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6억’ 받고 잠적…‘경태아부지’ 일당 징역형

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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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견 경태.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반려견의 병원 치료비가 필요하다며 6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챙겨 잠적한 전직 택배기사와 그의 여자친구가 1심에서 나란히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반려견에 대한 선한 감정을 악용”해 죄가 중하다고 했다.

지난 27일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민성철 부장판사는 사기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택배기사 김모씨(34)와 그의 여자친구 김모씨(39)에게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7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사기 피해자들에게 46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치료비 명목으로 후원금 6억원 챙겨 잠적

“경태와 태희가 심장병을 진단받았는데 치료비가 없어서….”

- 지난해 3월 김씨의 인스타그램 계정 ‘경태아부지’에 올라온 글

발단은 지난해 3월 김씨의 SNS 계정에 올라온 후원금 요청 글이었다. 김씨는 반려견을 치료할 돈이 없다는 글을 수차례 게재하거나 이미 후원을 한 사람들에게 추가 입금을 부탁하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전직 체조선수인 김씨는 반려견 ‘경태’를 조수석에 태우고 다니면서 택배운송 일을 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터였다. 그가 택배기사로 일한 CJ대한통운은 ‘경태’와 ‘태희’에게 택배기사 옷을 입혀 ‘명예 택배기사’로 홍보하기도 했다. 두 강아지의 모습이 인기를 끌면서 김씨의 인스타그램 계정 ‘경태아부지’는 22만명 넘는 팔로워를 모았고, 두 반려견의 모습을 본뜬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출시되기도 했다.

경태아부지 일당이 사람들의 동정심을 이용해 챙긴 돈은 6억원이 넘었다. 한때 경태아부지 계정에는 “허가받지 않은 1000만원 이상의 개인 후원금은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으나 후원금은 반환되지 않았다. 김씨 일당은 기부금을 받거나 돈을 빌린 뒤 잠적했다.

횡령한 돈의 액수도 액수지만 피해자가 많았다. 재판 결과 1차 기부금 사기의 피해자가 2306명, 2차 기부금 피해자가 1만496명에 달했다. 김씨 일당은 대부분 돈을 도박에 사용하거나 빚을 갚는 데 탕진해 피해금은 거의 환수되지 못했다.

기부금품법 위반·사기 혐의 모두 인정
“반려견에 대한 선한 감정 이용” 죄질 나빠

택배견 경태. CJ대한통운 유튜브 갈무리

택배견 경태. CJ대한통운 유튜브 갈무리

이들은 두 차례 도주했다. 후원금을 모은 직후 잠적했다가 지난해 10월 경북 대구 모처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여자친구 김씨는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중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구속 집행정지명령 결정을 받은 뒤 병원에서 다시 도주했다가 재검거됐다.

1심 재판부는 김씨 일당의 기부금품법 위반과 사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기부금품법 제4조 제1항은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을 모집하려는 사람은 사용계획서 등을 작성해 지방자치단체장에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등록하지 않고 ‘연간 누적 1000만원’ 이상 금액을 모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재판부는 경태아부지 본인보다 여자친구의 죄가 더 무겁다고 판단했다. 여자친구가 주로 SNS를 관리하고 후원자들과 소통했으며 약 6억1000만원 횡령금도 대부분 그의 통장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반려견의 건강에 대한 우려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느낀 공감 등 피해자들의 선한 감정을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 했다”고 했다.

안타까운 동물들의 사연을 내세워 후원금을 모으는 방식의 사기 행각은 과거에도 있었다. 2020년 1월에는 개와 고양이 등 유기동물 100여 마리를 돌보는 전남 여수시의 한 사설 동물보호소 운영자가 후원금을 들고 잠적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유기견을 후원한다는 명목으로 물건을 판매하고 후원금을 받은 유튜버가 그 돈을 불법 도박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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