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불법파견부터 제빵공장 중대재해…“값싼 노동이 부른 참사”

유선희 기자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 20일 서울 양재동 SPC본사 앞에서 진행한 SPL 평택공장 산새자망사고 희생자 추모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 20일 서울 양재동 SPC본사 앞에서 진행한 SPL 평택공장 산새자망사고 희생자 추모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등의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가진 SPC그룹은 국내 제빵업계 선두주자로 꼽히지만, 노동자들 처우는 그렇지 못하다. 파리바게뜨의 불법파견 문제를 두고 노조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SPC그룹 계열사인 에스피엘(SPL) 평택공장에서 노동자가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SPC 노조 관계자들은 사고가 잇따르는 배경에는 SPC 그룹 전체의 ‘노동 경시 풍조’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활동에는 “노동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경영철학이 담겨 있어야 하고, 이는 고용관행이나 노동과정에 대한 규칙”으로 나타나는데, “SPC는 어느 계열사라고 할 것 없이 고강도 노동에 값싼 노동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은 20일 기자와 통화에서 “인력이 부족해 제빵기사나 생산공장 노동자들은 다쳐도 산업재해 처리를 제대로 못 하고 눈치를 보기 일쑤다. 아파서 쉬어야 하는데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저임금에 고강도, 장시간 노동에 대한 처우개선을 위해 직고용을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조를 탄압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면서 노동자들의 요구가 사측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임 지회장은 올해 3월28일부터 53일 동안 단식에 나섰다. 부당노동행위 중단과 노조탄압,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SPC파리바게뜨 노사 갈등은 2017년파리바게뜨가 5300여명을 불법파견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시작돼 아직도 진행 중이다. 중간에 사회적 합의 등이 만들어졌지만 갈등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 20일 서울 양재동 SPC본사 앞에서 진행한 SPL 평택공장 산새자망사고 희생자 추모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 20일 서울 양재동 SPC본사 앞에서 진행한 SPL 평택공장 산새자망사고 희생자 추모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SPL 평택공장에서 지난 15일 20대 노동자가 소스 혼합기에 몸이 끼어 숨졌다. 위험방지 조치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해당 혼합공정에서는 2인1조 작업이 원칙이었지만 사망한 노동자는 혼자 일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 20일 서울 양재동 SPC본사 앞에서 진행한 SPL 평택공장 산새자망사고 희생자 추모행사에 참여한 한 시민이 추모글을 작성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 20일 서울 양재동 SPC본사 앞에서 진행한 SPL 평택공장 산새자망사고 희생자 추모행사에 참여한 한 시민이 추모글을 작성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70여개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은 20일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PC파리바게뜨는 매장을 열면 제빵사를 공급하겠다는 영업전략으로 국내 제빵프랜차이즈업계 중 가장 많은 매장을 열었다. 그 와중에 제빵사는 불법적인 파견근로자가 되었고 노동권은 무시됐다. 사회적 합의를 이룬 지 4년이 지났지만 약속 이행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규탄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분위기는 결국 일터의 환경에도 영향을 줬다고 했다. 공동행동은 “SPC그룹은 노동자의 정당한 목소리를 압살해왔고, 그 결과는 휴식이 매우 부족한 고강도 노동으로 인한 후유증, 임신한 여성노동자의 유산 등 다양한 피해가 있었다”며 “종국에는 비참한 산업재해 사망 피해자까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위주의적 경영방침에 여성청년노동자는 안전장치 없는 기계에서 혼자 떠맡긴 업무량을 처리했을 것”이라며 “이러한 경영방침은 SPC그룹 구성원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큰 불행이다”고 했다. 본사 SPC 앞에는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작성하고 헌화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 20일 서울 양재동 SPC본사 앞에서 진행한 SPL 평택공장 산새자망사고 희생자 추모행사에 참여한 한 피켓을 들고 있다. 김창길 기자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 20일 서울 양재동 SPC본사 앞에서 진행한 SPL 평택공장 산새자망사고 희생자 추모행사에 참여한 한 피켓을 들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번 중대재해를 계기로 SPC그룹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20일 전국 1000곳에서 전국동시다발 1인 시위와 함께, 주요 거점에 현수막 1000장도 게시됐다. 현수막에는 파리바게뜨 노동인권 문제와 SPL 평택공장 중대재해 희생자를 추모하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날 프랑스 파리 매장에서도 항의행동이 함께 진행된다.

공동행동은 오는 21일 평택역에서 ‘SPC파리바게뜨 평택공장 SPL 산재사망 추모와 책임자 처벌을 위한 문화제’를 진행하고, 25일에는 국회 본청에서 ‘산재사망 사고원인과 책임소재 규명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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