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바 알바생’도 동참···“피 묻은 빵 먹을 수 없다” SPC 불매운동 확산

18일 오후 20대 여성 노동자 끼임 사고가 발생한 경기 평택 SPC 계열사 제빵공장 안에 마련된 분향소. 일반 시민의 출입은 통제됐다. 신주영 기자

18일 오후 2시 20대 여성 노동자 끼임 사고가 발생한 경기 평택 SPC 계열사 제빵공장 앞은 오가는 사람 없이 조용했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출입통제시스템(스피드게이트)’에 막혀 일반 시민의 출입이 불가능했다. 스피드게이트 너머로 흰 천막 아래 마련된 분향소가 보였다. 고인의 영정사진 앞에는 국화꽃 더미가 놓였고, 한편에는 동료들이 붙이고 간 추모 포스트잇으로 빼곡한 판넬이 세워졌다.

“사고 현장 수습도 없이 바로 공장 가동
너무 비윤리적, 가족에게도 불매 권유”

발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공장 풍경과 달리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SPC를 향한 불매 목소리가 높다. 특히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진 뒤에도 다음날 기계 가동이 계속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피 묻은 빵을 먹을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SPC가 운영 중인 브랜드 목록을 공유한 한 트위터 게시글은 이날 오전 기준 1만6000건 이상 공유됐다.

온라인에 공유되고 있는 SPC 브랜드 목록. 트위터 갈무리

불매에 참여한 이들은 회사의 대처를 지적했다. 특히 20대 여성들은 사망한 노동자가 또래라는 점에서 더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김서우씨(28)는 “뉴스를 보고 예견된 일이 발생한 느낌이 들었다”며 “충분히 막을 수 있던 사고였던 걸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특히 사고 현장을 수습도 제대로 안 하고 공장을 바로 가동했다는 게 너무 비윤리적으로 느껴졌다”며 “원래도 노조 탄압 등 얘기가 나와서 SPC에 대한 기업 이미지가 안 좋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가족들에게도 다 불매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전모씨(28)는 “사회적 약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업무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끼임 현상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도 없던 상태였다”며 “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업에 책임이 존재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불매에 동참할 것”이라며 “기업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다. 전보다 기업의 윤리 경영이 제품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구매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 파리바게뜨 노조탄압을 규탄하는 민주노총 전국화섬식품노조의 천막농성장이 설치되어 있다. 권도현 기자

서울 시내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만난 20대 직원 A씨는 “사실 저도 SPC를 불매 중”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월급을 받는 것과 소비자의 입장은 다르기 때문에 일은 하고 있다”며 “이번 일을 기회로 회사가 변하지 않으면 앞으로가 더 힘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연이은 사고로 사장님(가맹점주)은 물론 제빵사분들도 다 피해를 보는 것 같다”며 “샌드위치 공장에서 사고가 나면서 샌드위치 제조가 중단돼서 매장에 계신 제빵사분이 따로 다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포켓몬빵을 좋아해 사달라고 하길래
얘기해줬더니 ‘그런 빵 안 먹을래’ 하더라”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이모씨(38)는 “아이가 포켓몬빵을 좋아한다. 어제 편의점에 갔는데 웬일로 포켓몬빵이 있더라”며 “아이가 사달라고 하길래 ‘빵을 만들다가 어떤 누나가 하늘나라로 가는 사고가 있었다. 포켓몬빵도 같은 회사에서 만든 거야’ 설명했더니 ‘그런 빵은 안 먹을래’라고 하더라. 아이한테 이런 설명까지 해야 하는 게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SPC를 상대로 한 불매운동은 처음이 아니다. 단순한 불매를 넘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강모씨(34)는 “불매운동은 일시적 방법이라고 본다”며 “계속해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는데, 법·제도적 장치가 빨리 마련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또 적극적으로 민원을 넣거나 항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추소현씨(27) 역시 “이번엔 SPC가 제대로 사과하고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