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불평등(4)

코로나19가 빚은 불평등, 사교육도 학업성적 격차도 확 늘었다읽음

<경향신문>은 ‘교육과 불평등’ 시리즈에서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불평등연구회와 함께 입시 정책이 자주 바뀌면 웃는 것은 누구인지, 정시와 수시 간 끝없는 ‘시소게임’으로 진짜 이득을 보는 것은 누구인지, 미국 사회는 왜 대학 입시에서 표준화된 시험을 없애려고 하는지 살펴봤습니다.
마지막 4회에서는 대학 입시를 넘어 더 큰 교육과 불평등의 상관관계를 살펴봅니다. 학교 등교일수가 크게 줄어든 코로나19 기간 동안 사교육이 공교육의 빈자리를 얼마나 파고들었는지, 이것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격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봤습니다. 그 결과를 토대로 교육 불평등 문제를 풀려면 ‘스카이캐슬’ 중심의 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강현제(뉴욕 주립 스토니브룩대학교 경제학 박사과정), 김선함(퍼듀대학교 경제학 박사과정), 강태영(언더스코어, KAIST 경영공학 석사) 세 사람이 2020년 각국의 등교일수를  도식화 한 그래프. 한국의 경우 지도에 나온 것처럼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등교 제한을 많이 한 나라 중 하나였다. 등교일수 데이터는 경기도교육청에 정보공개청구한 자료와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에서 제공 받은 자료가 활용됐다. 언더스코어 제공.

강현제(뉴욕 주립 스토니브룩대학교 경제학 박사과정), 김선함(퍼듀대학교 경제학 박사과정), 강태영(언더스코어, KAIST 경영공학 석사) 세 사람이 2020년 각국의 등교일수를 도식화 한 그래프. 한국의 경우 지도에 나온 것처럼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등교 제한을 많이 한 나라 중 하나였다. 등교일수 데이터는 경기도교육청에 정보공개청구한 자료와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에서 제공 받은 자료가 활용됐다. 언더스코어 제공.

“고등학교 생활이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난 느낌이에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김모군(19)은 자신의 고교 3년을 이렇게 표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고교 입학이 5월로 밀렸고, 그해 학교 수업은 50% 가까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김씨는 기존에 등록한 국어·영어·수학 학원에다 인터넷 강의를 2개 더 들었다. 학교 원격수업 질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매달 사교육으로 나가는 돈은 80만원에 달했다.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기간에 독학 시간도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한국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2021년 1년6개월가량 학교 문을 닫았다. 전 세계적으로도 등교 제한을 가장 많이 한 나라로 꼽힌다. 특히 2020년의 경우 전면 등교율이 6.2%에 불과했다. 세계은행 기준 고소득 그룹에 속하는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등교율이 가장 낮은 수치다.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국민 대다수는 교육이 불평등해졌다고 답변했다. 무엇보다 공교육 기회가 제한된 영향이 컸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21’ 자료에는 경제(79.7%), 건강(31.4%)과 함께 교육(25.1%)이 불평등 항목 가운데 올랐다.

“코로나19로 교육이 불평등해졌다”는 국민 인식처럼 코로나19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영향을 끼쳤을까. 경향신문과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는 코로나19와 학업 성취도 사이의 상관성을 각종 데이터를 토대로 실증해봤다.

“등교일수 줄자 사교육비가 껑충”

강현제(뉴욕 주립 스토니브룩 대학교 경제학 박사과정), 김선함(퍼듀대학교 경제학 박사과정), 강태영(언더스코어, KAIST 경영공학 석사) 세 사람이 2020년 경기지역 학생들 등교일수를 비교 분석한 그래프. 밝은 색일수록 등교일수가 적다는 뜻이다. 등교일수 데이터는 경기도교육청에 정보공개청구한 자료와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에서 제공 받은 자료가 활용됐다. 언더스코어 제공.

강현제(뉴욕 주립 스토니브룩 대학교 경제학 박사과정), 김선함(퍼듀대학교 경제학 박사과정), 강태영(언더스코어, KAIST 경영공학 석사) 세 사람이 2020년 경기지역 학생들 등교일수를 비교 분석한 그래프. 밝은 색일수록 등교일수가 적다는 뜻이다. 등교일수 데이터는 경기도교육청에 정보공개청구한 자료와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에서 제공 받은 자료가 활용됐다. 언더스코어 제공.

코로나19와 사교육의 상관관계는 강현제씨(미국 뉴욕 주립 스토니브룩대학교 경제학 박사과정)와 김선함씨(미국 퍼듀대학교 경제학 박사과정),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 세 사람이 진행한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연구진은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제공하는 경기교육종단연구(GEPS) 설문조사를 분석 자료로 삼았다. GEPS 조사는 경기도 지역 초·중·고 학생들을 추적 조사한 자료다. 이 자료 설문에는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매년 시행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점수와 사교육 이수 현황, 가구소득 정보 등의 문항이 포함된다. 연구진은 GEPS 데이터 중 2015년 고교 3학년이 된 1763명과 코로나19로 가장 강도높은 거리 두기 정책을 펼친 2020년 고교 3학년이던 2738명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코로나19로 등교일수가 줄어들자 사교육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사교육비는 국어, 영어, 수학 세 과목에 지출하는 학원·과외·학습지·인터넷 강의 비용을 뜻한다. 등교일수가 10일 줄어들 때마다 사교육 참여율이 2.6%포인트씩 증가하고, 사교육비는 9.5%포인트씩 늘었다. 사교육 증가율은 가구 소득 수준이 낮은 학생 집단이 고소득인 학생 집단보다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애당초 저소득 가정이 코로나19 이전에 사교육을 훨씬 덜 시켰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입시학원 대표 “코로나19로 학원 유입률 증가”

교육 현장에서도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주장이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0년 전반기에는 학원들도 대면 수업 중단 방침을 내리면서 수익이 크게 저조했다. 하지만 2020년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회복세를 보였다”며 “2020년 초부터 현재까지 학원 유입률을 비교하면 못해도 약 30~40%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무렵 문재인 정부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정시 비중 40% 확대 방침을 발표한 것과 이듬해 코로나19로 등교일수가 줄면서 발생한 학력 결손 문제가 맞물려 사교육 이수 비율이 늘어났다고 진단했다.

인터뷰에 응한 고등학생 7명도 비슷한 취지의 답변을 했다. 대구 서구 경덕여고에 재학 중인 김현정양(18)은 “학교 수업이 비대면으로 운영됐을 때 기존에 다니고 있었던 수학 학원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학교 원격 수업에서는 선생님한테 실시간으로 질문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궁금한 것은 모두 학원 선생님한테 들고 가야 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박수진양(18)은 거리 두기가 본격적으로 완화되기 시작한 올해 초부터 영어·수학 학원을 그만뒀다고 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수업과 자습만으로도 충분히 체계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양은 “학교는 하루종일 있는 공간이니까 선생님들께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더 쉽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자습만으로도 체계적인 공부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다시 조명한 공교육의 순기능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학원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학원가의 모습. 연합뉴스

거리 두기 대신 전면 등교가 실시됐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연구진이 분석한 데이터는 “그렇다”고 말한다. 2020년부터 확산한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그래서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실시했다면 학생들 간 성적 격차가 지금보다 23.1%까지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초기 정부는 등교일수 차이로 발생하는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했을까. 연구진은 등교일수가 약 20일 제한될 때마다 정부가 약 54만원의 ‘사교육 바우처’를 지원해야 등교일수 축소로 더 벌어진 학생들 간 성적 격차를 메울 수 있다고 봤다. 연구진이 활용한 GEPS 자료와 시·도 교육청에 정보공개청구한 내용,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통해 확보한 전국 학교별 등교일수 자료를 토대로 산식을 만들어 나온 수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공교육이 교육 불평등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점이 확인됐다고 했다. 등교일수 제한으로 전례없는 교육 격차가 발생했고, 불필요한 사교육비 발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김선함씨는 “등교 중지로 인해 발생한 교육 비용이 적지 않았다. 특히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이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했다”며 “이번 분석은 지금껏 체감하지 못한 공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처럼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에 대한 공교육 필요성이 확인되지만 오히려 저소득층 자녀일수록 교육계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2021년 실시된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결과 교육 정책과 관련도가 높은 저연령대일수록 고소득층(가구소득 상위 25%)보다 저소득층(가구소득 하위 25%)에서 교육계를 불신했다. 이범 교육평론가(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는 “공교육으로부터 효율적인 지원을 받은 경험이 부진하기 때문에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KGSS 조사 결과 교육 정책과 관련도가 높은 저연령대일수록 고소득층(가구소득 상위 25%)에서보다 저소득층(가구소득 하위 25%)에서 교육계를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더스코어 제공

KGSS 조사 결과 교육 정책과 관련도가 높은 저연령대일수록 고소득층(가구소득 상위 25%)에서보다 저소득층(가구소득 하위 25%)에서 교육계를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더스코어 제공

경기도교육청 교육정책자문관으로도 활동 중인 자립형사립고 하나고 전경원 교사는 “코로나19 상황이 역설적으로 공교육의 기능을 재발견시켰다”며 “동시에 학교가 교육과 돌봄 등 수많은 기능을 수행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국내 연간 사교육비는 약 20조원 규모에 달한다”며 “정부는 학생별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공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보다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본문 인용 데이터
-등교 일수 데이터 : 경기도교육청 정보공개청구 자료 및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
-학생별 사교육 현황 및 가구소득 등 데이터 : 경기도교육연구원의 경기교육종단연구(GEPS) 설문조사

■본문 인용 조사
-김지범, 강정한, 김석호, 김창환, 박원호, 이윤석, 최슬기, 김솔이. (2022).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2003-2021. 서울: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담당 기관 :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서베이리서치센터
-조사 대상 : 매회당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약 1400명
-조사 방법 : 다단계지역확률표집(multi-stage area probability sampling) 방법에 의거해 표본 추출 후 대면 면접 방식 진행
-총 인원수 : 2만841명(2003~2021년도 조사 응답자수 총계)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황사로 뿌옇게 변한 네이멍구 거리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