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노조탄압은 ‘글로벌 스탠더드’ 역행…불평등 키울 것”

조해람 기자

국제공공노련 간부들 국내 언론 간담회

“한국 정부 노조탄압 국제법·협약 위반”

“기업·부유층 이윤 키우며 불평등 심화”

‘주 69시간’엔 “Work, Work, Work?”

케이트 라핀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 사무총장(오른쪽)과 애니 헤론 아태지역집행위원회 공동의장이 8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케이트 라핀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 사무총장(오른쪽)과 애니 헤론 아태지역집행위원회 공동의장이 8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한국 정부의 노동조합 탄압은 공익에 해를 끼치는 행위입니다. 공공재와 민주주의, 무엇보다 미래 세대가 양질의 삶을 누릴 기회를 박탈하는 것입니다.”(케이트 라핀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 사무총장)

“보수 정부의 전형적인 탄압 방식입니다. 정책 추진에 있어서 기업의 힘과 탐욕을 더 키우고, 그렇게 기업에 사로잡힌 나라가 됩니다.”(애니 헤론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집행위원회 공동의장)

전 세계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국제 노조 연맹체인 국제공공노련(PSI) 간부들이 최근 한국 정부의 대(對) 노조 강경책에 우려를 표했다. 노조 탄압은 일반 시민들의 몫을 빼앗아 기업의 이익을 불려주려는 시도이며, 의료·돌봄·에너지 같은 공공재에도 해가 된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노조 회계자료 공개를 압박하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연일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야기하는 것도, 국제법이나 세계적 추세와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라핀 사무총장과 헤론 공동의장은 8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 6~7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집행위원회 회의 참석차 한국에 왔다. 국제공공노련은 152개국 689개 노조의 연맹으로, 약 3000만명의 공공서비스 노동자들이 속해 있다.

“노조의 역할은 불평등 완화…노조 탄압은 ‘공익 훼손’”

두 사람은 노조의 역할은 공공성을 보호하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라핀 사무총장은 “모든 증거를 종합해 보면 강력한 노조는 국가를 더 완벽하게 만들고 공중보건을 강화하며 사회 불평등을 감소시킨다”며 “평등과 기후위기 대응 등 사회이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케이트 라핀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 사무총장이 8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케이트 라핀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 사무총장이 8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헤론 공동의장은 “유급휴일, 임금인상, 주말 휴식 등은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진 게 아니라 노조가 쟁취한 것”이라며 “많은 정부는 노조가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고 얘기하지만, 더 많은 이들의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노조 탄압이 공공성을 해치고 기업에 이익을 몰아주는 시도라고 입을 모았다. 라핀 사무총장은 “팬데믹 기간 동안 기업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이익을 챙겼지만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는 등 심각한 손실을 보았다”며 “노조 탄압과 노조 권리 약화는 기업에 더 큰 권한을 주며 불평등을 심화하는 것이고, 결국 대중의 미래에 큰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헤론 공동의장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분노를 정부가 책임지지 않고 비난할 다른 사람을 찾아서 (분노를)분산시키는 건 우파 보수정부의 전형적인 방식”이라며 “공격적 탄압과 악마화로 노조의 일상적 기능과 활동을 범죄화하고, 대중뿐만 아니라 노조 조합원들에게도 간부들이 본인들의 이익만 위해 활동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준다”고 했다.

“노조 회계 개입과 주 69시간 노동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노조 회계자료 제출 압박과 국가정보원을 동원한 압수수색, 화물연대 파업 탄압 등이 명확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국제공공노련은 지난 7일 아태지역집행위원회에서 “우리는 한국 정부가 ILO 협약 제87호와 제98호(결사의 자유·단체교섭권 보장 관련 조항)를 비준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모든 형태의 노동조합 탄압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긴급 결의안을 채택했다.

라핀 사무총장은 “국제법에서 노조는 노동자가 자주적으로 정한 규정에 따라 자주적으로 운영하게 돼 있다”며 “노조가 어떤 구성으로 노조를 운영할지는 노조가 결정하는 것이지 사용자나 정부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야기하면서 회계자료를 내라 하고 화물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의 교섭을 방해하는 건 ILO는 물론 UN 지속가능목표와 기본인권협약 등을 다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애니 헤론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집행위원회 공동의장이 8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애니 헤론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집행위원회 공동의장이 8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노조 관련 정책 외에도 전반적인 노동 정책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반대로 가고 있다고도 우려했다. 주 69시간까지 연장노동을 가능케 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이 대표적이다. 헤론 공동의장은 “한국 노동자들이 삶을 살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일, 일, 일(Work, Work, Work)을 하기 위해 살라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라핀 사무총장은 “(장거리를 운전하는)화물기사나 교통 관련 노동자, 의료노동자 등의 장시간 노동은 결국 대중의 안전 및 건강권과 관련된 문제”라며 “전 세계 추세는 노동시간 감축이다. 생산성이 늘고 기술력이 올라가면 노동시간이 줄어야 하는데, 향상된 생산성이 기업의 수익창출에만 가고 있다”고 했다.

“노조, 공공성 강화하고 사회이슈에 목소리 내야”

두 사람은 노조의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공공성 강화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했다. 라핀 사무총장은 “팬데믹을 겪으며 시민들은 의료인력의 중요성을 알았고,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 이들의 심리적 문제를 유발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며 “의료인력의 건강권은 본인들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건강권이 충족됐을 때 공공의료 서비스를 더 잘 제공할 수 있는 등 전체 시민들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애니 헤론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집행위원회 공동의장(왼쪽)과 케이트 라핀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 사무총장이 8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애니 헤론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집행위원회 공동의장(왼쪽)과 케이트 라핀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 사무총장이 8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헤론 공동의장은 “필리핀에서는 공공서비스가 제공해야 할 부분을 여성들이 무급노동으로 제공하면서 최악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 여성들의 희생이 여성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불평등 해소를 위해 민영화된 서비스를 공공의 손으로 되찾아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부터 기후위기·성평등 등 사회적 문제에도 노조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라핀 사무총장은 “금리를 올리는 게 아니라 과도한 이익을 챙긴 기업들의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며 “기업들이 세금을 더 내면 정부로 돈이 들어오고, 정부가 그 돈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면 인플레는 가라앉는다. 매우 간단한 건데 많은 정부가 외면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청년들은 기후위기와 성평등 등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본다”며 “노조는 그런 문제들에도 이미 목소리를 내고 있고, 조합원들이 더 넓은 사회이슈에 목소리를 내길 원하면 노조는 그렇게 하면 된다. 정치에 개입한다고 노조의 노동자 대표성이 약화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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