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장벽의 도시
투명장벽의 도시

기획취재팀 | 김보미(전국사회부) 배문규·김한솔·김지혜(스포트라이트부)

설계 단계부터 장애인을 비롯한 이동약자들의 편의를 고려한 서울 수유동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의 내부 모습.    강윤중 기자

설계 단계부터 장애인을 비롯한 이동약자들의 편의를 고려한 서울 수유동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의 내부 모습. 강윤중 기자

“독립을 꿈꾸어 왔지만 막상 나와 살다보니 장애인 입장에서 불편한 점이 많았어요. 이곳으로 온지 2년이 되어가는데 아쉬운 점이 전혀 없습니다.”(직장인 김영관씨)

서울 강북구에 있는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 수유’는 장애인·노인 등 이동약자들이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설계한 사회주택이다. 이동약자들 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집’을 지향한다. 지난달 19일 방문한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는 4호선 수유역 인근 주택가에 세워졌다. 벽돌로 단정하게 치장한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에 주택 16세대와 커뮤니티 공간이 있다.

언뜻 일반 건물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유니버설디자인다운 ‘궁리’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공용 현관문부터 각 세대까지 건물 안의 턱을 2㎝ 이하로 낮춘 것이다. 휠체어, 보행보조기, 유아차가 쉽게 드나들 수 있다.

건물 규모에 비해 공동현관 복도가 넓다. 엘리베이터도 15인승(보통 빌라나 소형오피스텔은 8인승)으로 세대수에 비해 크다. 각 층의 복도는 정방형으로 넓이도 4.9m×4.9m로 널찍하다. 휠체어가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복도 벽면도 각 층마다 색을 다르게 칠해 자기가 사는 층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김영관씨(32)는 기본 세대에 장애인 등 이동·주거약자들을 위해 추가 옵션을 적용한 UD플러스 세대에 살고 있다. 전용면적 28㎡에 방 1, 거실, 주방, 화장실, 베란다가 있어 1인 가구가 살기 적합한 공간이다. 출입문을 열자 일반 오피스텔의 두 배 크기의 넉넉한 현관이 눈에 들어왔다. 전동휠체어가 한켠에 놓여 있지만 비좁지 않았다. 모든 문의 폭이 일반 주택보다 10㎝ 정도 넓고, 미닫이문이다. 화장실에 안전바와 보조의자도 설치되어 있다.

김씨는 집안에선 침대에 누워지내는 장애인이다. 장애인신문의 광고를 보고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를 알게 됐다. 그는 “오피스텔에 산 적이 있는데 집안에 턱이 있고, 공간이 좁아 불편했다”고 했다. 현재 사는 집도 면적 자체가 넓진 않은데 무슨 의미일까. 그는 “폭이 넓은 엘리베이터, 넓은 복도, 공간이 큰 화장실이 중증장애인 입장에선 절실하다”면서 “휠체어를 움직이는데 공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 세대 입구.   강윤중 기자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 세대 입구. 강윤중 기자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 내 화장실.     강윤중 기자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 내 화장실. 강윤중 기자

장애인들이 거주하거나 이용하는 건물의 문과 벽의 하단을 보면 긁힌 자국을 볼 수 있다. 휠체어 바퀴가 부딪친 흔적이다. 김익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 주택관리본부장은 “문턱은 공사로 없앨 수 있지만, 공간 구성은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설계 때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니버설디자인은 배리어프리보다 진전된 개념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애초에 연령·성별·능력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편리한 디자인 개념이다. 휠체어 장애인의 이동을 막는 계단이 있을 때, 배리어프리 디자인의 접근은 장애인을 위한 리프트를 설치하는 것이다. 반면 유니버설디자인은 승강기나 경사로를 설치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토록 한다. 배리어프리 디자인은 특정 대상을 우대하는 것처럼 보여 당사자를 오히려 소외시키는 문제도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로 돌봄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하면 공사비가 30% 정도 더 든다.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 수유의 경우 서울시 민관협력 사업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익 본부장은 “건물의 진입부·승강기 등 공용부에라도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하고, 공동주택을 지을 때 유니버설디자인 요소를 반영한 세대를 일정 비율 짓도록 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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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장벽의 도시①]누구나 살기 좋은 집…‘유니버설디자인’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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