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원 학식’ 파고든 밀키트…대학가 깊어지는 ‘한 끼 고민’

이유진·이소영·김송이 기자
<b>밀키트 고르는 학생들</b> 서울대 학생들이 19일 학생회관에 설치된 밀키트 자동판매기 앞에서 음식을 고르고 있다. 간단하게 조리해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밀키트의 가격은 4000~6000원 수준이다. 연합뉴스

밀키트 고르는 학생들 서울대 학생들이 19일 학생회관에 설치된 밀키트 자동판매기 앞에서 음식을 고르고 있다. 간단하게 조리해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밀키트의 가격은 4000~6000원 수준이다. 연합뉴스

대부분 학교 식대 인상
“다 오르니까 어쩔 수 없어”

서울대 첫 등장 ‘밀키트’
학생들, 품질·가격 고려
“학식보다 든든하면 구입”

‘식품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하여 부득이하게 가격 인상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리며 맛과 정성으로 보답하겠습니다.’

19일 오전 11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학생회관 2층 학생식당 안내문에 이 같은 문구가 적혔다. 고려대는 이날부터 학생식당 식대를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했다. 이날 메뉴로는 흑미밥, 닭살 파채 간장볶음, 어묵국, 깐풍교자만두, 연근조림 등이 제공됐다. 계산대 안쪽에선 식당 직원 2명이 새로 인쇄한 가격표를 가위로 오리고 있었다. 이후 학생식당 앞에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식자재 가격이 급등해 부득이하게 식권 가격 인상’이란 글씨가 적힌 가판대가 세워졌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학생회관 2층 학생식당 계산대에 19일 음식값 인상을 안내하는 팻말이 놓여 있다. 김송이 기자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학생회관 2층 학생식당 계산대에 19일 음식값 인상을 안내하는 팻말이 놓여 있다. 김송이 기자

점심시간인 오전 11시40분이 되자 학생들이 하나둘 식당에 나타났다. 가격 인상에 대한 생각은 엇갈렸다. 김태곤씨(26·불문과)는 “방학 중에도 학식을 자주 먹었다”며 “(학식 가격은) 바깥도 다 오르는 추세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무료급식소는 아니니까 8000원에서 1만원까지는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낙현씨(24·경제학과)는 “가격 인상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가격이) 더 오르면 그냥 몇천원 더 얹어서 나가서 사 먹을까 싶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선 식대 인상이 불러온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날 오전 서울대 학생회관 지하 1층 식당 공간에는 ‘출출박스’라는 간판이 새롭게 달렸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은 외부업체인 풀무원에 이 공간을 제공하고 20일부터 정식으로 ‘밀키트’를 판매한다. 풀무원은 생협 측에 수수료를 제공한다. 캠퍼스 내에서 밀키트 판매가 이뤄지는 것은 전국 대학 중 서울대가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밀키트를 시범 판매했다. 냉장고 3대에 라면류(1000원), 파스타(2500원), 2인용 떡볶이(4500원), 소불고기 전골(6500원), 샐러드(6500원), 피자(6600원, 7700원) 등 메뉴가 진열됐다. 전골류와 샐러드는 할인가 4600원에 판매됐다. 키오스크(무인기기) 결제로 24시간 운영되며, 즉석에서 요리를 할 수 있게 조리기구도 구비했다. 식사 공간엔 4인용 식탁 12개, 2인용 식탁 7개가 놓였다.

대학원생 정모씨(24)는 “품질이 어떤지를 보고 사 먹을지 말지 결정할 것 같다”며 “학식보다 맛있고 든든하다는 평가가 나오면 5000~6000원에도 사 먹겠지만, 편의점 음식 수준이라면 차라리 학식을 먹겠다”고 했다. 이곳에서 구입한 샐러드로 점심을 해결한 김민재씨(25·식품영양학과)는 “구성이 만족스럽다”면서도 “할인이 끝나면 비싸서 안 사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대 생협은 ‘천원의 밥상’이라고 불리는 1000원짜리 백반 가격을 제외한 학생식당 식대를 3000~6000원에서 4000~7000원으로 인상했다. ‘역대급’ 물가 상승으로 컴퍼스 내 학생식당 밥값은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서울대, 고려대뿐만 아니라 한국외대·숙명여대·연세대·부산대·전북대 등이 이미 올 상반기 학생식당 가격을 올렸다.

지난 3월15일부터 4월30일까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실시한 ‘2022 전국 대학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식비 지출(47%)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비(27.1%)와 주거비(14.2%)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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