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나이프크루’ 발 뺀 여가부···‘그럼에도 우리는’ 나아갑니다

전지현 기자
오는 14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리는 ‘그럼에도 우리는’의 ‘성평등 페스타’ 포스터.

오는 14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리는 ‘그럼에도 우리는’의 ‘성평등 페스타’ 포스터.

지난해 7월 ‘버터나이프크루’는 유명해졌고, 해체됐다. 버터나이프크루는 일상에서 성평등 의제를 찾아내는 청년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여성가족부가 2019년부터 4년째 이어온 것이었다. 하지만 ‘여가부 때리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이 사업을 “페미니즘에 경도됐다”고 지목한 뒤 사업은 전면 재검토 됐고 결국 중단됐다.

여가부는 예산과 함께 빠지고, 운영사였던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 청년 프로젝트 팀들만 덩그러니 남았다. 하지만 이들은 ‘그럼에도 우리는’이라는 새 브랜드를 내걸고 빠띠의 운영비 6000여만원으로 프로젝트를 끝까지 지켰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빠띠의 사무실에서 그 우여곡절을 지나온 박효경(42), 김나현(27) 활동가를 만났다. 이들은 오는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14일 열릴 ‘성평등 페스타’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친 13개 팀의 활동을 나누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대학 내 페미니스트 모임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마음돌봄을 고민한 ‘뿌리탐사’, 여성의 모험이라는 주제로 아웃도어 활동을 탐구한 ‘우먼스베이스캠프’, 지역의 소수자 이야기를 모아 신문을 만든 ‘산성비’ 등 프로젝트를 마친 팀들이 그간 활동을 소개한다.

박효경 빠띠 활동가(42)의 모습. 본인 제공

박효경 빠띠 활동가(42)의 모습. 본인 제공

두 활동가에게 지난해 여가부의 지원 중단은 갑작스러움을 넘어 당혹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1년짜리 프로젝트를 함께할 팀을 한 달 동안 면접을 보고 선정해 사업을 시작하려는 무렵, 여가부로부터 돌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박효경 활동가는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효능감이 있었는데, ‘세금 낭비다’ 이런 얘기를 들으니 내가 잘못한 것 같이 위축되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정부가 사업을 그만두겠다니 오히려 시민사회에서 그 토대를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들었다고 한다. 김나현 활동가는 “오히려 시민들의 후원을 받기도 하며 ‘우리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다’라는 연대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들이 ‘성평등 페스타’처럼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한 것도 그 덕택이었다. “프로젝트 활동에서 머물지 않고, 시민들이 모여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느꼈다”고 박효경 활동가는 설명했다.

정부 부처의 그늘을 벗어난 김에 더 다양한 주제를 다뤄볼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다. ‘여가부 사업’으로선 ‘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 터였다.

이들은 2023년에도 ‘그럼에도 우리는 2기’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런저런 계획은 있지만 여전히 버터나이프크루가 다시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 박효경 활동가는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은 정부가 ‘성평등 사업’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에 상징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온 이 사업을 이어받아 ‘일상의 성평등’을 얘기할 공간을 남겨두다보면 언젠가 다시 ‘버터나이프크루’가 돌아올 날이 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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