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꼰대’ ‘강성’···직원들 성향 파악 문건 만든 삼성전자판매사 노사협의회

유선희 기자

노사협의회 사원대표끼리 공유

인사평가에 가정사까지 담겨

금속노조, 법적 대응 검토

삼성전자판매사 노사협의회 팀 사원대표가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기록해 관리한 문건. 금속노조 삼성전자 판매지회 제공

삼성전자판매사 노사협의회 팀 사원대표가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기록해 관리한 문건. 금속노조 삼성전자 판매지회 제공

삼성전자가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 삼성전자판매사의 노사협의회 사원대표가 직원들의 개인성향과 가족관계 등을 파악해 문건으로 관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은 노사협의회 사원대표들이 인수인계하며 공유했다. 삼성전자는 “회사에서 지시하거나 관여하지 않았고, 이 문건과 전혀 무관하다. 개인직원의 일탈”이라고 해명했다.

20일 경향신문이 전국 금속노조 삼성전자 판매지회(이하 노조)를 통해 입수한 문건에는 삼성전자판매사 직원 80여명에 대한 개인정보가 담겼다. 삼성전자판매사는 지역 권역에 따라 7개팀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문건에는 ‘3팀’에 포함된 한 도시의 직원 전체 명단이 들어가 있다. 작성자는 노사협의회 5팀 사원대표로, 조직개편이 있던 지난해 여름 이 문건을 3팀 사원대표에 넘겼다. 노사협의회 팀 사원대표는 지난해 노조가 생기기 전까지 사측과 임금협의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문건을 전달받은 3팀 사원대표는 올여름 새로 선출된 대표에게 이를 다시 넘겼다. 문건을 전달한 이메일에는 “절대 보안 유지해주세요” 라고 적었다. 삼성전자 관계자은 “조직을 개편하면서 후임자가 요청해 처음 작성했다고 파악했다. 인사팀 요청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엑셀파일로 정리된 문건에는 부서와 성명, 직급, 사번, 특이사항, 가족사항(삼성전자판매사 관련), 개인성향, 연고, 복귀희망 등의 구체적인 정보와 함께 가정사까지 기록돼 있었다. “고과관리 필요함” “타인에 대한 배려가 0점으로 장사를 아주 잘함” “꼰대(?) 이미지가 강해 직원들과 잘 지내지 못함” 등 인사평도 담겼다. 직원들의 개인성향을 ‘배째라’ ‘이기적’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한 직원에 대해선 “강성으로 호불호가 갈리나, 동생들은 굉장히 신뢰한다”면서 ‘키맨’이라고 적었다. “배우자가 의부증 심하다” “최근 배우자와 사이가 좋지 않다” 등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정보도 있었다.

문건을 폭로한 삼성전자판매사 직원은 기자에게 “회사가 그동안 직원들을 이런식으로 이용했구나 하는 생각에 고민 끝에 폭로하기로 했다. 다른 지역도 있을 것이란 의심이 든다”며 “왜 회사가 개인사에 대한 정보까지 필요하고 주관적인 관찰이 문서로 만들어 져 관리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직원들을 감시·평가하고 비공식적으로 정리된 문건이 어떻게 활용됐는지 회사는 명백히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김세현 금속노조 전략조직부장은 “회사가 수집할 이유가 전혀 없는 정보로, 전 직원에 조직적인 사찰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범죄행위”라고 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 판매지회는 문건 작성·공유자를 형사 고소·고발하는 등 법적 소송제기와 인권위원회 진정제기 등을 검토 중이다. 또 사측의 조직적 개입여부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요구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문건 자체는 당연히 잘못됐고 건넨 것 자체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회사의 지시나 관여는 전혀 없었다”며 “개인이 참고하려고 작성했다고 파악했다. 개인직원의 일탈”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지역에서 유사사례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이 지역뿐이다. 저희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 중이다”라며 “또 회사는 이 문건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인사고과 등에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조사를 진행해 문제가 있는 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문건을 작성해 공유한 것으로 확인한 노사협의회 팀 사원대표 3명은 기자와 통화에서 모두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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