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성가족부 업무보고
여성가족부가 올해 한부모가족 지원을 늘리고 아이돌봄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은둔형 청소년을 정책 지원대상에 포함하는 등 청소년 관련 정책에도 힘을 줬다.
다만 ‘성평등’은 이번에도 주요 정책목표에서 빠졌다. 그나마 마련된 여성 관련 정책은 ‘출산·양육’이나 ‘범죄 피해’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여가부의 ‘젠더 지우기’ 기조가 정책 우선순위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부모·청소년 지원 확대···아이돌봄도 늘린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여성, 가족, 청소년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했다”며 “여가부가 존속되는 동안에는 그러한 철학과 원칙에서 여성, 가족, 청소년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고 김 장관은 전했다.
여가부는 올해 한부모가족과 위기청소년의 사회안전망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1월부터 저소득한부모가족 양육비 지원 조건을 기준중위소득 58%에서 60%로 완화했다. 청소년한부모는 중위소득 60%에서 65%로 더 폭넓게 완화했다. 양육비 이행을 두고는 면접교섭 서비스와 상담 등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양육비 채무자의 소득·재산을 조회할 근거 마련을 위해 법 개정에도 착수한다.
위기청소년을 위해서는 2024년까지 ‘위기청소년 통합지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위기사례 발굴에 나선다. 자살·자해 등 고위기청소년을 상담할 임상심리사를 올해 17개 시·도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새로 배치한다. 쉼터퇴소청소년 자립지원수당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늘리고, 은둔형 청소년을 위기청소년 특별지원대상에 새로 포함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아이돌봄서비스 지원시간을 연 840시간에서 960시간으로 확대한다. 지원 가구도 7만5000가구에서 올해 8만5000가구로 늘린다. 응급상황이나 출퇴근 등 개별 맞춤형 돌봄서비스 제공을 위해 2024년까지 ‘아이돌봄 통합지원 플랫폼’을 구축한다. 여가부는 아이돌보미 양성교육을 민간까지 확대해 인력을 보충할 계획이다.
20~30대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을 위해 정보통신·인공지능 등 직업교육훈련기관을 66개소에서 74개소까지 확대한다. 출산·육아휴직 등 가족친화제도가 우수한 ‘가족친화인증기업’도 기존 5415개에서 올해 5800개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스토킹 피해자 주거지원···아동성착취물 첫 실태조사
젠더기반폭력 보호 조치도 확대했다. 여가부는 여성긴급전화 1366에 ‘통합솔루션지원단’을 설치해 5대 폭력 피해자를 통합지원한다고 밝혔다. 스토킹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주거지원 시범사업 10개소와 치료회복프로그램 지원기관 17개소를 새로 마련한다. 가정폭력·성폭력 남성 피해자 보호시설 1개소도 처음으로 설치된다. 여가부는 스토킹 예방지침 표준안도 개발해 올해 안에 공공기관에 보급할 예정이다.
또 올해 최초로 성희롱·성폭력 발생기관의 ‘재발방지 대책 수립 여부’를 외부에 공표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지역 특화상담소를 14개소까지 늘리고, 관계부처와 협업해 삭제지원을 강화한다.
아동·청소년 성범죄 보호조치도 마련한다.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해바라기센터 연계 피해자 영상증인신문 사업’에 전담인력 25명을 새로 배치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대한 실태조사도 올해 처음 실시한다.
여가부가 부르는 여성은 ‘엄마’나 ‘범죄피해자’뿐?
여가부의 여성 관련 정책은 ‘범죄 피해자’ 또는 ‘임신·출산·양육’이라는 관점에서만 맞춰져 있다. 사회적 성차별과 젠더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시정하는 정책은 거의 없었다. 중앙행정기관과 기초지방자치단체에만 해당되던 ‘공공부문 조직문화진단’을 올해부터 공공기관까지 확대하는 정도다.
주요 정책목표에서도 ‘성평등’은 사라졌다. 2021년 12월27일 여가부는 업무보고에서 ‘모두가 체감하는 성평등사회 구현’을 주요 정책목표 하나로 내걸었다. 그러나 김 장관 취임 후 처음이었던 지난해 8월 업무보고에 이어 이번에도 ‘성평등’이라는 단어는 정책목표에서 사라졌다.
여가부의 ‘젠더 지우기’ 기조가 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가부는 1월 중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확정하겠다고 지난해 밝혔지만, 그마저도 여가부가 그간 사용해 온 ‘여성폭력’ ‘젠더폭력’ 등 정책용어를 ‘폭력’이라는 단어로 대체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여가부는 “더 다양하고 포괄적인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정책을 담았다”며 “세부과제에서는 사안에 따라 성별 기반 폭력과 여성폭력 등 용어도 썼다”고 설명했다. 세부과제는 대·중·소로 체계화된 정책과제 중 ‘소과제’의 하위 항목이다.
김 장관은 보도자료에 붙인 코멘트에서도 ‘여성’ 언급을 피했다. 김 장관은 “윤석열 정부 2년차를 맞이해 국정과제 이행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한부모가족, 위기청소년, 폭력피해자 등 약자를 더 두텁게 보호하고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더 촘촘한 지원을 위해 가족·청소년 서비스 체계 효율화에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