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70세 이상’ 버스 무상승차 도입…지하철 연령 상향 검토

김현수 기자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 통로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 통로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대구시가 올해부터 7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시내버스 무상 이용제도를 도입한다. 전국 특·광역시 가운데 처음이다. 이용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규정한 것은 현재 만 65세 이상인 도시철도(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과 같은 이유다.

대구시는 대구에 거주하는 70세 이상 어르신의 시내버스 무상승차 제도를 오는 6월28일부터 시행한다고 3일 밝혔다.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따라 버스업체들이 70세 이상에게 무임승차를 제공하면 대구시가 운영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운영비는 연간 35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기준 대구에 주민등록을 둔 70세 이상 노인은 27만6796명이다.

대구시는 이와 별도로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적용되던 도시철도 무임승차 나이를 70세로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유엔(UN) 발표 청년 기준은 18세부터 65세까지이고 66세부터 79세까지는 장년, 노인은 80세부터라고 한다”며 “100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노인 세대 설정이 긴요하다”라고 썼다. 또 “(현행법상) ‘65세부터’가 아닌 ‘이상’으로 돼 있어서 (무임승차 나이를)70세로 규정해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령에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도시철도의 운임을 100% 할인해주도록 규정돼 있다. 다만 65세 이상인 도시철도 무임승차 이용 나이를 대구시가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지는 법제처의 해석을 받아봐야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무임승차로 전국 도시철도 누적적자 24조원

홍 시장의 발언은 무임승차로 인해 매년 대구교통공사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2017~2019년 대구도시철도의 당기순손실은 1593억원에서 1396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같은 기간 무임승차 손실은 547억원에서 614억원으로 12.2% 증가했다.

서울교통공사의 2021년 무임승차 손실액은 231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국의 도시철도 운영기관 무임승차에 따른 누적적자는 24조원에 이른다.

대구시의 발표에 오세훈 서울시장도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중교통 요금 체계 개편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며 무임승차 연령 기준 개편에 나설 뜻을 밝혔다.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100% 요금을 면제해주는 지하철 무임승차는 1984년 처음 생겼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2017년 무임승차 연령 상향이 처음 검토됐다. 이후 2018년과 2020년에도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노인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엔 우리나라 65세 이상 어르신 인구가 20%를 넘어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돼 지자체 부담은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노인회 “무임승차로 인한 지하철 적자는 어불성설”

이틀 연속 대구시장과 서울시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무임승차 연령 상향을 주장하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한 커뮤니티에는 “부자인데도 지하철을 공짜로 타고 다니는 노인이 많다. 지하철 무임승차 없어져야 한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는 기초연금 등 노인복지가 생긴 만큼 무임승차는 없어져도 된다는 댓글도 달렸다.

반면 “(무임승차 혜택을 받는 사람은)나라를 위해 복지 없이 성실하게 일만 했던 내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들이다. 버스도 사용하게 해주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무임승차를 폐지하고, 경로바우처를 도입해 금액 한도에서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무임승차는 대도시 노인들에게만 치우쳐진 복지혜택”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노인단체는 무임승차가 도시철도 적자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또 대부분 회사의 정년이 60세 이하인 만큼,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하면 보편적 이동권 보장이 침해될 수 있다고 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은 “러시아워 시간이 아닌 오전 10시 이후에는 지하철 빈자리가 많다. 그 빈자리에 노인들이 타고 다닌다고 기름값이 더 나오느냐”며 “노인들이 지하철을 안 타면 그만큼 흑자를 낼 수 있을지 깊이 연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노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저절로 ‘만보걷기’ 운동이 된다. 이로 인해 노인층의 건강보험 비용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의료비 지출이 줄어드는 만큼 사회적 비용도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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