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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있는 행사도 행안부 관리 ‘허술’···주최 없는 ‘물놀이’ 점검나갔다는 행안부, 기존 입장과 배치

김원진 기자    강은 기자

올해 전국적으로 지자체 공식 축제가 944건에 달하지만 축제·행사 안전을 담당하는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지자체에서 받은 축제 안전관리계획서는 149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안부는 제출 받은 안전관리계획서 중 상당수는 별도의 ‘계획서 검토’ 등을 하지 않았다. 특히 ‘다중 인파’에 대비한 안전관리 검토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는 이태원 ‘핼러윈 데이’ 참사 이후 줄곧 ‘주최 없는 행사’는 지자체나 행안부에게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주최가 있는 축제 관리도 미흡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행안부 안전관리계획서 제출 지역축제(2022년)’ 내역을 보면, 올해 행안부가 기초 지자체에서 제출받은 안전관리계획서는 총 149건이다. 공공·민간이 주최하고 1000명 이상 참석이 예상되는 축제는 재난안전법 66조에 근거해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작성 주체는 민간 축제 개최자나 기초 지자체다. 행안부는 지난 1월28일 축제 안전관리계획서를 제출하라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전국 지자체에 보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년 지역축제 개최 계획을 보면, 올해 전국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는 944건이다. 경연대회, 음악회 등은 제외한 수치다. 지자체 공식 축제 944건 중 149건만 안전관리계획서를 제출받은 셈이다.

행정안전부에 제출된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축제 안전관리계획서 표지. | 행정안전부 제공

행정안전부에 제출된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축제 안전관리계획서 표지. | 행정안전부 제공

주최 있는 축제도 관리 ‘허술’

행안부가 안전관리계획서를 받은 149건은 올해 전국에서 예정된 축제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달 15~1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 안전관리계획서도 행안부는 제출받지 않았다. 지구촌 축제에는 약 100만명이 다녀갔다. 행안부 관계자는 “재난안전법령상 행안부가 기초 지자체에게서 안전관리계획서를 제출 받을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안전관리계획서를 제출받은 축제 149건 중 17건의 축제에 현장 점검을 나갔다고 밝혔다. 나머지 132건의 안전관리계획서는 제출만 받았고, 기초 지자체에 별도의 수정 지시 등은 없었다고 한다.

행정 인력 부족 등을 감안해 모든 현장 방문이 어렵더라도 지자체가 제출한 안전관리계획서 서류 검토는 행안부가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가 문서 내용까지 공개한 12건의 안전관리계획서를 보면, 대부분 30~80쪽 분량이었다. 그러나 4~10쪽에 불과해 구체적인 내용 파악이 어려운 안전관리계획서도 3개 있었다. 계획서에는 화재, 식중독 예방 등이 주로 언급됐다.

안전관리계획서 작성의 지침인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안전관리 매뉴얼)이 만들어진 계기가 다중 인파를 몰린 사고였음에도, ‘다중 인파’에 대비한 구체적 내용은 공개된 12개 계획서 중 2개에만 담겼다. 안전관리 매뉴얼은 매뉴얼 개발 배경을 소개하며 ‘2005년 경북 상주시민운동장 압사사고’를 언급한다. 이 사고로 11명 숨지고, 162명이 다쳤다.

문경한우축제, 함평나비대축제 안전관리계획서에만 ‘대규모 혼잡사고’ 대비 내용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쓰여 있었다. ‘경비대원 초동 혼잡 정리’, ‘긴급방송으로 상황전파하고 질서 있게 행동하도록 유도’ 등의 내용이 계획서에 담겼다.

2021년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 중 ‘매뉴얼 개발 배경’. 다중 인파가 몰려 발생한 사고로 매뉴얼을 개발했다고 알리고 있다. | 행정안전부 제공

2021년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 중 ‘매뉴얼 개발 배경’. 다중 인파가 몰려 발생한 사고로 매뉴얼을 개발했다고 알리고 있다. | 행정안전부 제공

행안부, 주최 없는 ‘물놀이’ 현장은 점검?

행안부는 현행 재난안전법상 기초 지자체에서 열리는 축제의 안전 책임은 기초 지자체에게 있고, 이를 감독하는 책임은 광역 지자체에 우선적으로 있다고 본다.

행안부가 내세운 원칙과 달리 광역 지자체와 기초 지자체 사이에는 소통이 제때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 지난달 용산구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에는 100만명이 몰렸지만, 용산구와 서울시 사이 안전에 관한 사전 논의가 없었다. 용산구는 안전계획을 세웠고, 이후 자체적으로 지역축제 안전관리 심의위원회를 열어 안전계획을 심의했다. 관련 내용은 서울시나 행안부에 사전 공유되지 않았다.

행안부가 현장 안전점검 내역을 강조하며 밝힌 ‘여름철 물놀이 현장 점검’ 사례는 기존 행안부 입장과 배치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21일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기초 지자체에서 안전관리계획서를 받지 않았더라도 여름철 물놀이를 하는 곳 등 총 50여곳에 점검을 나갔다”며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도 안전 점검을 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지금까지 ‘주최 있는 축제’의 안전만 행안부 소관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복수의 행안부 관계자들은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줄곧 “핼러윈 데이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 지자체나 행안부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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