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태원 참사 감사 의결해놓고 ‘계획 없다’ 거짓말 한 감사원

조형국 기자    강은 기자
서울시가 시청 앞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지난 15일 유가족들이 시민분향소 앞에서 희생자 추모의 의미를 담은 159배를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성동훈 기자 사진 크게보기

서울시가 시청 앞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지난 15일 유가족들이 시민분향소 앞에서 희생자 추모의 의미를 담은 159배를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성동훈 기자

감사원이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재난 대응의 책임이 있는 국가기관들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중 감사를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감사원은 지난 1일 상반기 감사계획을 발표하면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와 관련해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했다. 감사원이 이태원 감사 건이 이슈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거짓 브리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현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몰래 감사’를 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16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감사원은 지난 1월12일 열린 감사위원회의에서 2023년도 업무계획을 의결하면서 이태원 참사 관련 기관 감사를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원 참사 관련 기관을 감사해야 한다는 의견은 감사위원 전원의 동의를 얻어 의결됐다. 다만 감사위원들은 감사계획에 담는 표현에서 ‘이태원’이라는 명칭은 직접 쓰지 않기로 조정했다. 이는 올해 감사계획에서 ‘사회적 재난의 대비체계’를 감사하겠다는 내용으로 반영됐다.

특히 감사원은 사회적 재난의 대비체계 항목을 집중적 관리가 필요한 ‘고위험 중점분야’ 20개 항목 중 하나로 명시했다. 감사원은 “올해 감사계획의 가장 큰 특징은 고위험 중점분야”라며 “이를 먼저 설정하고 구체적인 업무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이태원 참사를 ‘사회 재난’으로 보고 서울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감사계획 중 ‘국민안전’ ‘사회적 재난의 대비체계’ 등 표현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태원 참사 관련 감사를 시행키로 한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검토하지 않는다’는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 최달영 감사원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1일 올해 감사계획 브리핑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감사가 계획돼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감사계획이 구체적으로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라며 “국정조사도 있었고, 검찰·특별수사본부에서도 조사가 있어서 종합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타 기관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감사를 개시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다수 언론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용산구는 감사 대상에서 빠졌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감사계획은 전무” 등의 보도를 쏟아냈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언론의 오보를 유도하고 묵인한 셈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자 일부 감사위원들은 공식 회의 석상에게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이태원 참사에 대해 감사를 한다는 것은 독립된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왜 공식 브리핑에서 거짓말을 했느냐”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종합적으로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한 후 감사 실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일 경향신문 질의에 “다른 기관에서 수사 등을 거친 사안이라 이태원 참사는 포함되지 않은 게 맞다”고 했었다.


Today`s HOT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황폐해진 칸 유니스 교내에 시위 텐트 친 컬럼비아대학 학생들 폭우 내린 중국 광둥성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한국에 1-0으로 패한 일본
아름다운 불도그 선발대회 지구의 날 맞아 쓰레기 줍는 봉사자들
페트로 아웃 5연승한 넬리 코르다, 연못에 풍덩! 화려한 의상 입고 자전거 타는 마닐라 주민들 사해 근처 사막에 있는 탄도미사일 잔해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