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견기업 회장 감옥 간 사이···회장 딸 성추행했다 재판 넘겨진 기업 전속 변호사

이홍근 기자    최서은 기자

검찰, 경찰 송치 사건 1년 가까이 끌다 기소

피해자 측 “법조계 인맥 활용 사건 처리 지연”

자신이 법률 업무를 맡고 있던 중견기업 오너의 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변호사가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 경향신문은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메시지 전문을 공개한다.

자신이 법률 업무를 맡고 있던 중견기업 오너의 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변호사가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 경향신문은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메시지 전문을 공개한다.

의뢰인인 중견기업 오너가 수감된 뒤 그의 딸을 성추행한 현직 변호사가 지난 7월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다며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그로부터 1년 가까이 사건 처리를 미루다 늑장 기소했다. 피해자 측은 가해자가 법조계 인맥을 활용해 의도적으로 사건 처리를 지연시켰다고 주장했다.

2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7월 변호사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의뢰인인 회장이 감옥에 수감된 뒤 회장 딸 B씨를 수차례 불러내 성추행하고 집으로 찾아가 강제로 입을 맞춘 혐의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C사로부터 경영권 분쟁, 세무조사, 이혼소송 등 법률 분쟁에 관한 자문 및 소송 대리를 위임받아 수행했다. 2017년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C사의 회장은 수감 중 만성신부전증으로 쓰러졌다. 아버지의 상황을 접한 B씨는 미국 유학 생활 도중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미국에서 온 B씨는 A씨에게 매달 생활비를 받아 썼다. 아버지가 구속되기 전 주식 대금을 A씨가 관리했기 때문이다. 이혼한 어머니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고, 별다른 수입도 없던 B씨는 A씨가 주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A씨가 아버지와 관련된 법률 문제 등을 총괄하고 있어 그의 말은 B씨에게도 절대적이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B씨의 아버지 가석방 심사를 앞둔 2019년 6월23일 “아버지 일로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며 B씨를 한강공원으로 불러내 성추행했다. A씨의 추행은 비슷한 방식으로 같은해 7월17일까지 6차례 이어졌다. 피해 당시 B씨는 20대 초반이었고, A씨는 50대로 아버지보다도 3살 많았다.

B씨가 반항하지 못하자 A씨의 범행은 더 대담해졌다. 2019년 7월18일 A씨는 산책 뒤 B씨의 집으로 따라들어가 강제로 입을 맞췄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A씨가 물리력을 행사하고 언어적 성희롱도 가한 것으로 판단했다. 피해 이후 B씨가 연락을 받지 않자 A씨는 “그날도 그런 감정 때문에 실수한 것 같다”며 “네가 그 정도로 충격을 먹을줄 몰랐다”고 장문의 사과 메시지를 보냈다.

B씨는 아버지의 건강상태 등을 우려해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다가 고민 끝에 2020년 2월 A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6개월간의 수사를 거쳐 A씨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피해자 조사 등을 바로 하지 않고 미루다가 주임검사가 여성으로 바뀐 다음인 2021년 7월이 돼서야 A씨를 재판에 넘겼다.

B씨 측은 “A씨가 현직 법조인이라 인맥을 이용해 사건을 뭉개려고 한 것 같다”며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도 여럿 고용했다”고 말했다. 실제 A씨는 사건 대응 과정에서 현직 검사장의 친동생을 포함해 5명의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본인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출신으로 현재 로펌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고소 후 2년이 지나도록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B씨는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당초 1심 결심 공판은 10월18일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A씨 측 요청으로 11월10일로 미뤄진 상태다. B씨는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를 통해 “그런 일들을 당한 이후 하루하루 삶이 짓눌리는 기분으로 매일 숨만 간신히 쉬며 버텨왔다”며 “더 이상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부탁드린다”고 심경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이 많다보니 미뤄진 것이지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한 것이 아니다”라며 “통상적인 사건 처리 기간 안에 원칙에 따라 기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의 주장처럼) 전관 출신 변호인들에도 불구하고 원칙대로 기소했다면 오히려 잘한 사안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Today`s HOT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400여년 역사 옛 덴마크 증권거래소 화재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장학금 요구 시위하는 파라과이 학생들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케냐 의료 종사자들의 임금체불 시위 2024 파리 올림픽 D-100 솔로몬제도 총선 실시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