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2017년 다중밀집사고 분석
2014년 성남 환풍구 붕괴 16명 사망
“당황하거나 불만 심리 커질 때 사고”
“사고예방 대응 법령·매뉴얼도 미흡”
지난 29일 밤 최소 151명이 사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압사 사고다. 사상자 규모도 최대 수준이다.
행정안전부가 1992년 이후 국내외에서 공연장 등지에서 수용 인원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발생한 다중밀집 사고를 2017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관람객 등이 당황하거나 불만 심리가 커질 때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고 예방 대응할 법령·매뉴얼이 미흡한 경우도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분석의 사례를 보면 국내에서는 1992년 2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뉴키즈 온더 블록의 내한 공연 도중 관객이 무대 앞으로 몰려나오면서 1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을 입었다. 2005년 10월 경북 상주에서는 상주시민운동장에 콘서트를 보기 위해 몰린 시민들이 출입구를 여는 순간 한꺼번에 입장하면서 11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부상을 당했다. 당시 사고는 노약자들이 많아 인명 피해가 컸다.
2009년 2월 경남 창녕에서는 화왕산 억새를 태우는 과정에서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 쪽으로 불길이 번지자 이를 피해 도망가던 시민들이 절벽에서 추락해 7명이 사망했다. 또 불을 피하던 81명이 다쳤다.
2014년 10월에는 경기 성남 판교 야외공연장의 환풍구가 붕괴해 환풍구 덮개 위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사람들이 약 20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16명이 숨졌다.
외국에서도 공연과 성지순례 등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06년 12월 자바섬의 밴드 공연 중 정원(6000명)의 두 배가량의 관중이 몰려 압사 사고가 일어나 10명이 사망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1일에도 동자바주 말랑 리젠시 칸주루한 축구장에서 패한 팀의 관중들이 경기장으로 뛰어들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인파를 막으려는 경찰이 최루탄을 쏴 장내가 혼돈에 휩싸여 사람들이 출구로 몰리면서 뒤엉키는 바람에 132명이 숨졌다.
독일 뒤스부르크 터널 공연장에서는 2010년 7월 퍼레이드 현장에서 몰린 수만 명의 사람이 좁은 입구로 몰리면서 발생한 연쇄 압사로 19명이 사망하고 340명이 다쳤다. 2015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성지 메카로 몰린 순례자들이 뒤엉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사망자 769명, 부상자 934명이라는 최악의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행안부는 압사 사고 사례 분석을 계기로 공연법에 따른 공연장,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지역축제 안전 관리에 대해 개선할 것을 각 지자체 등에 권고했다.
안전대책 의무 수립 대상을 순간 최대 관람객이 3000명 이상 행사에서 1000명 이상으로 강화했다. 또 공연장에서도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대피를 위한 안내를 하도록 했다. 특히 안전관리 관계자 교육에 ‘군중의 특성을 고려한 다중밀집사고 예방 내용’을 포함하고, 아르바이트나 자원봉사자 등 단순 안내 요원도 교육을 받도록 했다.
문제는 이번 이태원 핼러윈은 행사의 주체가 없는 점이다. 다음날 핼러윈을 계기로 친구,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많은 사람이 특정 지역에 몰렸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다. 보통 행안부, 자치구 단위로 안전관리계획을 신고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자치구가 주관하는 행사나, 행사비 지원 기관 또는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 등이다.
그러나 이태원 일대는 매년 핼러윈 때마다 인파가 몰려 극심한 교통 혼잡 등이 빚어졌던 곳이다. 취객 관련 사고와 도난·분실 신고 등이 잇따르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날 사고 현장을 포함한 인근에서는 대규모 인파의 이동과 통행을 관리하는 인력도 부족했던 것으로 보여 지자체와 당국의 관리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