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무임승차’ 지속가능성을 위한 3가지 쟁점읽음

김보미 기자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 한 지하철역 개찰구. 강윤중 기자 사진 크게보기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 한 지하철역 개찰구. 강윤중 기자

‘사회적 편익 연간 3650억원’. ‘지하철 수익 손실 연간 3709억원.’

고령층의 대중교통 무임승차 제도를 평가하는 양극단의 수치다. 만 65세 이상 지하철 무료 이용은 노인 복지 효과가 크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제도를 유지하려면 도시철도 운영 주체는 수익 악화를 감내해야 한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무임승차는 지속가능한 것일까.

6일 제도를 둘러싼 쟁점을 노인·무임·손실 등 3가지 기준으로 알아봤다.

누가 노인인가

노인복지법은 경로 우대 기준을 ‘65세 이상’으로 규정한다. 지하철의 경우 1984년 대통령령에 따라 만 65세부터 무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국은 2년 내 초고령 사회(인구 20% 고령층)로 진입하고, 서울은 2047년이면 65세 이상이 37%로 늘어난다. 대상 연령이 급증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구시는 무임승차 기준을 만 70세로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서울연구원은 서울 지하철 무임승차 대상 연령을 올려 만 65~69세에게 요금을 받으면 연간 911~1219억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무임손실 비용의 25~34%를 줄이는 수준이다.

노인의 기준이 40년 전과 다르다는 인식은 많다. 최근 서울시 조사에서 시민들이 생각하는 ‘노인 진입 연령’은 평균 72.6세로 법적 기준보다 7세 이상 높았다. 하지만 ‘고령 기준’ 변화는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다. 최근 불거진 연금 수령 문제와도 맞물려 있는 탓이다. 65~69세에 대한 일자리 정책 등 추가 지원안 없이 70세로 무임승차 연령을 올리면 반발도 예상된다.

2018년 기준 운영기관별 무임수송 비용 비교. 서울연구원 제공

2018년 기준 운영기관별 무임수송 비용 비교. 서울연구원 제공

정부는 무임승차는 지방사무로 ‘만 65세 이상’의 규정을 지자체장이 바꿔 조율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수송·공공시설 무료·할인 대상을 정한 것이기 때문에 국회가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수도권만 해도 11개 기관이 통합환승체계를 운영 중이라 지자체 다른 기준은 전국적인 혼란 우려도 있다.

모두에게 전액 무료가 맞나

해외에서도 복지 차원에서 대중교통 무임승차 정책을 도입하고 있으나 대상 연령의 요금을 100% 무료로 책정한 경우는 드물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도 “연령별, 소득계층별, 이용 시간대 별로 가장 바람직한 감면 범위를 정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미국은 65세 이상 연령층을 대상으로 주정부 방침에 따라 50~100% 차등적으로 교통비를 지원한다. 영국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때에 지하철이 무료다. 지방정부 재정으로 무임승차를 지원하는 일본 도쿄도의 경우 소득에 따라 차등을 뒀다. 도교도 교통국이 운영하는 지하철·버스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패스 가격이 주민세를 내지 않는 저소득층은 연간 1000엔(약 1만원)인데 주민세 납부 주민은 약 2만엔(약 20만원)이다.

특히 베이비붐세대 가운데 가장 인구 구성 비중이 높은 1958년생이 올해 만 65세에 도달해 무임승차에 대한 재정 부담이 가중되면서 차등 적용에 대한 논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오전 7~9시, 오후 6~8시 첨두 시간대 요금 부과를 추정한 결과 연 451억~ 559억원의 수익이 추가돼 무임승차 손실의 13~16% 정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도시철도 적자는 100% 무임승차 탓?

한국교통연구원은 2012년 무임승차 제도의 비용편익분석(B/C)이 1.63~1.84 수준으로 매우 경제적인 복지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비용 대비 효과가 60~80% 더 크다는 의미다. 서울연구원이 이를 2020년 물가수준으로 환산해 보니 연간 편익이 3650억원 규모에 달했다. 고령층의 외부 활동을 늘려 자살·우울증 예방, 의료비 절감, 기초생활수급액이 감소해 사회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다.

이 같은 공익의 비용은 원인 제공자인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전국 지자체의 주장이다. 실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는 공익서비스 손실보전(PSO)으로 연 3800억원 안팎의 재원을 정부가 지원 중이다.

이를 보전받지 못하는 서울교통공사는 당기순손실이 2017년 5254억원에서 2019년 5865억원으로 늘었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승객 감소가 겹친 2020년에는 1조1137억원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역시 적자가 1조원을 넘었다. 공사 측은 이 가운데 무임수송 부담이 절반을 넘는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 영향이 없었던 2019년을 기준으로 보면 무임승차 손실 비중이 63.2%(3709억원)다.

반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손실은 경영 과정의 복합적인 결과라고 반박한다. 또 교통수단 운영 주체에 대한 직접 지원은 경영 혁신이나 서비스 개선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런던교통본부에 재정을 지원하면서 60세 이상에 지원되는 대중교통 무임승차 혜택을 줄이는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2020년 6월부터 고령층 대상 ‘프리덤 패스’도 오전 4시30분~9시에는 요금이 부과되고 있다.

그러나 공공성이 큰 대중교통 운임은 이용자에게 적자분을 전가해 경영 실적을 개선할 수 없는 구조적인 딜레마도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하철의 만성적 적자는 무임승차와 정책적으로 원가보다 낮은 요금 체제가 원인으로 이를 해결해야 대중교통 운영 주체의 경영 효율화 등을 감시할 수 있다”며 “신용카드 결제와 교통카드 단말기 등 기술 분석을 통해 무임승차 대상을 정교하게 조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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