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주최’ 없는 축제, 안전 법령·매뉴얼의 사각지대였다

김원진 기자

지난 29일 밤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데이’ 참사는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회 재난’이다. 자연재해가 아닌 화재, 붕괴 등의 사고를 사회재난으로 정의한다.

사회 재난을 방지하려면 사전 통제가 중요하다. 김병식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사회 재난의 핵심은 통제다. 사회 재난은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연 재난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이태원 사고 현장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권도현 기자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이태원 사고 현장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권도현 기자

통제를 강제하거나 유도할 수 있는 법령 또한 필요하다. 축제나 행사에 관한 안전 법령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파가 몰리는 지역축제나 공연장의 안전관리를 위한 법령이나 매뉴얼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정부는 2006년 6월20일 ‘공연·행사장 안전매뉴얼’을 만들었다. 2005년 10월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런 MBC 가요콘서트를 보러 온 시민 11명이 압사하고 16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뒤다. 당시 만들어진 매뉴얼에는 ‘많은 수의 안전관리요원을 배치하고 공정한 줄서기를 유도·관리해 압사 사고를 사전에 방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2013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지역축제 안전관리 조항을 신설했다. 2019년에는 재난안전법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민간이 지역축제를 개최할 때에도 안전관리계획 수립해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행안부가 재난안전법에 근거해 만든 ‘지역축제장 안전관리매뉴얼’에는 지역 축제 안전관리 사항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매뉴얼 적용대상은 ‘축제기간 중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축제’. ‘폭발성 물질을 사용하는 지역축제’ 등이다.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데이 참사는 ‘축제 주최’가 없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지난 15~16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지구촌축제는 행사 주최가 있었던 점과 대비된다. 지구촌축제는 관광특구연합회가 주최하고 서울시 용산구가 후원했다. 지구촌축제 때에는 이태원역 인근 도로가 통제돼, 인파가 분산될 수 있었다.

축제를 열기 전 안전관리계획을 신고해야 하는 대상은 지자체, 중앙정부, 민간기관 등 행사나 축제 주최기관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주관기관이 없는 상태에서 일어난 참사”라며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만으론 (안전)매뉴얼상 사전 안전관리계획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따지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경찰 조사가 이뤄져야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축제 주최가 사실상 부재했다 하더라도, 관할 지자체의 적극적인 통제가 필요했다는 의견도 있다. 김병식 교수는 “참사의 원인을 하나로 꼽기는 어려운 게 사회 재난의 특징”이라며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곳곳에 인파가 몰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자체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경찰과 주변 상인 등에 협조 요청하는 방식으로 사전 통제에 나섰으면 대응이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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