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까지 나섰다…“대구 이슬람사원 혐오·차별 중단하라”

백경열 기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비롯한 인권단체 관계자 등이 18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현장을 찾아 돼지머리가 놓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독자 제공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비롯한 인권단체 관계자 등이 18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현장을 찾아 돼지머리가 놓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독자 제공

주민과 건축주 간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대구 이슬람사원 사태’와 관련해 인권단체와 종교인 등이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재차 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비롯한 인권단체 관계자 등 30여명은 18일 대구 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화로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던 시기에 잘못된 행정처분으로 사태를 악화시킨 북구청의 책임이 무겁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정당하게 누릴 수 있도록 관공서가 더 적극적으로 일을 해줘야 한다”면서 “북구청이 큰 책임감을 갖고 무슬림 유학생들이 겪고 있는 혐오와 차별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현장을 찾았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혜문·주연 스님과 박성민 대구평화교회 목사 등 종교인들도 동행했다.

이날 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은 “왜 사원 건립을 찬성하느냐”, “내국인 역차별이다” 등이라고 외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이와 별도로 문화체육관광부 내 종교 관련 문제를 담당하는 종무관실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북구청을 찾아 약 2시간 동안 머물며 갈등 상황과 관련한 설명을 듣고 돌아갔다. 정부 관계자들은 대구시와 사원 건립 현장은 찾지 않았다.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공사장 앞에서 지난달 15일 외식업체 관계자가 돼지고기를 굽고 있다. 이날 주민들은 성인 40명이 먹을 수 있는 50㎏의 돼지고기를 나눠 먹었다. 백경열 기자 사진 크게보기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공사장 앞에서 지난달 15일 외식업체 관계자가 돼지고기를 굽고 있다. 이날 주민들은 성인 40명이 먹을 수 있는 50㎏의 돼지고기를 나눠 먹었다. 백경열 기자

앞서 일부 대현동 주민들은 지난달 공사장 입구에서 돼지고기를 구워 먹는 행사를 열기도 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역 인권단체 등으로 구성된 ‘대구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가 지난달 23일 UN 종교와 신념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에 긴급 구제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직결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대구시는 전임 권영진 시장이 했던 것처럼 갈등관리전문가만 북구에 지원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현재 이슬람사원 건축 공사장 출입구 옆에 위치한 주택 앞 등에는 지난해 10월부터 돼지머리 등이 놓여 있다. 이슬람 문명권에서는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죄악으로 여긴다. 지자체는 최근 돼지머리 등을 치우려고 시도했지만, 주민들이 격하게 반발하면서 이뤄지지 못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반대 주민과 건축주 모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라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이 문제와 관련해 홍 시장이 별도로 추가 지시를 내린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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