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내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성소수자 아웃팅’…“윤 정부는 차별 양산하나”

유선희 기자
지난 1월14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연서시장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이 손팻말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지난 1월14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연서시장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이 손팻말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2018년 한 고등학교에서 성 소수자 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학생은 자신의 성적 지향이 원치 않게 알려지고 집단 괴롭힘까지 당했다. 교사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되레 비난을 받았다.

성 소수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학교 내 폭력이나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성적지향을 이유로 학교폭력을 당하고 기숙사에서 퇴사 조치까지 당한 사례도 있다.

청소년 성 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띵동)은 지난 19일 온라인 보고회를 열어 이런 사례들을 공유했다. 띵동은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청소년 성 소수자와 교사, 지원기관, 교육청 등 4개 기관 30여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학교폭력 업무를 맡은 한 교사는 인터뷰에서 “다른 소수자와 비교해 성 소수자 학생은 지원 절차의 준비가 뒤떨어져 있다. 학교폭력, 성폭력 관련 매뉴얼에 ‘성 소수자’라는 용어조차 없으니 인권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 소수자 청소년들은 괴롭힘 등을 당해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숨기기에 급급하다. 한 성 소수자 청소년은 “다음 학교에서는 ‘벽장’, 즉 성 소수자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고 지내려고 해요. 그게 더 안전하다고 느껴지거든요. 학교에서는 성 소수자를 보호해줄 수 없다고 느껴요.”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센터(2021)에 따르면, 성 소수자가 인권침해를 이유로 권리구제를 신청한 사례는 없다. 상담이 1~2건 정도였다. 띵동은 실제 발생하는 침해에 비해 구제신청이 적은 이유는 ‘아웃팅’ 이후 학교 내 괴롭힘 등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라고 본다.

교육부는 지난 9일 새 교육과정을 발표했다. 여기엔 ‘성 소수자’ ‘성 평등’ 등 용어를 지운 교육안이 담겼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여성가족부가 그간 사용했던 ‘성 평등’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양성평등’을 사용하는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띵동은 정부의 이러한 개정안과 방향이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양산하고 성평등 가치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송지은 띵동 활동가는 “학교 내 괴롭힘 방지에 대해 미국과 영국 등은 학교폭력 예방과 피해 학생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 눈여겨볼 것은 기본적인 법과 제도 마련에 그치지 않고, 괴롭힘과 차별의 이유가 되는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 출신국가 등 소수자성 범위를 점점 더 넓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라며 “이들 국가는 교육부와 아동부 등 정부 부처에서 성 소수자 학생(아동) 차별금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소수자 학생의 존재는 교과과정에서 용어를 삭제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중요하고, 특히 동성애라는 이유로 혐오성 괴롭힘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대처’해야 할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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