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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지역에 가뭄이 계속되는 가운데 18일 전남 완도군 넙도의 상수원인 넙도제가 가물어있다. 넙도제의 저수율은 지난해 1.7%까지 떨어졌다. 완도군의 지난해 강수량은 765㎜로 지난 10년 평균 1427㎜의 53%에 불과하다. 넙도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주 1회 제한 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남도 지역에 가뭄이 계속되는 가운데 18일 전남 완도군 넙도의 상수원인 넙도제가 가물어있다. 넙도제의 저수율은 지난해 1.7%까지 떨어졌다. 완도군의 지난해 강수량은 765㎜로 지난 10년 평균 1427㎜의 53%에 불과하다. 넙도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주 1회 제한 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한 집당 딱 세 박스입니다.”

전남 완도군의 작은 섬 넙도.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8일, 아침 8시가 되자 청년회관 앞으로 수레를 끈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식수를 실은 트럭이 주민들 앞에 섰다. 지게차가 트럭에서 생수 박스들을 내렸다. 넙도 내리 이영신 이장은 주민들에게 생수를 나눠주면서 세 박스만 가져갈 것을 여러 차례 당부했다. 이날은 1주일에 한 번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제공하는 식수가 섬에 들어오는 날이다.

“작년 5월부터 이런 상황입니다. 물을 주니까 받고 있기는 한데,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이게 사람사는 건지….” 이 이장은 식수가 든 박스를 주민들 수레에 실으며 한탄했다. 넙도를 비롯한 완도군의 지난해 강수량은 765㎜로 지난 10년 평균 1427㎜의 53%에 불과하다. 넙도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주 1회 제한 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넙도의 한 주민이 일주일마다 수자원공사에서 지급하는 식수를 수레로 옮기고 있다.

넙도의 한 주민이 일주일마다 수자원공사에서 지급하는 식수를 수레로 옮기고 있다.

한 주민의 집 앞마당에 빗물을 받는 통이 놓여있다.

한 주민의 집 앞마당에 빗물을 받는 통이 놓여있다.

남도 지역을 덮친 가뭄은 800명의 주민이 사는 섬의 생활 모습을 바꾸었다. 이 이장은 “물 부족이 계속 될 것으로 보고 모든 주민들이 물을 받기 위해 3~5t 크기 탱크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섬주민의 급수원인 넙도제 저수율이 한 때 1.7%로 떨어질 만큼 물부족은 심각했다. 한 평생을 넙도에서 살았다는 한 주민은 “팔십 평생에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한 숨을 쉬었다. 생수를 수레에 싣고 가는 주민을 뒤따라 집에 도착하자, 처마 밑 빨간 고무통이 눈에 띄었다. 빗물받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통에 떨어져 모여있었다. “씻을 물도 없지, 화장실에서 쓸 물도 없지, 이 물이라도 받아 써야되지 않겠어요.” 노인은 받아온 생수를 마당에 내려놓았다. 넙도의 집집마다 수자원공사에서 공급하거나 직접 뭍으로 나가 사온 생수와 물을 받기 위한 대야·드럼통이 가득했다.

인근의 노화도에서 물을 실은 급수차들이 넙도에 도착해 철부선에서 내리고 있다.

인근의 노화도에서 물을 실은 급수차들이 넙도에 도착해 철부선에서 내리고 있다.

급수차들이 넙도제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15t의 물을 실은 급수차 4대는 지난해 5월부터 하루에 2~3회 넙도제에 물을 채우고 있다.

급수차들이 넙도제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15t의 물을 실은 급수차 4대는 지난해 5월부터 하루에 2~3회 넙도제에 물을 채우고 있다.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식수와는 별개로 15t의 물을 실은 급수차들이 이날에도 하루 3번씩 인근 노화도를 오가며 넙도제에 물을 공급했다. “처음 왔을 때는 저수지 바닥이 다 들어나있었죠.” 급수차를 운행하는 강운기씨는 지난해 5월부터 동료들과 노화도에서 숙식하며 노화도 지하수를 넙도제에 공급하고 있다. 15t의 물을 실은 급수차 4대가 하루 2~3회씩 최대 180t의 물을 공급하지만 넙도제는 한눈에 보기에도 위태롭게 가물어 있었다. 그는 “넙도 뿐 아니라 인근 소화도나 금일도 등에도 물을 공급하고 있어 급수차들이 이곳만 올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지금은 노화도에서 물을 받아오지만, 노화도 역시 가물어서 못 준다고 하면 어디서 물을 받아야 할 지 막막함을 토로했다.

한 주민의 집에 노화읍에서 사온 식수가 놓여 있다.

한 주민의 집에 노화읍에서 사온 식수가 놓여 있다.

일주일만에 급수가 이루어진 날 한 주민의 집 고무대야와 탱크에 물이 가득 차 있다.

일주일만에 급수가 이루어진 날 한 주민의 집 고무대야와 탱크에 물이 가득 차 있다.

물부족은 넙도 주민들 생업인 양식업에도 영향을 끼쳤다. 30년 넘게 김양식을 한 최일씨의 공장은 예년 같으면 한창 수확시기인 요즘 김을 세척하고 건조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을 테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7번 밖에 공장을 가동하지 못했다. 최씨는 “비가 안오니 바닷물 염도가 높아 김양식이 제대로 되지 못했습니다. 김을 씻는 물도 지하수를 끌어다 쓰는데, 이마저도 2회 정도 재활용을 하고, 염도가 높아 김맛이 떨어졌어요”라고 했다. 전복 양식을 하는 김정단씨 역시 “가뭄과 더불어 물온도가 떨어지지 않아 수확량이 30프로 정도 줄고, 전복 씨알도 많이 작아졌어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넙도 주민 김정단씨가 일주일만에 이루어진 급수날 물받이통에 물을 받고 있다.

넙도 주민 김정단씨가 일주일만에 이루어진 급수날 물받이통에 물을 받고 있다.

한 주민이 일주일만에 밀린 빨래를 한 뒤 옷가지와 수건 등을 널고 있다.

한 주민이 일주일만에 밀린 빨래를 한 뒤 옷가지와 수건 등을 널고 있다.

“워메워메 아까운거, 집주인 어디 갔다냐.” 일주일만에 급수가 이루어진 날, 길을 가던 김정단씨가 물을 받던 이웃집 물탱크에 물이 넘치자 달려가 수도를 잠갔다. 수도를 잠근 그는 집에 도착해 일주일만에 밀린 빨래를 한 뒤 드럼통에 물을 받았다. 민박집과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설날을 앞두고 식혜를 만들었다. 그는 “예년 같으면 두세통은 했을텐데, 올해는 한 통만 하기로 했습니다”며 엿기름을 냈다. “맛 좀 보라”며 식혜를 내준 그가 조용히 혼잣말을 읊조렸다. “비가 약인디…비가 약인디….”

가뭄으로 물이 말라가는 넙도의 상수원 넙도제에 급수차량이 채워넣은 물이 남아있다.

가뭄으로 물이 말라가는 넙도의 상수원 넙도제에 급수차량이 채워넣은 물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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