 절반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날이 갈수록 디지털성범죄가 교묘해지고 반복되면서 새 정부도 5대 폭력으로 포함해 피해자 지원을 강화겠다고 했는데, 정작 담당 직원들의 신분은 불안정하다.
디성센터는 여가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에 있는 기관이다. 여성인권진흥원이 여가부에서 받은 출연금으로 운영한다. 피해자 영상물 삭제 지원을 우선으로 하면서 심리상담과 수사·법률·의료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비정규직 절반 디성센터 직원 1인당 영상물 삭제 4300여건
7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디성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 수는 2018년 16명, 2019년 29명, 2020년 67명, 2021년 39명, 2022년 39명 등으로 집계됐다. 여성인권진흥원이 특수법인으로 출범(2019년 12월)하기 전인 2018년과 2019년엔 모든 직원이 비정규직이었다. 이후 일부 정규직으로 채용됐는데, 여전히 전체 정원 절반이 비정규직이다. 2020년에는 비정규직이 50명으로 정규직(17명)보다 3배 가까이 많았고, 지난해와 올해는 비정규직이 22명과 18명으로 정규직과 엇비슷하다.
디성센터 직원들이 피해자들에게 삭제와 상담 등을 지원한 건수는 2018년 3만3921건에서 시작해 2020년 17만697건, 2021년 18만8083건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삭제지원은 16만9820건 이었다. 기준 직원 1인당 4300여건, 한달 기준 360여건의 피해 영상물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상담지원도 2018년 4787건에서 시작해 지난해 1만7456건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디성센터의 비정규직 문제는 지적을 받았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력이 태부족한 상황이고, 비정규직은 계약이 종료되면 삭제 지원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후 올해 처음으로 정규직(21명)이 비정규직(18명)보다 많아졌지만 여전히 절반가량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며 “기재부와 계속 협의를 진행 중으로, 내년에도 올해보다 정규직을 3명 더 늘릴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예산은 올해 24억원에서 내년 26억원으로 확대되지만, 정원은 39명 그대로 유지된다. 여가부는 “일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먼저 진행하고 전체 인원을 차차 늘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가부 직접 예산 투입 ‘지역별 특화 상담소’ 직원 모두 비정규직
여가부는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지역별 특화상담소’ 7개소를 운영했다. 올해 이를 10개소로 늘렸고 내년에는 14개소로 확장한다. 예산은 올해 4억원에서 내년 6억원으로 늘어난다. 지역별 특화상담소는 디성센터와 연계해 피해자들에게 상담과 수사·법률·의료지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화 상담소 1개소에는 인력 2명이 배정돼 있는데, 이들 역시 모두 1년 단위 비정규직이다.
전문성 제고를 위해서라도 고용안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여가부는 “매년 기관을 공모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용도 상담소에서 진행한다”며 “다만 여가부 예산사업인 만큼 운영상황이나 실태를 보고 검토해봐야 할 사항인 것 같다”고 했다.
디성센터와 지역별 특화 상담소 외에도 서울과 경기, 인천은 지자체 자체적으로 디지털성범죄 대응 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센터 직원은 서울 13명, 경기 18명, 인천 6명 등이다. 이들도 총괄팀장과 사업운영 인력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비정규직인 것으로도 파악됐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피해자 지원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낮게 보고 비정규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며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유지하면 전문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노하우가 쌓이지 않으면 같은 자리에만 머물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직 채용이 디지털성범죄 문제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며 “피해자 지원 담당 직원의 정원 자체도 더 늘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