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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주체성 장애’ 진단 트랜스젠더, 5년 전의 2배···“정신장애 분류체계 개정 시급”

박하얀 기자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2021년 11월16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 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트렌스젠더 성별정정 수술요건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2021년 11월16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 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트렌스젠더 성별정정 수술요건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성주체성 장애’ 진단을 받은 트렌스젠더가 올해 들어서만 2000명 가까이 됐고, 최근 5년간 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주체성 장애’ 진단은 ‘트랜지션’(트렌스젠더가 성별 정체성에 맞게 사회적 성별을 변화시키는 과정)의 1차 관문으로 꼽힌다.

경향신문이 16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을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성주체성 장애(코드 F64)’ 진단을 받은 이는 총 9828명(건강보험 심사결정 기준·F64를 주상병으로 청구한 명세서 대상)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8월까지 1936명이 ‘성주체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성주체성 장애’ 진단을 받은 이는 2017년 1160명, 2018년 1400명, 2019년 1595명, 2020년 1707명, 2021년 2030명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연말까지 집계하면 올해 수진자는 2017년의 2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간 ‘성주체성 장애’ 진단을 받은 이들의 연령대는 20대(6290명), 30대(2022명), 10대(1136명), 40대(560명) 순이었다. 부모 동의를 받지 못하거나 경제적 부담에 호르몬 요법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10대 수진자가 적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성주체성 장애’ 진단은 호르몬 요법 등의 의료적 조치와 법적 성별 정정, 병역 판정 등을 위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진단이다. 법원은 성별 정정 허가 조건으로 정신과 진단과 불임, 외부 성기 성형수술을 요구한다.

통계청이 성별 불일치를 ‘정신 및 행동 장애’ 범주의 하나인 ‘성 주체성 장애’로 분류하는 데 대한 비판도 꾸준히 제기된다. 트랜스젠더를 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존재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성별 불일치를 ‘성건강 관련 상태’로 분류한 세계건강기구(WHO)의 권고를 2031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10차 개정안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한희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는 “(F64 진단) 수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트랜스젠더들이 옛날엔 (성별 정체성을) 감췄지만, 이제는 덜 감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비급여로 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어 (집계된) 수치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베트남 보건복지부는 최근 ‘트랜스젠더를 더는 질병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고 선언하며 일종의 행정명령을 내렸는데, 통계청 기준을 바꾸기 전 정부 차원에서 이 같은 선언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장혜영 의원은 “국가 통계가 소수자에 대한 낙인과 차별을 강화해선 안 된다”며 “통계청은 세계보건기구와 인권위의 정책 권고를 반영해 2026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9차 개정에 ‘트랜스젠더 비병리화’를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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