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성폭력 사건 ‘여가부 신속 통보’ 규정 유명무실···반년 뒤 ‘늑장 통보’도읽음

유선희 기자
여성가족부 정부서울청사. 연합뉴스

여성가족부 정부서울청사. 연합뉴스

국가기관과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부문 기관장이 내부 성폭력 사건을 인지한 뒤 여성가족부에 이를 통보하기까지 열흘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에 따르면 국가기관과 지자체, 공직유관단체, 학교 등의 기관장은 성폭력 사건을 알게 되면 지체없이 이를 여가부 장관에게 통보해야 하지만 205일이 걸린 사례도 있었다. 통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어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경향신문이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13일부터 지난 6월 말까지 공공기관은 여가부에 성폭력 사건 748건을 통보했다. 기관별로 보면 국가기관 33건, 지자체 45건, 공직유관단체 58건, 학교 612건 등이다. 지난해 하반기(7~12월)보다 올해 상반기(1~6월)가 2배 이상 많았다. 국가기관은 11건에서 22건, 지자체는 15건에서 30건, 공직유관단체 는13건에서 45건, 학교는 263건에서 349건으로 증가했다.

기관별로 여가부에 통보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을 보면 서울교통공사가 포함된 공직유관단체가 가장 길었다. 공직유관단체는 평균 19.1일만에 여가부에 성폭력 사건을 통보했다. 국가기관은 평균 17.8일, 지자체 14.9일, 학교 12.8일이 걸렸다.

학교에서는 최장 205일이 걸린 사례가 있었다. 공직유관단체에서도 17주(119일)만에 통보가 된 사례가 나왔다. 국가기관은 최장 약 15주(107일), 지자체는 약 8주(60일) 등이었다. 여가부는 “관련 법 개정·시행 초기 일부 기관에서 사건통보 의무를 숙지하지 못했거나, 피해자의 의사 등에 따라 사건 인지 후 통보가 지연된 사례가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통보가 지연되거나 누락돼도 제재할 방법은 없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가해자 전주환은 지난해 직장동료인 피해자에게 성폭력(불법촬영)을 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이를 여가부에 알리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는 “경찰로부터 가해자 정보만 받아 피해자가 누군지 몰랐다.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인지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유정주 의원은 “기관에서 사건을 인지하고 여가부에 통보까지 길게는 약 7개월이 소요된 사례가 있다. 그 사이 피해자는 2차 피해 등 또다른 고통에 노출될 것”이라며 “사건 발생 시 여가부로 즉시 통보할 수 있도록 여가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제도를 알리는 것은 물론, 3개월 이내에 통보하지 않은 기관에 대해서는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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