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자체가 시민단체의 ATM기? 전국 예산 전수분석했더니 “0.2% 안팎”

허남설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1년 9월16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 세우기’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사회 지원 예산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1년 9월16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 세우기’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사회 지원 예산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7개 광역자치단체가 시민사회에 지원하는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 등 예산이 전체 예산의 0.1~0.2% 수준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서울시가 지난해 시민사회 지원 예산을 쟁점화한 것을 계기로 광역지자체의 실제 재정지원 규모를 처음 검증한 결과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시민사회 지원과 관련해 ‘정책 일관성’을 강조했다.

2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지난 8월 펴낸 ‘지방정부의 시민사회정책 및 시민사회 공익활동 지원사업 현황조사’ 보고서를 보면 서울시 등 17개 시·도의 2021년도 본예산 중 ‘시민사회 공익활동 활성화 정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업내역 1446개의 예산은 모두 2288억원이었다. 각 시·도별로 시민사회 활성화 예산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광주시(1.85%)를 제외하고 모두 0.1~0.2%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시는 “지난 10년간 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했다”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2011~2020) 예산을 비판했는데, 그 해 서울시의 시민사회 활성화 예산은 일반회계 전체 예산 27조7257억원의 0.23%인 641억원이었다.

분석 대상이 된 예산을 유형별로 보면, 마을공동체 활성화가 69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기타 시민참여 활성화(주민자치 등) 443억원, 자원봉사 활성화 364억원, 공익활동 직접 촉진(비영리단체 공모 등) 317억원, 보훈단체 지원 222억원, 국민운동단체 지원 109억원, 민주시민·인권교육과 평화·통일 관련 사업 101억원, 소비자단체 지원 36억원 등이다. 연구진은 국민운동단체 등 법정 단체 지원 예산 비중이 19.2%란 점을 들어 “특정 단체의 육성과 지원에 보다 집중됐다”며 “시민사회 활성화 정책이 미진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발주한 과제를 보사연이 수행해 지난 8월 제출한 것이다. 지자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을 참고해 세출예산 성질별 통계목 중 ‘민간경상보조’ ‘민간단체 법정운영비 보조’ ‘민간위탁’ ‘자치단체 경상보조’ 등에서 관련 예산을 추려내고, ‘시민’ ‘주민’ ‘사회적자본센터’ ‘도시재생지원센터’ 등 열쇳말로 관련 예산을 추가로 파악했다.

[단독]지자체가 시민단체의 ATM기? 전국 예산 전수분석했더니 “0.2% 안팎”

연구진은 각 시·도의 시민사회 현황과 지자체의 시민사회 활성화 제도도 분석했다. 그 결과 “시민참여와 시민사회와의 협치에 기반한 정책 기조와 지역 현실에 근거한 구체적인 시민사회 활성화 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광역시·도는 2020년 5월 제정된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따라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수립된 지자체는 없으며 관련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지자체가 다수”라고 밝혔다. 연구진이 ‘공익’ ‘참여’ ‘자치’ 등 13개 열쇳말로 검색한 결과 11개 시·도가 시민사회 활성화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중앙정부에 대해서도 “시민사회 활성화 관련 법률(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기본법 등) 제·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의 정책 일관성을 높일 수 있도록 소통·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표준 방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 권력의 교체로 정책의 불안정성이 예측되는 현재 시민사회 관련 정책의 연속성, 안정성,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사연이 이 보고서를 제출한 직후인 지난달 7일 국무조정실은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을 폐지하는 입법예고를 공고했다. 시민사회에선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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