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구매 후기에 ‘리얼돌’ 사진…제한 대상 아니라는 네이버 쇼핑

전지현 기자

“청소년도 볼 수 있는데”

두 차례 신고에도 반려

취재 시작되자 즉각 삭제

“조치 미흡” 뒤늦게 인정

지난 11일 의자 구입을 위해 네이버 쇼핑을 이용하던 A씨는 한 업체의 상품 후기란을 보다 눈을 의심했다. 성인용품 ‘리얼돌’을 속옷 차림으로 의자에 앉힌 사진 3장이 ‘업체가 선정한 베스트 리뷰’ 댓글로 선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리얼돌의 하반신 등 신체 부위를 강조해 찍은 사진들이었다.

댓글 작성자는 지난해 10월25일 사진과 함께 ‘아주 좋아용 우리 애기 의자임’이라는 글을 남겼다. 판매자는 이틀 뒤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위해 항상 노력하는 B사 되겠다’는 답변을 남겼다.

A씨는 댓글을 발견한 직후 네이버 쇼핑 측에 ‘음란·선정성’을 사유로 삭제를 요청했다. 신고란에는 “(리얼돌의) 수입 통관이 법적으로 허가된 점은 알지만 청소년이 볼 수도 있는 리뷰창에 저런 것이 베스트 리뷰로 선정돼 노출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썼다. A씨는 28일 통화에서 “댓글창은 청소년도 볼 수 있는 공간인데, 리얼돌에 속옷을 입혀놓고 한 사진엔 목에 재갈을 맨 리얼돌이 같이 노출돼 있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네이버 쇼핑은 A씨의 신고에 두 차례 ‘삭제 불가’를 통보했다. 첫 신고 이후 네이버 쇼핑은 지난 13일 A씨에게 ‘제한 대상 게시글이 아님’이란 검토 결과를 보냈다. A씨는 이날 해당 댓글을 다시 신고했지만 네이버 쇼핑 측은 동일한 답변을 보내왔다.

이용자들은 해당 후기가 약관을 명백히 위반한 것인데도 네이버 쇼핑의 대응이 안일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페이&쇼핑 고객센터’ 안내에 따르면 ‘사회 공공질서나 미풍양속에 위배되는 경우’ ‘불법, 음란물 또는 청소년 유해 매체물의 게시, 등록 또는 이와 관련된 물품의 홍보, 사이트를 링크하는 등의 경우’ 등에 해당하면 댓글을 삭제하거나 열람을 제한할 수 있다.

네이버 쇼핑은 경향신문 취재가 시작되자 23일 해당 사진을 삭제 조치했다. 댓글 작성 이후 4개월, A씨가 두 번째 신고한 지 10일 만이다.

네이버 쇼핑 관계자는 “(삭제) 사유는 상품과 무관한 게시물이었다는 점, 청소년 포함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에 부적절한 게시물이라는 점 등이 포괄적으로 고려됐다”며 “청소년을 포함 모든 이용자의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 사안을 내부에 공유했다”고 말했다.

다만 “리얼돌 이미지 자체에 대한 가치 판단은 이번 건에서 논외로 뒀다”고 했다. 신고가 두 차례 반려된 이유에 대해선 “내부 사정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했다.

삭제 소식을 들은 A씨는 23일 “저만 그 리뷰를 신고했을 리는 없을 것 같은데 왜 초기 신고가 반려됐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네이버 쇼핑 측은 이날 “리얼돌을 포함 성인용품은 (내규상) 블라인드 대상이 맞다”고 추가로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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