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사망 신고 24년간 깜빡했다”는 60대 퇴직공무원읽음

김현수 기자
경향신문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경향신문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어머니 사망신고를 하러 왔습니다.”

지난 9월28일 경북 안동시의 한 면사무소. 60대 남성 A씨가 어머니가 숨진 사실을 행정기관에 알리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서류를 살펴보던 공무원은 A씨의 어머니가 무려 24년 전인 1998년에 숨졌다는 것을 사망진단서 등을 통해 알게 됐다.

직원 B씨는 “왜 이렇게 (사망)신고가 늦었느냐”고 A씨에게 물었다. 이에 A씨는 “깜빡 잊고 지내다가 이제야 사망신고를 하게 됐다”고 답했다. B씨는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즉시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이 사실을 알렸다.

이후 복지센터의 조회 과정에서 A씨가 퇴직 공무원이라는 것, 또 2004년과 2012년 두 차례 이사하는 과정에서 이미 숨진 어머니를 함께 전입 신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A씨의 어머니가 지자체에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다는 사실도 파악됐다.

관할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고의로 사망신고를 미뤄 각종 수당이나 장애인복지 관련 혜택을 받는 것으로 의심됐다”며 “망자를 전입 신고하려면 위임장 등이 필요한데 이를 제출한 것은 사문서위조에 해당해 경찰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안동시청 전경. 안동시 제공

안동시청 전경. 안동시 제공

그렇다면 지자체는 20여년이나 늦게 신고가 이뤄질 때까지 사망 사실을 파악할 방법이 없었을까.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사망자와 함께 사는 친족(신고의무자)이 사망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기간 내에 신고하지 않으면 신고의무자에게 최대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사망지·매장지 또는 화장지에서 할 수 있으며, 관할 동사무소 등에서도 가능하다.

관할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화장이 빈번한)요즘에는 화장이 이뤄질 경우 화장터에서 동사무소로 연락이 와서 사망 사실을 알리는 경우가 많다”며 “A씨의 어머니가 숨질 당시에는 화장 비율이 높지 않고 오래되다 보니 관련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숨진 A씨의 어머니가 장애연금이나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장애등급을 갖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기초연금 등을 지급한 내역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당이나 연금을 받고 있었다면 수령 사실을 주기적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사망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안동시는 A씨가 숨진 어머니를 부양가족으로 등록해 가족수당 등을 받았는지 살펴보고 있다. 안동시 관계자는 “A씨와 관계된 다양한 수당 지급내용과 세금 관계를 확인해 달라는 공문을 각 부서에 보낸 상태”라며 “문제가 발견되면 경찰에 재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동경찰서는 A씨의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A씨가 두 번째 이사를 한 2012년을 기준으로 하면 10년이 지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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