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감성’이라지만…연희동 ‘공사장 카페’ 일부 시설 철거읽음

유경선 기자

공사장 현장에 카페 열어 주목

안전 위험 우려에 비계 등 철거

현재 관리 감독 규정 마땅히 없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지난 22일 문을 연 공사장 콘셉트 카페. 외관이 공사장처럼 꾸며져 있다. 유경선 기자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지난 22일 문을 연 공사장 콘셉트 카페. 외관이 공사장처럼 꾸며져 있다. 유경선 기자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공사 중인 한 건물에 문을 연 ‘AREA092’ 카페가 안전 우려에 결국 건물 주변을 감싸고 있는 쇠파이프 비계(높은 곳에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를 30일 철거했다. 지난 26일 서대문구의 현장 점검에 따른 조치다. 이 카페는 ‘공사장 콘셉트’를 넘어 실제 공사를 앞둔 현장에 문을 열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큰 화제를 모았지만 안전 관련 민원이 빗발치는 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AREA092’의 오순석 대표(40)는 이날 “비계 시설이 불법은 아니지만 민원 요청과 구청의 권고 등을 고려해 오전 중 모두 철거했다”며 “공사를 위해 이날 하루 영업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찾아간 이 카페는 건물 정면에 파란 가림막과 비계가 설치된 데다가 건물 입구에 ‘안전제일’ 바리케이드까지 놓여 있어 공사가 한창인 실제 현장과 같았다. 간판도 달려 있지 않았지만 독특한 콘셉트가 입소문을 타면서 카페는 성황이었다. 근처에 왔다가 신기해하며 건물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카페 1~2층을 연결하는 내부 간이 철제 계단이 구청의 시정 권고로 철거된 모습. 2층 이용객과 1층 직원들이 이 공간을 통해 주문한 음료를 주고받는다. 유경선 기자 사진 크게보기

카페 1~2층을 연결하는 내부 간이 철제 계단이 구청의 시정 권고로 철거된 모습. 2층 이용객과 1층 직원들이 이 공간을 통해 주문한 음료를 주고받는다. 유경선 기자

당초 이 건물은 다가구 주택으로 카페 측이 향후 브래드 쇼룸으로 운영하기 위해 매입한 것이다. 현재 1~2층의 벽지와 장판을 뜯어낸 상태에서 석 달 후 내부 공사가 본격 진행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카페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오 대표는 설명했다.

‘공사장 콘셉트’ 카페는 도배·타일 등 마감재를 쓰지 않고 건물 내부에 배관·전선이 그대로 노출된 카페를 일컫는 말로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었는데 이 카페의 경우 실제 공사장에 이를 현실화한 것이다.

그러나 카페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관심만큼 우려도 컸다. 민원이 이어지자 서대문구는 지난 26일 보건위생과와 건축과를 중심으로 현장 점검에 나서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외부 비계와 1~2층 사이 내부 철제 간이 계단을 철거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카페 측은 지난 27일 새벽 내부 계단을 철거한 데 이어 이날 외부 비계까지도 철거한 것이다.

카페 측은 안전에 특히 대비했다는 입장이다. SNS 계정에 실내 공기질을 측정하는 모습을 매일 게재하고 가게에는 영업신고서·사업자등록증과 함께 층별 석면 성분 측정 결과지를 부착해놨다.

카페 직원이 내부 계단이 철거되었다는 이용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유경선 기자

카페 직원이 내부 계단이 철거되었다는 이용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유경선 기자

오 대표는 “공사장에서 쓰던 물건들은 모두 물로 세척해 가져왔다”며 “불안감이 아닌 즐거움을 주려고 만든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계 시설의 경우 향후 리모델링 공사에 대비할 겸 디자인 콘셉트에 맞춰 쳐놓은 것인데 철거 후 다시 설치하는 데 비용이 더 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공사장 카페’는 어떻게 영업이 가능했을까. 취재 결과 휴게음식점에 해당하는 카페는 실제 공사장이라고 해도 식품위생법만 준수하면 열 수 있다. 카페는 영업 허가 대상이 아니라 신고 업종이기 때문이다. 통상 영업 시작 후 한 달 이내에 담당 구청에서 현장에 나가 실사한다.

게다가 식품위생법에 따라 해당 구청은 업장 내부 주방시설 여부, 위생 관리와 식자재 보관 상태를 점검할 뿐 공기질이나 건물 내부 구조는 별도로 점검하지는 않는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신고 서류상 이상이 없으면 영업을 할 수 있다”며 “해당 카페의 경우 민원이 들어와서 미리 현장실사를 나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구들도 고민이 크다. 이같은 콘셉트 카페 등이 급증하고 있지만 안전 등의 위험 요소는 점검할 기준이 아직 없어서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식품위생법 제정 당시에는 ‘공사장 카페’ 등 기존과 다른 형식의 상점 형태까지는 고려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현재 이 까페는 영업에 문제가 없지만 마땅한 규정이 없는 카페·식당의 구조 등의 관리·감독을 향후 어떻게 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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